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 확인 사건에서 서울이 수도인 것은 관습헌법이므로 수도를 이전하려면 헌법 개정 절차에 따라야 하므로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헌재 2004. 10. 21. 2004헌마554등).
A. 주문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B. 사건의 개요
1) 2002. 9. 30.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노무현은 선거공약으로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라고 행정수도 이전계획을 발표했다. 2002. 12. 19. 실시된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다. 2003. 4.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기획단 등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2003. 4. 17. 대통령령 제17967호)이 제정되었다. 이에 근거하여 청와대 산하에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기획단이, 건설교통부 산하에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 지원단이 출범했다. 이들 기구는 건설에 관한 정책 입안, 후보 지역 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2) 2003. 10. 정부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제안했다. 2003. 12. 29. 국회 본회의는 이 법안을 투표의원 194인 중 찬성 167인으로 통과했다(반대 13인, 기권 14인). 2004. 1. 16.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법률 제7062호로 공포되었고 부칙 규정에 따라 그로부터 3월 후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은 수도권 집중의 부작용을 시정하고 국가의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행정수도를 충청권 지역으로 이전할 것을 규정했다. 이 법은 국무총리와 일반인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하고, 건설교통부장관이 관리․운용하는 특별회계를 신설하며, 난개발과 부동산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3) 이 법 시행 후 2004. 5. 21.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가 설립되었다. 2004. 7. 21. 위원회는 제5차 회의에서 주요 국가 기관 중 중앙행정기관 18부 4처 3청(73개 기관)을 신행정수도로 이전하고, 국회 등 헌법기관은 자체적인 이전 요청이 있을 때 국회의 동의를 구하기로 심의․의결했다. 2004. 8. 11. 이 위원회는 제6차 회의에서『연기-공주 지역』(충청남도 연기군 남면, 금남면, 동면, 공주시 장기면 일원 약 2,160만 평)을 신행정수도 입지로 확정했다.
4) 청구인들은 서울특별시 소속 공무원, 서울특별시 의회의 의원, 서울특별시에 주소를 둔 시민 혹은 그 밖의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국민이다. 이들은 이 법률이 헌법 개정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도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므로 법률 전부가 헌법에 위반되며,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 납세자의 권리, 청문권, 평등권,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재산권 및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같은 해 7. 12.(2004헌마554) 및 같은 달 15.(2004헌마566) 이 법률을 대상으로 그 위헌의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C. 판단
1) 이 사건 법률은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을 포함하고 있다. 헌법은 수도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정은 물론 수도가 서울이라는 규범을 도출할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헌법 문언에 따라 판단하면 수도에 관한 사항은 헌법사항이 아니라 법률로 정할 사항이다.
2) 수도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 또는 국가의 구성과 조직 등 헌법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다. 수도라는 개념 자체가 법적으로 의미 있다고 보기 어렵다. 수도에는 국가권력의 핵심적 사항을 수행하는 국가 기관들이 집중 소재하여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실현한다고 하지만, 그 기능을 수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면 국가 기관들을 분산해서 배치하는 것이 국토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대외적으로 국가를 상징하는 곳이라고 하지만 그것 또한 대통령과 관련 부처가 외교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면 된다.
3) 군주제 국가에서는 군주가 국가권력의 핵심인 점에서 군주가 있는 곳이 곧 수도다. 군주를 정점으로 모든 중앙행정기관이 집중 소재할 수밖에 없다. 수도는 국회와 대통령의 소재지가 중심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비교적 엄격하게 입법권과 행정권을 분립하는 대통령제는 국회와 대통령이 굳이 가까이 있을 까닭이 없다. 민주공화국은 다양한 정치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체제이므로 국가의 상징성이나 ‘정서적(情緖的)인 통일의 원천’을 강조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4)“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일 뿐 “관습헌법”이라는 규범이 아니다. 이 사건 법률은 국정 운영의 중심축인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공약한 것을 법률안으로 제안하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헌법의 정함에 따라 의결함으로써 제정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제정 과정에서 이 법률을 무효로 할 정도의 위헌성이 있지 않는 한 입법권을 존중해야 한다.
5) 성문헌법을 지닌 법체제에서 헌법재판소가 성문헌법과 “동일한” 효력 혹은 “특정 성문헌법 조항을 무력화할 수 있는” 효력을 가진 관습헌법을 인정하여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무효로 하는 것은 헌법 개정권자인 국민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6) “성문헌법이라고 하여도 그 속에 모든 헌법사항을 빠짐없이 완전히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공백이 있음은 당연하다. 그 법률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거나 다른 헌법 조항 또는 헌법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한 그 공백을 구체화할 권한과 책무는 국회에 있다. 헌법이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제40조)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달리 규정이 없는 한 국회의 입법권은 포괄적 대상을 지닌다.
7) “서울이 수도”라는 것이 관습헌법이고 그것의 변경을 헌법 개정으로 해야 한다면, 그것은 헌법재판소가 확인 또는 창설한 관습헌법이 헌법에 따른 국회의 입법권을 변경하는 것이어서 헌법이 정한 권력 배분을 위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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