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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두 Apr 08. 2024

아이들과 동네에서 벚꽃놀이

애써 먼 곳을 다녀온 기분

  

   벚꽃 시즌이다. 곳곳에 피어있는 벚꽃을 올해 유난히 집중하며 보면서 이렇게 벚꽃나무가 많은 나라임을 새삼 실감한다. 만개할 이 계절만을 위해 세번의 계절을 기다리고 인내한 저 나무들이다.


   브런치 보다도 인스타에 보면 벚꽃나들이가 한창이다. 꽃들과 많은 인파에 둘러쌓여 찍은 사진들이 곳곳에 보인다. 나도 그들처럼 밖으로 나가 따사로운 햇볕을 맞으며 벚꽃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으나 도무지 그 인파 속에 섞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느덧 벚꽃이 절정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1~2주 지나면 안타깝게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남겠지.


  남편이 집에 일찍 귀가를 해서 마음놓고 애 봐주라며 장을 보러 나갔다. 벚꽃 같아지고 싶은 마음에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비비를 바르고 볼터치를 하고서. 때마침 학원에서 나와 신나게 뛰어오는 아이들과 마주쳤다. 아이들도 아름다운 찰나의 봄을 그냥 보내기 싫은지 엄마와 함께 아주 짧은 나들이를 같이 하자고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벚꽃잎을 잡으려는 중학생 소녀들이 보인다. 그 광경을 본 아이들도 저마다 벚꽃잎 잡기 놀이에 심취한다. 바람을 타듯 몸을 움직이며 손을 이리저리 뻗어보는, 자유롭고도 천진한 영혼들.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핸드폰 동영상에 담는 전형적인 엄마가 된다.


  아참, 그러고보니 나도 화사한 꽃을 맞이하기 위한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왔는데. 벚꽃나무를 구도에 담아 내 모습도 카메라에 담아본다. 기왕이면 얼굴을 화사하게 해줄 블라우스가 잘 보이도록. 얼굴을 핸드폰으로 들이미는 아이들과도 같이 사진을 남긴다. 바닥에 떨어져있는 벚꽃잎들은 어찌나 그림같은지. 아이보리 유화 물감에 분홍 물감을 살짝 섞어 콕콕 찍어놓은 것만 같다. 매달려있는 꽃들만 올려보다 우연히 아래를 본 모습도 예술이다.


  꽃처럼 화사해진 내 마음과 원래 꽃같이 화사한 아이들의 마음이 퍼즐처럼 꼭 맞아들어간 금쪽같은 순간을 경험하니, 애써 먼 곳으로 벚꽃구경을 다녀온 느낌이었다.


  여름, 가을 , 겨울이 와도 그 계절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아이들과 동네 나들이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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