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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의거북 Jul 18. 2020

[방황하고 있습니다] 서른 두 살의 방황, 그래도 돼.

 사춘기 때의 방황은 모두 그러려니 한다. 사춘기니까. 아직 모든 게 서툴고 불명확할 때니까. 그렇다면 서른 두 살 어른의 방황의 이유는 뭘까. 역시 같다. 아직도 서툴고 아직도 불명확한 것이 많아서.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이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인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말 이정도면 다 괜찮은 건지. 정말 괜찮아? 이대로? 자기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하게 되는 때. 알 수 없는 불만족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으면서 일상의 소소한 감흥이 사라지고 무기력하고 슬퍼진다.

      

 방황하는 청소년기에는 하고 싶은 건 많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방황하는 서른두 살에는 할 수 있는 건 많지만 다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써 어느 정도 책임을 지고 있는 일들이 있고, 엮여 있는 관계와 내려놓을 수 없는 역할이 있어서, 작은 선택 하나도 주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과감한 시도나 변화는 고스란히 내 삶에,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서 갑작스레 연차를 쓴다고 하면, 그 날 나 대신 내 몫의 업무를 짊어져야 하는 동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는지도 모른다. 최대한 현재의 삶에 큰 데미지를 주지 않을 정도의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 누구에게도 피해가 되지 않을 작은 기쁨. 그러나 작은 행복 한줌으로는 무너진 댐을 매울 수가 없다. 근본적인 삶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찾아오는 것이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라는 책에서 김정태 작가는 ‘갈매기의 꿈’의 주인공 조너선을 통해 잠재력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제주도에서 찍은 갈매기 사진
조너선에게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었다. 오히려 더 담대하게 높은 하늘로 올라가게 된 조너선 리빙스턴은 깨닫는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라는 사실을. 잠재력 개발은 종종 두려움을 동반한다. ‘날개를 날개로 보지 않는’ 동료들과 주변의 눈초리를 이겨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가 익숙한 곳을 떠나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자유도 없다. 두려움에 굴복해 버리면,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이 삶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 자유를 제한한다. 나 자신을 진정한 내가 되도록 개발하려는 꿈이 없다면 그것이 바로 가난한 것이다.     


 스펙이 될 만한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은 일시적인 안도감을 주고 내가 내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불안감이 올라온다. 스펙은 쌓을수록 끝이 없다. 끝없이 비교대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제 ‘더 나은 사람으로 평가 받기 위해 해왔던 일들’을 멈추고 ‘스스로를 기분 좋게 느끼기 위한’ 나의 유일한 이야기를 써나가는 여정을 시작하고 싶다.      


 무기력은 어쩌면 ‘기대하는 일’을 멈추면서부터 찾아오는 증상이 아닐까. 어렸을 땐 기대하는 일들이 넘쳤다. 소풍 전날의 그 설렘과 기대감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기대할 것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사람에게 실망하기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점차 기대하는 법을 잃어버렸을지 모른다. 


결국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드러내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붙는 것처럼 당장은 부질없어 보이고 당장 삶을 크게 반전시킬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도, 작은 시도들을 해나가야지 다짐한다. 그 작은 시도들이 쌓여 어떤 이야기가 완성될지 기대해 보기로 한다. 기대해본다, 다시.    


                                                                    방황하고 있어.

                                                                                 그래, 그래도 돼.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는 내 책상

          


도움이 된 책: 김정태 <청춘을 아껴봐>,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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