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입니다.
1) 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은 분단 사실을 전제로 한 것이다.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므로 통일을 위한 전쟁은 헌법에서 금지된다. 평화주의가 통일보다 우선한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추진해야 하므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논리적으로 평화적 통일정책보다 상위의 원칙이다. 그렇지만 평화주의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더 상위의 원칙이므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는 남북한이 공통으로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에 따라 구성된다.
2)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헌법상의 여러 통일 관련 조항들은 국가의 통일의무를 선언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로부터 국민 개개인의 통일에 대한 기본권, 특히 국가기관에 대하여 통일과 관련된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거나 일정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헌재 2000. 7. 20. 98헌바63).
3) 분단 체제에 대한 판례의 시대착오 인식은 2004년의 대법원판결(대법원 2004. 8. 30. 2004도3212)에서 잘 드러난다. ① “북한은 50여 년 전에 적화통일을 위하여 불의의 무력 남침을 감행함으로써 민족적 재앙을 일으켰고 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수많은 도발과 위협을 계속해 오고 있다는 경험적 사실”이 있다. ② “향후로도 우리가 역사적으로 우월함이 증명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 체제를 양보하고 북한이 주장하는 이념과 요구에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는 이상, 북한이 직접 또는 간접 등 온갖 방법으로 우리의 체제를 전복시키고자 시도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③ ‘이러한 사정이라면 스스로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가져오는 조치는 여간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라의 체제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할 수 없는 것이므로 국가안보는 한 치의 허술함이나 안이한 판단을 허용할 수 없다.’
이러한 판단에 따르면, 북한이 존속하는 한 한국의 헌법 체제는 온전할 수 없으며, 북한과 평화통일은커녕 평화로운 공존조차 성립할 수 없다. 사상전을 불사하는 총력전 체제다.
4) 헌법재판소도 다르지 않다. ① ‘대한민국은 북한이라는 현실적인 적으로부터 공격의 대상으로 선포되어 있고, 그로부터 체제 전복의 시도가 상시 존재하는 상황”이다. ② “민주적 기본 질서도 궁극적으로 대한민국과 동일한 운명”이다. ③ 입헌주의의 보편적 원리에 더하여,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여러 현실적 측면, 대한민국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 그리고 국민이 공유하는 고유한 인식과 법 감정들의 존재를 동시에 숙고한다(헌재 2014. 12. 19. 2013헌다1).
헌법재판소는 사람의 인식과 감정까지 판단한다.
5) 흡수통일은 헌법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부분 헌법학자의 경우 흡수통일을 인정하지 않는다. 흡수통일 용어 자체가 헌법에 반한다. 흡수와 평화는 양립할 수 없다. 설령 어떤 하나의 사건으로 통일의 계기가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통일의 과정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줄이고 과정을 순탄하게 평화적 환경을 천천히 오랫동안 구축하는 것이다.
과거 통일 전 서독은 흡수통일을 거론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헌법 제정이 아니라 서독 기본법을 개정하는 형식의 독일기본법으로 통일이 이루어졌지만, 이를 흡수통일로 보기 어렵다. 서독은 꾸준히 평화 상태를 유지하면서 통일 환경을 만들었다. 통일은 동독 주민들의 총선거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를 ‘합의형 흡수통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반면, 하버마스는 독일 통일이 ‘민주적 민중’에 의거하기보다 ‘혈연에 기반한 종족’ 원리가 우선했기 때문에 ‘서독 마르크 제국주의’에 의한 서독의 동독합병이라고 비판한다.
독일의 경험을 모범형으로 삼든 반면교사로 삼든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통일 헌법이 남․북한 주민들 모두의 민주적 의사에 따라 제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6) 현행 대한민국헌법 또는 그 개정에 따른 통일을 주장하는 경우 또는 “한반도 유일한 정부로서의 국가적 정체성을 담보하는 헌법”을 주장하는 경우, 또는 ‘한국 헌법의 기본 원리를 원칙적으로 통일 헌법의 기본 원리로 이해하는 경우’, 그 생각은 흡수통일과 다를 바 없다. 많은 글은 북한으로의 흡수통일은 절대 반대하는 반면,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에 대해서는 지지하거나 절대적으로 옹호한다. 북한 주민이 이 논리를 취하는 경우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지 생각해 보면, 일방적 통일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행 헌법도 취하는 바가 아니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는 헌법재판소의 해석과 달리 경제체제 요소를 제외하고 정치 체제의 폭력적 지배 반대 의미로 한정해서 해석해야 한다.
7) 통일 과정과 통일국가의 구체적인 체제 모습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연방주의의 길을 제시하는 견해가 있다. 다만, 연방주의와 지방주의를 구별한다. 연방주의의 기조는 남과 북의 국민국가를 통합하여 통일국가를 수립할 때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에 주권을 이원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권의 이원적 배분이란 한편으로 통일국가의 대내외적 일체성에 해당하는 권한과, 다른 한편으로 통일국가의 구성단위가 가진 고유성과 개별성에 해당하는 권한을 각기 다른 수준의 정부에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지방주의의 기조는 부분과 전체의 관계에서 전체가 있어야 부분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전체주의를 배격하고 부분이 존재해야만 전체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개체주의의 입장에서 지방과 중앙의 관계를 재설정하고자 하는 기조다. 이 견해는 연방주의적 국가형태가 전체와 부분의 동등성과 상위조직과 하위조직의 균형성에 기초를 둠으로써 지방주의의 기조를 대폭 수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원적 국가체제가 중앙정부의 독점과 지방정부에 대한 획일적․위계적 통치 체제이므로 통일국가의 형태가 일원적 체제가 되는 것은 세계화와 지방화의 추세에 비추어 보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8) 남북한은 하나의 민족국가였던 역사적 경험을 뒤로한 채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투쟁은 물론 전쟁까지 했던 전력이 있다. 각 체제에서 민주화 경험이 깊지 않아 상호 교류와 상호 평화주의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아직도 부족한 형편이다. 분단이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그 이질성은 작지 않다. 통일국가 체제에서 작용하는 원심력은 다극이기보다 양극적인 점에서 더욱 심대한 관건이 된다. 양극적 대립 체제를 완화하면서 구심력 구실을 할 수 있는 국가체제를 형성해야 한다. 다극의 분권 체제에 적합한 연방주의는 남북한 통일국가 체제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한편으로 지방자치를 극대화함으로써 양극적 대립 요소를 희석하고 다른 한편 단일체제를 서서히 구축해 가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다.
9) 분권의 강도를 기준으로 연방제와 지방자치제를 분리하는 것은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래로부터 위로 수직적으로 편성된 권력 체계에서 아래에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하는 피라미드식 국가권력 구조를 이루는 것이다. 그 맨 밑에 개인의 기본권이 자리 잡고 있고 민주주의 원리에 터 잡은 지방정부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최소한의 통일성을 확보하는 중앙정부를 세우는 것이 민주적인 권력분립 국가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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