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쓰기는 사실 재밌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자기소개서가 왜 ‘정치적인’ 작문인지 말씀드렸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채용 담당자를 설득시키기 위한 분명한 목적을 가진 글입니다. 누군가를 내 생각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매력을 뿜어낼 수 있어야 하고 자기소개서 역시 그런 글이어야 합니다.
자기소개서는 모든 채용 과정을 따라다니는 '대리인'입니다.
딱 그 정도의 글입니다.
그러면 자기소개서는 채용 담당자를 ‘어떤 방향으로’ 설득해야 할까요? 우선 자기소개서가 채용 과정에서 하는 ‘역할‘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채용 절차에서 자기소개서는 여러분을 끝까지 따라다닙니다. 서류 전형부터 1차, 2차 면접 그리고 최종 면접까지, 과장을 조금 보태면 여러분이 취업에 성공하여 근무를 하는 그 순간까지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닙니다. 조직과 함께 할 새로운 구성원을 선발하기 위해서 지원자가 스스로를 표현한 글이 언제나 판단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서류 절차는 말할 것도 없고, 이후에 진행될 면접 전형에서도 면접관들은 지원자가 쓴 글을 통해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모든 전형을 가까스로 통과하고 배치된 현업 부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의 리더가 될 조직 책임자들은 알게 모르게 인사팀의 평가와 함께 여러분의 자기소개서를 입수합니다. 결국 조직에 합류하는 모든 과정에서 자기소개서는 여러분을 대표합니다.
그래서 오해하기 쉬운데, 마치 자기소개서만 ‘잘 써내면’ 이후의 모든 전형이 수월하게 흘러가겠지 하는 소위 ‘무적의 자소서’에 대한 믿음이 자라납니다. 완벽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에는 합격 자소서에 기대고, 취업 컨설팅 전문가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몇 번이고 반복할 수 있지만, 그런 필살 자기소개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꿔 말하면 자기소개서만 보고 ”이 지원자는 반드시 뽑고만다.“라고 생각하는 면접관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기껏해야 한 문항 당 적으면 300자, 많으면 1,000자 정도의 분량으로 적어낸 글로 한 사람에게 온전히 마음을 줄 수 있는 면접관은 아무래도 드물겠지요.
너무 힘주지 마세요. 여러분이 궁금해지도록 쓰세요.
궁금하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한 번 만나는 보고 싶다.’까지는 자기소개서가 도와줄 수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이 자기소개서가 채용담당자를 설득해야 하는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이 글의 작가는 도대체 누구인지 만나는 보고 판단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자기소개서가 가장 목적에 충실하고 효율적으로 쓰인 여러분의 면접 전형 대리인입니다. 이런 방향성을 잃고 지나치게 힘을 줘버리면 부담스러운 글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낯선 이들을 주로 경계합니다. 경계의 대상과는 아무래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겠고요.
‘이 사람을 면접에서 만나면 이것도 물어보고, 저것도 물어봐야지’ 하는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자기소개서가 여러분을 면접까지 이끌어 줍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의 지상 최대 과제는 지원자를 ‘서류 전형 이후’ 단계로 이어주는 것입니다. 딱 그 정도의 글입니다. 너무 힘주지 마세요. 대신 여러분이 궁금해지도록 쓰세요.
이어지는 글에서는 나를 궁금하게 만들어 주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려고 합니다. 미리 언급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핵심은 ‘콘셉트’, ‘소제목’, ‘에피소드’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들이 두드러지면 여러분의 자기소개서는 읽고 싶은 글이 되고, 면접까지 이끌어 주는 조력자가 됩니다.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