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하기
지난 글에서는 자기소개서가 취업 전선에서 여러분을 위해 해내야 할 역할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이력서에 파묻혀 고통받고 있는 채용 담당자의 지쳐있는 머릿속에 ’이 사람은 그래도 한 번 만나는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글, 담백하게 ’나‘를 그려내서 ‘앞으로 함께 일을 해도 부담스럽지 않겠다.’라는 나름의 확신이 들게 하는 글이 자기소개서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 밖에는 모두 여남은 일입니다.
컨셉이 분명한 자기소개서는 채용담당자의 머리에 잔상을 남기는 글입니다.
나를 궁금하게 만들어주는 자기소개서는 어떤 글일까요?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가야 할 곳은 분명하지만 어떤 길이 정답인지 묻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는 각자만의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명품으로 휘감고 유행하는 아이템으로 치장해도 어딘가 서글퍼 보이는 사람은 완전히 실패한 경우입니다. 반면에 화려하지 않지만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가리는 옷차림으로 당당한 사람은 압도감으로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당신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 그대로 나를 보고 있는 겁니다.’라며 다가오는 것 같으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궁금한 자소서는 이런 결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컨셉이 분명한 글]이어야 합니다.
시각화가 중요합니다.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상대방이 단숨에 나를 이미지로 떠올려야 합니다. 바로 그 강렬한 인상이 이상하게도 지원자를 만나보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입니다. 그리고 그 매력이 채용 담당자의 시간을 아껴줍니다. 고민을 줄여주니까요. 저는 컨설팅 도움을 요청하시는 분들께 바로 그 ‘컨셉’을 잡아드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필휘지로 단번에 스스로를 포착하고 그려내면 참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시각화에는 보통 단계가 필요합니다. 그 과정을 저는 스케치를 하고, 불필요한 선은 지우고, 색을 입히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문장을 나열하는 것은 종이 위에 선을 그리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그림에 소질이 없습니다. 그래도 컵을 그리고 싶을 때는 어떻게든 비슷하게 표현해 낼 수 있습니다. 결과물의 퀄리티와는 무관하게 ‘컵’으로 보이는 어떤 물체는 그려낼 수 있는 건데 딱 그 정도입니다. 관건은 눈앞에 보이는 그 물체를 표현해 냈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그림으로 완성될지는 수많은 수정을 거치고 무슨 색깔을 입힐지에 따라 결정되니까요. 자기소개서도 스케치부터입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떠올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물어보는 질문에 스스로 끊임없이 대답해보세요.
해야할 일은 그 결과를 문장으로 남기는 것 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자기소개서는 표현의 자유도가 보통 정해져 있습니다. 예술 작품이 아닙니다. 답해야 하는 문항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왜 하필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습니까?”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습니까?” “당신은 무엇을 잘하는 사람입니까?”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일을 열심히 할 겁니까? 어떻게 증명할래요?” 와 같은 것들입니다. 기업들이 아무리 머리를 써서 복잡해 보이는 문항들을 제시해도, 본질은 같습니다. 가령 어떤 사회 이슈에 대한 지원자의 생각을 물어보는 문항은 겁주기 딱 좋은 질문이지만, 결국 ‘이런 이슈가 넘치는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뭘 해야 살아남는지 너의 아이디어를 가져와라.’입니다. 그냥 묻는 말에 대답하면 되는 일입니다. 별거 아니에요.
보통은 그 질문에 대답을 하는 과정을 1) 귀찮아하거나 2) 두려워합니다. 그냥 써보면 되는데 말이죠. 스케치를 하면 됩니다. 문장을 나열하기 위한 문항별 나의 대답을 “상상”하기만 하면 됩니다. 끊임없는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 질문 끝에 나온 대답들을 있는 그대로 적어 내려 가는 근성이 결국 여러분이 써 내려가는 자기소개서의 컨셉을 잡아줍니다.그렇게 써 내려간 글은 엉성해도 내가 쓴 문장이니까요. 나의 컨셉이 담긴, 나만의 작품입니다. 멋지지 않나요? 묻는 말에 대답한 것뿐인데, 나를 표현하는 글이 되다니! 저는 그래서 자기소개서가 재미있었습니다. 회사마다 다른 질문에 대답하면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요. 흥미로웠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했지만 도저히 답이 안나온다면, 그 길은 가지 마세요.
여러분의 회사가 아닙니다.
떠올려보세요. 내가 생각하는 나, 내가 생각하는 이 회사,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렇게 머릿속에 그려진 이미지를 삐뚤한 문장으로 써보는 겁니다. 아마 매번 지원하는 회사마다 다를 겁니다. 이미지가 잘 떠오를 수도,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려지지 않는 회사와 직무는 쓰지 마세요. 그 길은 여러분이 걸어야 할 방향이 아닙니다. 신나서 써낸 자기소개서의 주인공은 채용담당자도 함께 하고 싶은 인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봅니다. 그릴 수 있다면, 이미 컨셉이 분명한 지원자입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컨셉을 조금 더 분명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문장을 가볍게 하는 ‘지우기‘는 여러분의 글에 힘을 실어줍니다. 또 다행스럽게도, 역시나 글자수라는 가이드가 존재합니다.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