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젓의 새로운 발견
요리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예전엔 '요리? 아휴, 오늘도 또 해야 하네.' 였다면 요즘엔 '요리? 하지 뭐, 믿고 보는 블로그가 있는데.'이다.
나의 구세주인 들꽃향기님 덕분이다. 친정엄마가 딸에게 알려주듯이 차근차근 가르쳐준다는 신조답게 글 하나하나가 친절하고 자세하다.
그녀가 알려주는 요리법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알려주는 대로 따라 했던 돼지갈비찜이 대성공을 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생일을 특별하게 축하해 주고 싶어서 시댁 식구들을 초대해 돼지갈비찜을 직접 만들어 대접했다. 다들 "맛있다."를 연발했고, 접시에 젓가락이 끊기지 않았다. 그렇게 특별한 재료를 쓰지도 않고 복잡한 방법으로 요리하는 것도 아닌데 맛있었다. 내가 먹어봐도 그랬다.
그때 이후로 쌈장을 만들고 싶으면 '들꽃향기 쌈장', 아욱 된장국을 만들고 싶으면 '들꽃향기 아욱 된장국'이라고 검색했다. 내가 아는 방법이 있어도 다시 한번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보고 싶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만들었다면, 그녀는 맛있을 것 같은 방법으로 조리했다. 쌈장을 만들 때 된장, 고추장과 다진 마늘, 참기름만 섞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진 아몬드, 다진 대파, 올리고당이 추가되는 것이 아닌가. 고기를 구워 쌈장을 찍어 먹을 때에는 파의 상큼함과 아몬드의 부드러움, 올리고당의 달달함이 느껴졌다. 아욱 된장국을 만들 때에는 멸치 다시마 육수에 된장을 풀고 아욱을 바로 투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조리법을 본 이후로 아욱을 따로 데쳐서 찬물에 헹군 후 된장국에 넣었고 간을 맞출 때에는 까나리 액젓을 넣는다.
한참 전 김치를 만들어 본다고 필요한 재료를 전부 살 때 까나리 액젓을 사서 한번 쓰고 묵혀 두었다. 다시는 그것을 사용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 집 냉장고에서 독수공방 하던 까나리 액젓이 소환된 것이다.
"액젓을 넣으면 깊은 맛이 난다고 쓰는 사람들이 있더라."
액젓이 우리 집에 있는지조차 잊고 있었던 나는 시어머니의 말씀을 듣고도 멀뚱멀뚱 '그런가 보다.' 했었다. 그런데 이 액젓이 과연 된장국의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액젓을 된장국에 넣으면 오묘하게 깊은 맛이 나면서 해물육수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 남편에게 국을 끓여 주면 국물은 먹지 않고 건더기만 먹는다. 그런 그도 액젓을 넣은 국물이 맛있다며 들이켰다. 단, 까나리 액젓 말고 다른 액젓도 유효한지는 아직 시험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그리고 된장국이 아닌 다른 국에 액젓을 첨가해도 될는지는 역시 시도해보지 않아 확신하기 힘들다.
들꽃향기님은 된장국을 끓일 때 일반적으로 쌈장을 넣는다. 쌈장 넣은 된장국 맛을 상상해 보니 왠지 텁텁할 것 같았다. 어제 시금칫국을 끓일 땐 이 조리법을 변형해서 청양고추를 반 개만 넣어 보았다. 한 숟갈 맛보니 액젓의 풍부한 맛과 청양고추의 깔끔함이 느껴졌다. 이 맛에 요리를 하는가 싶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응용까지 해보았다는 왠지 모를 자부심이 밀려왔다.
나물 된장국을 끓일 때 알아 두면 좋은 또 한 가지. 시금치나 아욱은 된장국에 바로 넣으면 특유의 풋풋한 맛이 국물에 우러나와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지금껏 아무 생각 없이 시금치와 아욱을 바로 넣었으니. 그동안 맛있게 먹어준 식구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금치와 아욱을 따로 데친 후 물기를 꼭 짜서 된장국에 넣는다.
시금치가 제철이다. 액젓을 한 숟갈 떨어뜨리며 오늘도 맛있게 끓여질 시금치 국을 상상해 봐야겠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들꽃향기님 글에 이제껏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기지 않았다. 어서 지금 남기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