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병의 이라크파병 위헌 확인 사건

by 한량돈오

※ 이 사건은 ‘일반 사병 이라크 파병 위헌 확인’ 사건(헌재 2004. 4. 29. 2003헌마814)으로 헌법재판소는 각하로 결정했다. 외국에의 국군의 파견 결정과 같이 성격상 외교 및 국방에 관련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한 국민의 대의기관 결정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노무현 대통령이 2003. 10. 18. 국군(일반사병)을 이라크에 파견하기로 한 결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헌법재판소가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A. 주문


이른바 ‘이라크전쟁’은 헌법이 허용하는 전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라크파병은 헌법위반이다.


B. 사건의 내용


청구인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정부가 2003. 10. 18. 국군을 이라크에 파견하기로 한 것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5조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특히 의무복무를 하는 일반 사병은 급여를 받는 직업군인인 장교 및 부사관과 달리 실질적으로 급여를 받지 못하므로 일반 사병을 이라크에 파견하는 것은 국가안전보장 및 국방의 의무에 관한 헌법 규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2003. 11. 17.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위 파병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C. 심판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3. 10. 18. 국군(일반사병)을 이라크에 파견하기로 한 결정(이하, ‘이 사건 파견 결정’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다.


D. 관련 조항


헌법(1987. 10. 29. 전문개정된 것)

제5조 ①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60조 ②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 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제74조 ①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


E.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그에 대한 분석


헌법재판소가 판시했듯이, 헌법은 대통령에게 다른 나라와의 외교관계에 대한 권한과 함께 선전포고와 강화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제73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군을 통수하는 권한을 부여하면서도(제74조 제1항) 선전포고 및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여(제60조 제2항) 대통령의 국군통수권 행사에 신중하게 함으로써 자의적인 전쟁 수행이나 해외파병을 방지한다.


헌법재판소가 판시했듯이, 이 사건과 같은 외국에의 국군의 파견 결정은 파견 군인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지위와 역할, 동맹국과의 관계, 국가안보 문제 등 궁극적으로 국민 또는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하고도 중요한 문제로서 국내 및 국제정치 관계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하여 향후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위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 미래를 예측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등의 복잡한 사안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듯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헌법 규범에 따라 판단해야 할 사안임을 부정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라고 말함으로써, 이러한 결정이 그 문제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수 있는 국민의 대의기관이 관계 분야의 전문가들과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우리 헌법도 그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고 국민에게 직접 책임을 지는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그 권한 행사에 신중하도록 국회가 파병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하면서, 현행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대의민주제 통치구조하에서 대의기관인 대통령과 국회의 그와 같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은 가급적 존중해야 한다고 헌법 규범의 판단을 회피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과 같은 파견 결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 즉 ① 세계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것인지, ② 국가안보에 보탬이 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과 국익에 이로운 것이 될 것인지 그리고 ③ 이른바 이라크전쟁이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침략전쟁인지 등에 대한 판단은 대의기관인 대통령과 국회의 몫이고, 성질상 한정된 자료만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논리를 구성한다. 헌법재판소는 ④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대통령과 국회의 그것보다 더 옳다거나 정확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은 물론 재판 결과에 대하여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도 어렵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① 이라크전쟁만이 아니라 전쟁 자체가 세계평화와 인류 공영에 해가 됨은 자명하고, 이라크전쟁 자체는 미국의 일방적인 전쟁 선포일뿐 양국이 선전포고에 따라 일어난 전쟁이 아닌 점은 분명하다. ② 한국이 이라크전쟁에 참여함으로써 한국의 국가안보에 보탬이 되지 않음은 물론 이라크와 이라크에 우호적인 국가의 반감을 초래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과 국익에 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③ 이른바 이라크전쟁이 국제규범에 어긋나는지는 논란이 있어 판단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헌법이 침략전쟁을 부정하는 취지에 비춰 보면, 한국의 안보를 위한 방어 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 본토의 방어를 위한 ‘전쟁’이 아니므로, 이라크전쟁의 위헌 판단은 대통령과 국회에만 맡길 사안은 아니다. ④ 헌법재판소의 헌법적 임무는 대통령과 국회의 판단에 대해 헌법적 잣대로 통제하는 일이다. 이라크전쟁 파병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에 값하는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라크전쟁 파병의 위헌을 확인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헌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실체적 판단을 회피한 헌법재판소는 헌법적 판단을 절차적 문제로 축소한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이 사건 파병은 대통령이 파병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북한 핵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동맹국과의 관계, 우리나라의 안보 문제, 국내외 정치 관계 등 국익과 관련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파병부대의 성격과 규모, 그리고 파병 기간을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자문을 거쳐 결정한 것으로, 그 후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국회의 동의를 얻음으로써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파견 결정을 회피한 일이 사법적 심판의 자제라고 거듭 변명한다.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가진 외국에서도 외교와 국방에 관련된 것으로서 고도의 정치적 결단 사안에 대해서는 줄곧 사법심사를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혹 사법적 심사의 회피로 자의적 결정이 방치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그러한 대통령과 국회의 판단은 궁극적으로는 선거를 통해 국민에 의한 평가와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이차 변명을 한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헌법적으로 중요한 사건은 판단하지 않으면서 자잘한 사건 또는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겠다고 결정한 사건만 골라서 하게 된다.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은 단임제이므로 선거 심판을 받을 수 없고, 국회에 대한 선거 심판은 이 사건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 회피는 국민이 심판할 수 없는 구조다.


F.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판결


헌법재판은 헌법 규범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헌법 보장 제도다. 헌법재판을 통해 헌법의 규범력을 실질화하고 궁극적으로 입헌주의를 규범적으로 실현한다. 헌법재판은 헌법 규범이 가진 정치성․개방성에 기초하여 정치적 논쟁을 사법적으로 종식함으로써 정치적 평화 기능을 한다(성낙인, 헌법학, 법문사, 2025, 759쪽, 760쪽).

침략적 전쟁은 영토의 확장, 국가정책의 관철, 국제분쟁 해결 등의 수단으로써 다른 나라에 하는 무력행사를 말한다. 유엔헌장을 비롯한 국제문서와 국제관행은 침략전쟁뿐만 아니라 분쟁 해결 수단으로써 전쟁 또는 무력의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침략전쟁 또는 자위전쟁 판단은 ‘의심스러울 때는 평화에 유리하게’라는 헌법 원칙에 따른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에게 유리하게’라는 무죄추정 헌법 원칙의 평화적 버전이다.


군대는 국가의 무장력으로서 평화 지향에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군은 대한민국 시민의 안전을 위하여 평화 유지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므로 한반도에서 전쟁 자체를 억제하고, 불가피하게 전쟁이 일어난다면 시민을 보호하고 영토를 방위해야 한다.


※ 이미지 라이선스: A world map in war with military targets where explosions, fire and bombings occur. Hot atlas for climate change and danger of conflict between countries continents. 제작자 Domingo, AI로 생성됨, 편집상의 사용은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허위여서는 안 됩니다. 치수 2912 x 1632px, 파일 유형 JPEG, 범주 그래픽 자료, 라이선스 유형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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