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오사카를 걷는다!> 25km 걷기 대회(3월 21일)에 참가하는 목표를 세웠고, 다짐을 다지기 위해 브런치를 통해 공표했다(https://brunch.co.kr/@idonoh/76).
1월 1일부터 3월 5일 논문 투고 마감으로 하루를 놓친 날 외에는 전날까지 매일 5km 이상을 걸었다. 매일 일정한 거리 걷기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삼성 ‘monimo’ 어플의 5,000 걸음 챌린지, 카카오페이 ‘만보기’의 걸음 수에 따른 포인트 그리고 경기도 ‘기후행동 기회소득’ 어플의 8,000 걸음 리워드는 작은 동기 부여가 되었다. 만 보에서 시작해 지금은 8,000보로 기준을 낮춘 배우자의 매일 걷기는 큰 힘이 되었다. 배우자는 교토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작해서 몸이 아프거나 비가 많이 왔던 이틀 외에는 매일 걸었다.
대회 당일까지 문제가 없지는 않았다. 훈련 프로그램에서는 토요일마다 거리를 늘려 몇 차례 25km 완보(完步) 예정이었다. 토요일에 일정이 있기도 했고, 25km 완보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배우자와 따로 걸을 때는 속보(速步)를 했지만, 함께 할 때는 완보(緩步) 할 수밖에 없다. 걷기 훈련이 필요하지만, 배우자와 함께 걸으며 대화하는 시간은 더 소중했다.
대회 장소인 오사카는 교토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두 차례밖에 코스 사전답사를 가지 못했다. 다른 일정을 겸해서 가서 전체 코스를 다 돌기도 어려웠다. 출발점과 종착점을 중심으로 확인하는 정도였다.
첫 번째 답사인 3월 14일(토)은 우키요에 디지털 전시 관람을 위해서였다. 우키요에(うきよえ, 浮世絵)는 17세기에서 20세기 초 에도 시대에 성립한 풍속화다. 이 전시는 유명한 우키요에 화가들의 작품 300여 점을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몰입형 아트다. 화려하기는 하지만 ‘몰입’은 하지 못했다.
그랑 프론트 오사카 북관 지식 캐피탈 이벤트 랩, 2026. 3. 14.(토)
두 번째 답사는 17일(화) 1박 2일 여정으로 갔지만, 프로야구와 스모 경기를 보기 위함이었다. 가는 당일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즈와 히로시마 카프의 시범경기 관람을 했고, 이튿날은 일본 스모 경기를 관람하는 일정이었다. 다행인 점은 걷기 대회 지도를 보니 코스가 비교적 단순한 것이다. 출발선에서 초반의 오사카성을 가로지르는 부분을 제외하면 거의 직각으로 꺾어지는 사각형 모양이다.
교세라 돔 오사카, 2026. 3. 17.(화)
스모관람기는 앞서 올렸다. 2026. 3. 18.(수)
하나의 실수는 1월 9일(금) 이사 후에 주소 변경을 통지하지 않은 것이다. 더 큰 실수는 주최 측에서 보내준 이메일을 놓친 일이다. 앞뒤로 부착해야 할 번호표를 받지 못했다. 일본에서의 광고성 이메일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제대로 체크를 하지 못했다. 대회를 일주일 남겨 놓고서야 주최 측의 홈페이지나 SNS를 찾았다. 미리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는 습관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주최 측에 이메일로 사정 얘기를 했더니 현장에서 받아야 한다는 답이 왔다.
다시 받은 번호표, 원래는 H5250이었다.
아침 아홉 시 출발이라 하루 전날 오사카로 갔다. 나름 컨디션 조절을 해서 아침까지 잘 잤다. 번호표도 받았고, 배우자의 눈썰미로 참가 기념품도 받았다. 정확한 출발 시간은 8시 52분이다. 배우자의 배웅을 뒤로하고 처음엔 무리하지 않았다. 3km 정도 지난 뒤부터 속도를 냈다. 도시다 보니 신호등이 많아 처음에 흐름이 끊긴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호등은 휴식의 시간이 되었다. 물론 몸을 계속 움직였고, 가볍게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무릎과 발목 그리고 허리 등 신체 각 부위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수양버들 너머로 오사카성이 보인다. 2026. 3. 20.(금)
참가자가 많다 보니 휴대폰의 지도를 보지 않아도 코스를 따라가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기록을 의식해 추월하다 보니 앞의 참가자가 보이지 않을 때 혹시 길을 잘못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긴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50km 참가자는 일찍 출발하고 일정 부분 함께 하지만, 초보자보다 더 긴 코스를 돌아야 해서 내 앞에 참가자가 거의 없었다. 등수를 가리는 대회가 아니어서 순위를 알 수 없지만 상당한 선구권인 듯하다. 배우자의 말로는 내 앞에 세 명 정도 들어왔다고 한다.
골인 장면이다. 뒤의 사람들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거의 7킬로미터 남짓 함께 걸었다.
기록은 4시간 28분이다. 평균 속도 6.4km/h, 평균 페이스 9′14″/km 무척 만족스러운 기록이 나왔다. 첫 참가다 보니 늘 하던 대로 걷기 어플을 켰어야 했는데, 4km 정도에서야 리셋을 해서 20km 정도 구간 기록이 있었다. 다행히 앞의 기록은 그 전날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전날 기록에 남아 있었다. 매 구간 평균 페이스에서 오차가 크지 않았다. 신발과 속옷 그리고 배낭 등 장비 도움이 적지 않았다.
배우자에게 한 소리 듣지 않으려면 장비값을 하기 위해서라도 걷기 운동은 매일 해야 한다. 다시 세운 잠정 계획으로는 50km 도전 또는 단축 마라톤이 있었는데, 벚꽃 시절이 오고 교토 생활도 반을 넘긴 상태여서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다시 생각할 요량이다. 6년 정도 취미 한국무용과 인도 무용이 어느 정도의 체력을 만들어준 듯해서 몸과 재정이 허락하는 한 춤은 계속 출 거다. 이제 춤 맛을 좀 알 듯 말 듯해서다.
바로 숙소로 돌아와, 낮이지만 배우자와 와인 한 잔 하면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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