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피렌체 마지막
'피렌체 너무 좋은 거 같아, 우리 조금 더 있다 가자'
어젯밤 우리는 로마로 가는 기차시간을 점심에서 저녁으로 옮겼다.
오늘 일정은 전반적으로 여유로울 예정이다.
카푸치노와 조식을 야무지게 먹고,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기고, 첫번째 목적지 우피치 미술관으로 갔다.
미술에 크게 관심이 없는 나도 우피치 미술관은 한 번쯤 들어봤다.
역사적인 폭설과 결항으로 '운이 좋게도?' 오늘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날이다. (매달 첫번째 일요일)
원래 일정대로 왔다면 어제 돈을 내고 들어가야 했지만,
하늘의 도움으로 공짜로 좋은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역시나, 무료답게 사람이 엄청 많았다. 간단한 짐검사를 하고 본격적인 구경을 시작했다.
'사실 그림이 너무 많아서 다 비슷하게... 보였다.'
기독교의 나라답게, 성경과 관련된 그림들이 많았다. 우리는 성경을 잘 모르기에, 크게 감흥이 없었지만,
예수와 그 제자들의 이야기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복도에는 조각상들이 많이 있었는데, 표면이 반짝이고 너무 정교해서 그런지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약간 '당연히 모조품이거나, 어디서 찍어낸 거 아닌가'라는 생각만 들고, 그 수천 년의 시간을 지나왔다고 믿기지 않았다. 그 정도로 정교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나, 카라바조의 메두사의 탄생은 실제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카라바조의 그림들은 강렬하게 다가왔는데, 어둠 속의 약한 빛이 사람들의 표정을 비춰 그림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너무 많고 비슷한 류의 그림들이 많아서 점점 더 지쳐갔다.
중간중간 쉬어가며 모든 작품을 보고, 드디어 우피치 미술관을 나설 수 있었고, 미리 조사한 맛집으로 출발했다.
어젯밤 한참을 고른 맛집답게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두 유 해브 어 레저베이션?' '노.. '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20분쯤 뒤에 다시 오라고 했다.
'아 잘됐다. 우리 가죽장갑 하나 사러 가자'
피렌체는 전통적으로 가죽제품이 유명하며, 장갑이 저렴하다는 와이프의 말을 따라 친구가 알려준 가게를 찾아갔지만, '정말 아쉽게도' 오늘은 휴일이었다.
'아.. 하필 오늘 휴일이네'
'흐음. 근처에 또 있는지 한번 돌아보자'
근처 가죽가게들을 둘러봤지만, 장갑을 파는 곳은 없었다. 대부분 가방, 구두, 지갑류들만 팔고 있었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갔다.
식당은 옥상 테라스와 실내로 운영되고 있었고, 우리는 햇빛을 피해 실내로 안내받았다.
이곳의 대표메뉴인 '화이트 트러플' 리조또 그리고 샴페인을 한병 주문했다.
잠시 후 메뉴들이 나왔고, 경건하게 사진을 찍은 후, 숟가락과 포크를 들이대던 찰나
'오 아임쏘리'
읭 요리가 잘못 나왔다. 우리는 '더 비싼' 화이트 트러플 요리를 시켰는데 , 이건 블랙 트러플 요리였다.
'아.. 한 숟가락이라도 먹었어야 했나? ㅋㅋㅋ'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곧 우리가 주문한 요리가 나왔고, 루틴에 따라 경건하게 사진을 찍고 화이트 트러플과의 첫 만남을 시작했다.
'와.... 너무 맛있다...'
샴페인도,, 화이트 트러플도.. 저 창너머로 보이는 두오모 대성당도... 모든 게 완벽했다.
비록 추가로 주문한 음식들은 실패했지만, 이미 분위기로 충분히 맛있었다.
옆테이블의 '파네라이'시계를 착용한, 약간 부유해 보이는 가족과 소소한 스몰토크도 나누고,
치즈케이크와 에스프레소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에스프레소도 정말 맛있었다. (여기서 너무 맛있어서,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는 다 맛있는 줄 알고 다른 곳에서도 먹었는데, 거긴 내가 아는 맛(쓴맛)이었다.)
행복한 식사를 마무리하고 마지막 코스인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향했다.
언덕에 올라 도시를 바라보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렸다.
'ㅋㅋㅋ 여기가 관광명소긴 한가 봐, 여태껏 한국사람을 별로 못 봤는데 여기 다 와있네'
잠시 기다리니 해가 지기 시작했고, 도시의 불들이 하나 둘 밝혀졌다.
디행히 날씨도 적당히 선선해서 피렌체의 일몰과 야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사진을 이리저리 찍어봤지만, 역시 눈으로 직접 담는 것을 따라올 순 없었다.
'아... 좋다!'
멍하니 도시를 바라보다 보니 어느덧 주변이 캄캄해졌다.
'이제.. 안녕 피렌체'
기차시간이 조금 남아서 시계를 좋아하는 와이프는 '파네라이'매장을 구경하자고 했다.
두오모 성당 옆에 있는 매장의 직원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줬다.
이것저것 모델들을 신중하게 고르는 모습에서
'어...? 진짜 사려는 건가...?' 불안한 눈빛을 보냈지만,
두 분은 최적의 모델을 찾아갔다.
한참을 이것저것 구경하고, 직원의 명함까지 얻은 다음 매장을 나올 때,
안도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한국 가서 돈 많이 벌어서 사줄게'
시계 대신 와인을 한병 사고, 3일 전 한국부터 쉼 없이 도착한 피렌체 역에서 로마행 기차를 탔다.
진짜 안녕 피렌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