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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 가야 하는 이유_prologue

운명

by 아이돌리

많은 설득이 필요하지 않은 여행지가 있다. 그곳들은 보통 "그냥, 아름다워서" 가야 한다. 입소문은 빠르고 여행객들은 스스로 모인다. 포르투갈은 언젠가는 가야 할 여행지고들 한다.


여행의 시작은 대단히 이성적이다. 올해 끝으로 소멸되는 항공사 마일리지가 잔뜩이었고, 기에 아직 수명이 남은 마일리지를 조금만 더하면 유럽에 갈 수 있었다. 쓸 수 있는 연차를 긁어모으면 여름휴가로도 떠날 수도 있었다. 이렇게 갖추어진 조건에 망설임 없이 선택한 여행지가 포르투갈이다. 꽤나 많은 이들이 반드시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를 되물으면 긴 대답은 없었다. 신, 아련"예뻤"단다. 짧고, 간결하고 담백했다. 나는 이런 이유를 좋아한다.


리스본 도착 대한항공 직항을 마일리지와 약간의 현금으로 결제하고 보니, 어떠한 확신까지 들었다. 이 여행은 운명이. 리고 리로 고민하고 가슴으로 정한 포르투갈에서는 일이 있.


호카곶에 가야 한다. 대항해 시대 이전의 유럽인들에게 이곳은 세상의 끝이었다. 정확히는 "알고 있던" 세상의 끝이었다. 그 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대륙에 남아 그동안 살아온 대로 여생을 보냈을 테고, 가능성을 본 사람들은 도약하여 대륙을 발견하고 영웅이 되었다. 이곳은 옛날 유럽인들에게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었다. 호카곶서 그들은 다음 삶을 결정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여기서 청혼을 한다.















파파의 여왕에게,


나만 할 수 있는 프로포즈는 무엇일까. 어떻게 나와의 영원을 제안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했어.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생의 마지막까지 항상 함께하겠다고 약속하는 이유는 한 가지뿐이더라. 우리는 끝을 함께하려고 만난 운명이라고, 그럴 연이었다고.


이제 나는 이 운명을 단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고, 지막 숨을 내쉬는 그때까지 당신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여기, 많은 이들이 시작을 기원했던 호카곶에서, 리도 내일을 약속하자.






나랑 결혼할래?


2025.08.28. 목요일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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