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설명회의 달이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3 학부모를 위한 학교 설명회부터 겨울방학을 겨냥한 윈터스쿨 설명회까지 각종 설명회들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주변의 중3 엄마들에게 가끔 전화가 오는데 대부분 어느 학교를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다. 시설이 좋은 학교를 보내자니 학생수가 너무 적고, 학생수가 많은 학교를 보내자니 거리가 너무 멀고, 아이가 여고는 안 가겠다고 고집하고... 각종 이유로 딱 맞는 학교를 찾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특히나 이번 중3부터는 바뀐 입시전형이 적용되는 학년이다 보니 엄마와 아이들 모두 고민이 많은가 보다.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9등급제에서 5등급 제로 바뀐다는데 바뀐 전형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학교가 어디일지 여러 가지 선택지를 놓고 비교하고 있나 보다.
이미 두 아이를 대학에 보낸 입장에서 입시 이야기를 들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시간이 많이 지나 입시 환경이 변해있고, 제도도 변하고 있고, 무엇보다 내 아이와 그 집 아이의 성향이 다르다 보니 섣부른 조언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안 하느니만 못한 조언을 할 수 없어 입이 무거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고등학교 선택의 두 가지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조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고등학생의 하루는 생각보다 많이 피곤하다. 특히 대중교통으로 다니기 애매한 학교라면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로 등교하는 경우가 많다.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부모님들이 라이딩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설 셔틀을 이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아이들이 전날 늦게까지 수행 준비나 학원 숙제를 하다 보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걸 너무너무 힘들어한다. 5분이라도 더 자려고 아침도 안 먹고 등교하는 판에 학교까지 집에서 멀다면 3년 내내 너무너무 고통스러워진다.
고등학생의 가방은 각종 교과서와 참고서로 가득 차서 그야말로 돌덩어리 같은 가방을 메고 아침저녁으로 등하교해야 하니 학교와 가깝다는 건 너무나 중요한 조건이다.
정신없는 아이들이 전날 밤에 수행준비를 열심히 해놓고 집에 놓고 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 이때도 집이 가까운 게 유리하다. 점심시간에 외출증을 받아 집까지 뛰어갔다 오거나, 엄마한테 도움을 요청하기에도 덜 미안해진다.
고등학교 내신은 전체 학생수의 비율로 결정된다.
2028년 입시부터 내신등급이 현행 9등급제에서 5등급 제로 바뀐다. 1등급은 전체 학생 중 10% 안에 들어야 하고 2등급은 상위 34% 3등급은 상위 66% 4등급은 상위 90% 5등급은 상위 100%로 결정된다고 한다.
내신등급은 전체 학생수가 많다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정확한 자료를 위해 홍대 씨앤씨미술학원 블로그에서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https://blog.naver.com/hucnc2017/223253190194
한 학년에 100명인 학교(이하 A)와 한 학년에 300명인 학교(이하 B)를 생각해 보자.
1등급을 받기 위해서 A학교에서는 전교 10등 안에 들어야 하지만 B학교에서는 30등 안에 들면 된다. 만약 내가 11등을 했다면 A학교에서는 2등급이지만 B학교에서는 1등급이다. 학생수가 적으면 공부 잘하는 학생수도 당연히 적으니까 A학교의 10등이나 B학교의 30등이나 비슷하지 않겠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의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당연히 30등 안에 들면 되는 B학교가 더 여유 있게 느껴진다.
만약 시험이 너무 쉬워서 100점이 11명이 나왔다면 이야기는 더 심각해진다. A학교는 1등급 없이 전원 2등급으로 내려가고 1개 틀린 학생들은 졸지에 3등급까지 밀려날 수 있다. 반면 B학교는 100점이 30명까지 나와도 모두 1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 억울한 경우가 조금이라도 덜 발생하는 것이다.
중간고사에 100점이 많이 나왔다면 기말고사는 분명 엄청나게 어렵게 나올 확률이 높다. 중간고사에서 100점을 맞았으나 2등급인 아이들이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마음은 어떨까? 엄청나게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봐야 학교 시험인데 뭐 그렇게까지 호들갑이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런 말이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수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은 내신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인생이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되지 않으니 편하게 마음먹으라는 말 따윈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학생수 많은 학교가 중요한 이유는 내신 등급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한번 시험을 망쳤어도 그다음 시험에서 만회할 수 있다는 마음을 더 굳게 다질 수 있다. 학생수가 적으면 내 앞에 있는 한두 명의 아이들이 너무나도 굳건해 보여 도저히 넘어설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 학생수가 많다면 저 중에 최소한 내가 제칠 수 있는 아이가 한 명은 있겠지 싶은 마음을 먹을 수 있다.
부디 아직 고등학교를 결정하지 못했다면 전체 학생수가 많은 학교를 1번 조건으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이미 사춘기가 지난 아이들이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다시 한번 사춘기가 찾아온다. 엄청나게 예민해지고 짜증 내고 시비를 걸어온다. 엄마는 그냥 당해줄 수밖에 없다. 괜히 아이를 건드렸다가는 더 큰 분란이 일어나고 서로 심신이 피폐해지다 보니 웬만하면 요구사항을 들어주게 된다.
그렇지만 이건 분명 끝이 있다. 수능시험이 끝나면서 모든 문제가 싹 사라지게 된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본래의 착하고 예쁜 내 자식으로 돌아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의 모습을 미안해하기도 한다. 그러니 지금은 많이 힘드시겠지만 아이의 입시 파트너로서 부디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켜주시길 바란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짜증도 많이 부리지만 엄마를 가장 많이 믿고 있다. 엄마가 흔들리면 아이는 더 흔들리게 된다. 불안한 마음일랑 깊이 감춰두고 아이 앞에서는 누구보다 뚝심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란다.
#중3 #교등학교선택 #내신등급 #5등급제 #9등급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