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라 마을(大原の里) 방문기

by 한량돈오

※ 사진은 호센인(宝泉院)의 700살 먹은 소나무


아들이 3월 6일(금), 딸이 7일(토)에 교토를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6일 금요일 교토역으로 아들을 마중 나갔는데, 딸이 갑자기 나타나서 엄청나게 놀랐다. 딸은 우리 부부의 나이를 생각하니 함께 지내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연가를 하루 더 쓰고 항공료보다 더 비싼 수수료를 내고 왔다고 한다. 눈물 나게 고마웠다.



딸이 예정보다 하루 일찍 방문한 덕에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온전히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딸이 이번 여행 계획을 세웠다.



7일 토요일 아침 일찍 교토의 북동쪽 오하라 마을(大原の里)로 출발했다. 작년 가을 배우자와 함께 산젠인(三千院)에 단풍 구경 왔던 동네다. 오하라 일대는 약 천 년 전부터 교잔(魚山)이라 부르며 불교 음악(聲明)의 발상지였다. 염불 성인에 의한 정토 신앙의 성지이기도 하다.



산젠인의 창건은 사이초(最澄) 고승[시호: 덴교(傳敎) 대사, 767-822]이 히에이잔(比叡山) 엔랴쿠지(延曆寺)를 건립할 때 초암을 만든 것에서 시작되었다. 별명 ‘가지이 몬제키’(梶井門跡), ‘나시모토 몬제키’(梨本門跡)라고도 부르는 천태종 5대 문적 중 하나다. 이곳은 황자나 황족이 주지를 맡는 궁문적이었다. 현재의 산젠인 명칭은 1871년 법친왕(法親王, 황자로서 출가 후에 친왕으로 봉함을 받은 사람)의 환속과 함께 가지이전(梶井御殿) 안의 지불당(持佛堂)에 모셨던 레이겐(靈元) 천황 친필 칙액(勅額)에서 유래한다.



호센인(宝泉院)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루 차(말 차)를 한 잔 제공하는데, 차 맛이 무척 고소하다. 정원 이름은 반칸엔(盤桓園)이다. “그 자리를 떠나기가 어려운 정원”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눈길을 거둘 수 없는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 정원은 파노라마로 그림을 그린 듯한 아름다운 액자 정원으로 유명하다. 소나무(오엽송)는 수령이 700년이다.


호센인 소개 전단(傳單)에서 법구경의 한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말만 아름답고 실행이 수반되지 않는 것은 색은 있으나 향기가 없는 꽃과 같다. 꽃의 향기는 바람과 반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나 선한 사람의 향기는 바람과 반대로 사람들에게 흘러간다. 잠을 잘 수 없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지친 사람에게 길은 멀며, 올바른 가르침을 받지 않은 이에게 그 길은 더욱 길다.” 글과 말로써 먹고사는 내가 깊이 새길 글이다.



툇마루 쪽에 수금굴(水琴窟, 스이킨쿠쓰)이 있다. 이것은 동굴 속의 거문고 소리 울림처럼 맑고 아름답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툇마루에 대나무 통 두 개가 마루를 뚫고 나와 있는데, 대나무 밑에 항아리가 뒤집힌 채 땅에 묻혀 있다. 툇마루 앞에는 돌로 만든 물그릇이 있는데, 그 물그릇 위로 물이 졸졸 흘러내린다. 떨어지는 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항아리 속으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도록 설계되었다. 귀를 대고 들어보면 마치 대지의 낮으면서도 웅장한 심장 소리를 듣는 듯하다.



돌아 나오는 길에 석반(石盤, 세키반) 또는 경석(磬石)을 봤다. 돌 악기다. 여기에 사용한 돌은 시코쿠의 가가와현 일부 지역에서 나오는 진귀한 새터카이트(동휘석, 안산암)다. 가볍게 때리면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사찰의 승려가 범패를 읊을 때 음정을 잡기 위해 사용했다. 범패는 불교 의식에서 사용하는 모든 음악을 말한다.


소개 전단에는 혈천정(血天井)이라고 피 묻은 천장이 있다는데, 찾지 못했다. 1600년 유명한 세키가하라(關ケ原) 전투 전인 후시미성(伏見城) 전투 때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가신인 토리이 모토타다(鳥居元忠)를 중심으로 400여 명의 사무라이가 싸우다 열세에 몰려 목숨을 잃거나 후미시성 안에서 집단 자결했다. 그 무사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당시 피가 묻은 마루를 호센인으로 옮긴 후 천장에 붙였다. 카쿠덴 둘레의 남쪽과 서쪽 천장을 보면, 고통 속에 손톱으로 바닥을 긁은 자국과 발자국 그리고 무사의 얼굴 모습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지만, 가마(駕籠, 가롱)도 있다. 에도 시대 중기 작품인데, 큰 스님이 궁중으로 입궐할 때 사용했다. 편백나무에 옻을 칠했고, 측면은 대나무를 얇게 깎아낸 것을 그물처럼 정교하게 엮는 기법인 아지로아미(綱代編)를 사용했다.



점심 식사는 왓파도(わっぱ堂)에서 했다. 딸이 일요일에 예약하려 했으나 자리가 없어 포기했다가, 토요일은 가능한지 물어 예약할 수 있었다. 하루 일정을 당긴 덕이다. 왓파도는 농가를 개조해서 만든 식당이다. 왓파도는 직접 재배한 채소를 바탕으로 다양한 반찬을 내는 가정식 식당이다. 내게는 일본에서 최고의 맛집이다. 제일 맛있었던 건 배추와 돼지고기를 넣은 된장국이었는데, 간과 맛도 좋고 배추의 거친 질감이 야생의 맛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식사 후에는 족욕 카페에 들렀다. 아담한 카페인데, 발의 피로를 풀기에 적절했다. 식당 가까운 곳에 잣코인(寂光院, 적광원)까지 방문했다. 잣코인은 천태종의 비구니 사찰이며, 산호(山號)는 청향산(淸香山), 사호(寺號)는 옥천사(玉泉寺)다. 594년에 성덕태자(쇼토쿠 태자, 聖德太子)가 용명천황(요메이 천황, 用明天皇)의 영덕을 기리려고 세웠다. 쇼토쿠 태자는 12계의 관위와 17개 조 헌법을 제정하는 등 일본 정치 체제를 확립한 인물이다.



잣코인은 2000년 화재가 있어 복원했다. 본당 앞 서쪽 정원은 ‘헤이케 이야기’(平家物語) 당시 그대로라고 한다. 헤이케 이야기는 가마쿠라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하는 대표적인 군담(軍談) 문학(軍記 문학)이다. 즉, 서사의 중심 소재로 전란이라는 역사적 체험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물가의 연못, 천 년의 히메 코마츠(小松), 이끼 낀 돌, 물가의 벚꽃 등이 있다. 공주 코마츠는 ‘헤이케 이야기’의 “연못의 물결에 비치는 비단을 드러내는 듯한 소나무에 걸친 등나무 줄기의 보라색이 피어나는 색”의 소나무라고 전해진다.



아침 일찍 시작한 여정이어서 오후 네 시쯤 귀가했다. 단골집 산시로에서 뒤풀이로 마무리했다. 내 단골집을 세 사람이 모두 좋아하니 행복함이 배가된다. 오늘의 추천 요리는 ‘구운 주먹밥’이다. 다른 맛 없이 쌀밥 구운 맛만 들이니 그 맛에 집중하게 되어 고소함이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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