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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물밖 꼬꼬즈 Dec 01. 2023

#1 세계여행을 결심했다


지난 9월 새벽 형욱이가 응급실에 다녀오겠다며 속삭이듯 말하곤 문을 나섰다.

한 번씩 장염으로 응급실행을 하곤 했던지라 이번에도 링거한대 맞고 오겠지 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잠시 뒤 전화가 울렸다.

응급실에서 CT를 찍은 결과 급성 담낭염을 진단받았고

쓸개가 너무 부어서 떼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

갑작스러운 수술 이야기에 잠이 달아났다.

급히 엄마를 깨우고 응급실에서 돌아온 형욱이와 가장 빠르게 진료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았다.

수술을 받고 그로부터 일주일간의 입원, 다른 세계로 건와 살고 있는 이질감이 들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출근하고 퇴근하고 내 집마련을 위해 돈을 모으고 주말엔 외식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도 모르게 내 삶은 언제까지나 견고 할 것이라 생각해 왔던 것 같다.

일상에 균열이 생긴 순간 나는 도리어 용기가 생겼다.


'세계여행을 떠나자'


세계 곳곳을 누비는 것은 오랜 꿈이었다.

특히나 넓고 넓은 세상을 두 발로 걸어 만나는 것은

아이를 낳은 뒤에, 키워둔 뒤에, 하는 일이 안정되고 난 뒤에는 늦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모험에 설레고 눈을 반짝일 수 있는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형욱이도 두말 않고 찬성

'이상하게 뭔가 행복해지네'라는 형욱이의 말에

'응 나도 생각만으로 행복해졌어'라고 답했다.

그다지 불행한 일은 없었지만 무언가 텅 빈 회색일상에 색색이 빛이 채워진다.

아, 가슴 뛰는 일을 하는 것은 이런 기분이었지.


이렇게 세계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무거운 배낭에 지치고 생각지도 못할 상황에 나가떨어질 때도 있겠지.

여행이 일상이 되어 다시 회색빛이 되어갈 수도 있을 거다.


그럴 때 펼쳐볼 수 있도록 이 설렘을 남겨둔다.

내 삶이 회색이 될 때마다 용감하게 다음 결심을 할 수 있도록.


2023.10.02. 동아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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