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8일(수) 오사카 에디온 아레나(大阪府立体育会館)에서 열리고 있는 2026년 3월 스모 대회 ‘하루바쇼’(春場所)를 관람했다. 일본 문화 중 직관하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이번 대회는 3월 8일부터 22일까지 15일간 진행된다. 일본 전역에서 매년 개최되는 6번의 정기 대회 중 하나다. 다른 다섯 개의 대회는 1월 바쇼(하츠바쇼, 初場所, 료고쿠 국기관), 5월 바쇼(나츠바쇼, 夏場所, 료고쿠 국기관), 7월 바쇼(나고야바쇼, 名古屋場所, IG 아레나), 9월 바쇼(아키바쇼, 秋場所, 료고쿠 국기관), 11월 바쇼(규슈바쇼, 九州場所, 후쿠오카 국제 센터)다.
스모(相撲, すもう, 상박)는 다카노 하나(貫之花) 선수 기사에서 시작된 것을 기억한다. 스모 자체가 아니라 1992년 모델․배우인 미야자와 리에와 약혼 기사인 듯하다. 미야자와 리에의 1991년 누드 사진집 <산타페>에 대한 기억도 있다. 약혼 기사는 미야자와 리에와 연결되어 관심이 갔던 거 같다. 스포츠 신문을 통해 가끔 스모 기사를 접했다. 아케보노(曙太郞)와 무사시마루(武藏丸) 선수가 생각난다. 아케보노는 외국인 최초 요코즈나로서 나중에 최홍만 선수와 세 차례 이종격투기 경기를 치러 모두 패했다. 무사시마루는 제67대 요코즈나다. 둘 다 하와이 출신이다.
스모의 계급 체계나 경기 방식을 잘 알지 못했다. 요코즈나(横綱)가 가장 높은 등급이라는 정도다. 요코즈나는 실력과 품격을 갖춰야 인정받을 수 있다. 한 번 오르면 성적이 나빠도 강등되지 않는다. 다만, 성적이 부진하면 스스로 은퇴를 결정해야 하는 명예직이다. 요코즈나 명칭은 요코즈나로 뽑힌 리키시(力士)만이 착용할 수 있는 허리에 두르는(横, 요코) 흰 마로 만든 끈(綱, 쓰나)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스모 대회에 출전한 모든 선수를 대표하는 존재로서 대회 때마다 매일 요코즈나 특유의 등장 의식(土俵入り, 도효이리)을 치른다.
요코즈나 호쇼류, 몽골 출신이다.
요코즈나 바로 아래인 ‘오제키’(大關)는 요코즈나 후보군이다. 두 대회 연속으로 패배가 승리보다 많은 경우 강등될 수 있다. 다음으로 ‘세키와케’(関脇)와 ‘코무스비’(小結)가 있다. 이들 네 계급을 합쳐 ‘산야쿠’라고 부른다. 산야쿠 아래에는 ‘마에가시라’(前頭)가 있다. 여기까지가 1부 리그 격인 ‘마쿠우치’(幕内) 등급이다.
마쿠우치 아래에는 2부 리그인 ‘쥬료’(十両)가 있다. 주료 이상의 선수들만이 ‘세키토리’라는 칭호를 얻어 정식 월급을 받고 수행원을 거느릴 수 있는 프로 대우를 받는다. 그 밑으로는 ‘마쿠시타’와 ‘산단메’(三段目) 그리고 ‘조니단’(序二段)과 ‘조노쿠치’(序ノ口) 순서로 낮은 계급이 이어진다.
스모 선수들은 매 대회 성적에 따라 승수가 패수보다 많은 ‘가치코시’를 기록하면 계급이 올라가고, 반대로 패수가 더 많은 ‘마케코시’를 기록하면 계급이 내려가는 치열한 승강제를 거친다. 특이한 제도 중 하나는 ‘킨보시’(金星)이다. 하위 계급인 ‘마에가시라’ 선수가 최고 등급인 ‘요코즈나’를 꺾는 경우다. 일반적인 승리는 ‘시로보시’(白星)이다. 킨보시(금성)를 획득한 선수는 은퇴할 때까지 대회마다 일정 금액의 포상금을 추가로 받게 된다.
스모 경기는 지름 4.55미터의 원형 모래판인 ‘도효’(土俵, 토표) 위에서 샅바의 일종인 ‘마와시’(廻し)를 입고 이뤄진다. 심판인 ‘교지’(行司)의 신호에 따라 두 선수가 동시에 전력을 다해 부딪히는 ‘다치아이’로 경기가 개시된다. 통상 몇 초 만에 승부가 결정되는 박진감이 있다. 상대방을 원 밖으로 밀어내거나 발바닥을 제외한 신체 부위가 바닥에 먼저 닿게 하는 쪽이 승리한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선수들은 ‘시코’(四股)라고 부르는 다리밟기 동작을 취한다. 소금을 뿌리는 의식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도효를 정화하는 의미다. 마쿠노우치 경기에서는 깃발을 들고 장내를 도는 광고도 한다.
관객들은 전통적인 일본식 좌석인 ‘마스석’이나 의자석에서 관람한다. 관람료가 워낙 비싸서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2층 의자(イス SS) 좌석에서 관람했다. 다행히 두 번째 줄이어서 비교적 경기장과 가까웠다. 다만, 좌석이 서쪽 편이어서 양 선수를 보는 게 제한적이었다.
내가 관람한 경기는 열 하루째였다. 아침 여덟 시 반에 시작해서 오후 여섯 시쯤에 끝난다. 너무 일찍 가면 힘들 듯해서 오후 두 시가 채 안 되어 도착했다. 좌석이 넓지 않아 네 시간 정도 관람도 쉽지 않았다. 가장 관심 있는 경기는 9승 1패로 공동선두인 키리시마(霧島)와 고노야(豪の山)의 시합이다.
앉아 있는 선수가 아오니시키, 앞선 경기에 패배해서 침울해 보인다.
우크라이나 출신 아오니시키(安青錦)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성적이 안 좋지만 눈길이 간다. 스물한 살의 나이로 지난 대회에서 우승했다. 오제키로 승급했다. 이번에도 우승하거나 그에 준하는 탁월한 성적을 거두면 요코즈나 심의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요코즈나로 승급할 수 있다. 요코즈나인 호쇼류(豊昇龍)의 경기 또한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8승 2패다. 또 다른 요코즈나 오노사토(大の里)는 어깨 부상 악화로 대회 나흘째에 기권했다.
결과는, 키리시마가 승리해서 10승 1패로 단독 선두다. 아오니키시는 패배하는 바람에 5승 6패다. 요코즈나 승급은 어렵다. 호쇼류는 승리해서 9승 2패가 되어 역전 우승을 기대할 만하다.
한국의 전통 씨름 경기를 직관한 적은 없다. 가부키고 그렇고 스모도 그렇고 일본은 전통문화를 잘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일본에서 안식년이다 보니 한국에서 보거나 하지 못한 일을 일본에서는 하게 되는 일이 적지 않다. 한국에서 안식년이었다면, 여러 가지 일이 있어 이런 경험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말이 무척 의미 있게 와닿았는데, ‘시간이 있는 삶’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주권(主權)’이라는 단어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이제 남은 다섯 달의 시간을 잘 다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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