백년만의 폭설, 그리고 1년을 기다린 이탈리아 여행

당분간 눈은 싫어합니다. T.T

by 아이스돌체라떼

24년 11월 27일 6시. 우리는 1년을 준비한 연말여행을 나섰다.

이미 밤새 눈은 오고있었지만, '설마'라는 생각과 함께 들뜬 마음을 안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버스는 한산했고, 평소와 다름없이 달렸으며, 알맞은 시간에 도착했다.


1년을 준비한 이유는 그동안 쌓은 마일리지를 사용하여 비지니스석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도착후 생각보다 한산한 공항을 보며, 설레는 마음을 안고 특별한 경험(비지니스)을 시작했다.

'체크인'에서는 일반과 프레스티지 둘다 사람이 없어서 차이를 못느꼇고, 오히려 창구를 찾는데 더 헤멧다. ^___^


기대한 라운지는 이미 오전부터 일부 비행들이 지연되고 있어 그런지 만석이었다.

'아.... 왜 하필....' 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야무지게 자리를 잡고 고픈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오전시간이었지만 '여행'이니까, 와인도 두어잔 마셨다.

'아, 쾌적함이 이렇게 좋은거구나' 를 몸소 느끼며 부자가 되면 무엇을 할지 즐거운 상상을 하다보니,

어느덧 탑승시간이 다가왔다.


탑승구로 가는 길, 전광판에는 이미 붉은색 '지연'이 많은 상황이었지만, 우리의 밀라노행 비행기는 변경이 없어 룰루랄라 '역시 운이 아주 좋구만'을 외치며 밀라노 여행을 상상했다.

하지만 하늘은 우리의 즐거움을 질투하듯 눈을 빼곡히 보내주고 있었다. 역시나 우리 비행기도 '1시간 지연'으로 변경되었다. 라운지에서의 기분이 이어졌는지, 1시간 지연에 안도했는지 우리는 여전히 기분좋게 '눈만 그치면 가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다렸고, 1시간 후 탑승을 시작했다.


'와! 가긴 하겠다!!'

승무원의 웰컴드링크(샴페인)을 마시고, 13시간 비지니스석 여행에 대한 기대는 최고조였다.

의자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앞쪽 퍼스트석도 기웃대며 둘이 낄낄대고 있을 무렵, 방송이 나왔다.

'비행기의 눈을 치우고 출발해야 하며, 앞에 20팀이 대기중이다. 1시간정도 후에 출발예정이다' 의 내용이었다.

'아 역시 가는거였어!!', 도착시간이 일부 지연되어 밀라노 시내로 들어갈 교통편을 확인하고, '최신영화'를 한편 때리며 출발을 기다렸다.

행복한 순간

1시간후,

'활주로 상황, 비행기 제설 등의 사유로 1시간 추가 대기해야 된다' 라는 방송이 다시 나왔고,

'흐음...?' 보던영화를 계속 이어 봤다.


1시간후,

'활주로 상황, 비행기 제설 등의 사유로 1시간 추가 대기해야 된다' 라는 방송이 한번더 나왔고,

'흐음...?' 보던영화를 계속 쭈욱 이어 봤다.


1시간후,

'활주로 상황, 비행기 제설 등의 사유로 1시간 추가 대기해야 된다' 라는 방송이 다시 나왔고,

'흐음...?' 보던영화를 계속 거의다 봤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승무원은 우리에게 결항이 예상되니 짐을 챙겨달라고 했다.

'으악!!! 뭐지???? 어쩌지?????' 머릿속이 어지러웠고,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30분후,

'비행기 하차를 위한 직원이 부족하여 추가 대기가 필요하다'의 안내방송이 나왔고,

'아... 언제 내리며, 비행기 스케쥴은 어떻게 되는거지,, 예약한 숙소,기차는 어쩌지...?'

우리는 온갖 걱정으로 머리를 채운채, 헛헛한 웃음을 지었다.


비행기에 탑승한지 5시간 정도 지나 내릴 수 있었고,

'8시까지 면세품은 다 환불하고 249 게이트로 모이세요.' 를 기억하며

'아~ 8시에 한번에 뭐 하나보네' 안도했다.


8시, 249 게이트 앞은 끝이 안보이는 줄이 있었다.

'여기가....나가는 줄이에요?' '네...'

아.... 이 무슨...? 아...? 네...?

나가서 출국 카운터에서 다음 일정 확인해야되는데?

여기 서있으면 되는건가? 왜 설명해주는사람이 없지? 취소는 어떻게 하지? 예약은?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뒤죽박죽이었다.


다행히?도 반대편엔 승무원들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길게 줄서있었다.


Global 이용객 수 상위권이라는 인천국제공항이지만, 수기로 한명 한명 확인/작성하며 입국장으로 입장시키고있어, 진행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혼돈의 카오스를 거쳐 '빨리 카운터로 가서 일정 확인하자'만 생각하며,

짐을 매의 눈으로 찾아내고 달려갔다.


하지만,

여기도 아..... 이 무슨...? 아...? 네...? 상황으로 이미 많은 승객들이 길게 줄서있었다.

'특별한 체험' 중인 우리는 프레스티지 카운터로 가서 문의했지만,

'그건 여기서 안된다'의 답변과 허탈한 마음으로 익숙한 듯 다시 한번 줄의 가장 뒤를 찾아갔다.


현장 직원분들은 여기서 기다려도 별도의 조치는 없으며, 이후 비행기를 예약하고 환불을 받거나 변경이 필요할 시 전화를 통해서 하는것이 나을것이라고 안내 했다. 이미 시간이 늦었고 밖은 눈이 계속오고 있어 이대로면 공항에서 밤을 새야 될 수 있어 보였을 것이다.

전화를 일단 걸어봤지만, 대기시간 120분 예상 안내가 나왔다.

머리로는 알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혹시나'하는 마음에 '어쩌지, 어쩌지' 발만 동동 굴렀다.

계획한 초반 일정은 이미 어그러졌고, 예약한 숙소/액티비티도 포기해야했다. (돈은 더이상 생각않기로....)


휴가를 다시 내기도 어렵고, 이미 가기로 했으니 가는것으로 마음먹고 침착하게 가장 빠른 비행기를 찾기 시작했다. '경유1회. 20시간', '경유 2회 34시간' 당장 다음날 출발 비행기들은 모두 경유였고, 직항은 2일후 였다.

200만원 정도 되는 금액을 결제하려다, '우물쭈물, 어쩌지' 상태를 여러번 반복한 끝에, 둘다 많이 지쳐서 그런지 '2일후 직항으로 가고 전체 일정을 2일 미루는 것'으로 정리하고 가볍게 결제버튼을 눌렀다. (돈 생각 X..)


앞에 계시던 같은 밀라노행 승객분께 우리의 결정을 공유해주고 버스를 타러 이동했다.

아... 마지막까지 스펙타클한게 막차가 5분뒤였고, 호다닥 버스에 올랐다. 이제 끝났나 싶었지만,

오랜만(줄 선 동안은 밖을 볼 여유가 없었다)에 본 창 밖은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아... 이거 집에 갈 수있나?' 이미 도로에는 가기를 포기했는지 갓길에 서있는 차들이 많았다.

버스는 달리고 달려 무사히 우리를 내려주었고, 새벽1시 집으로 돌아왔다.

7시~1시 약 18시간만에 복귀였다. '아.. 지금쯤 밀라노 거의 도착시간인데...'




지금은 다음날 아침이다.

와이프는 취소해야 하는 숙소와 액티비티 업체와 이메일로 연락중이고,

나는 항공사 ARS 전화 연결중이다(오늘은 90분대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의 여행은 어제 시작했고, 많은 희노애락이 벌써부터 지나가고있다.

이번 여행은 얼마나 즐거울까...? 시작부터 이러면 어떻게 마무리 할라고..??

시련은 충분히 경험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행복을 기대하며,

오늘 비행기 출국 현황판을 새로고침 해 본다.


프레스티지는 평상시엔 우대 해주지만 비상시엔 차이 없다.

결항 되면 바로 ARS로 전화 걸어라


정도 마음에 새겨보면서 혹시나 누가 이글을 보신다면, 저희가 내일 갈 수 있게 기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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