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모강을 건너며

by 한량돈오

2026년 2월 6일(금)부터 고 임이조 선생님의 한량무를 배우고 있습니다. 2월 19일(목) 오늘이 다섯 번째입니다. 강습 장소는 3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서 매번 걸어서 다니고 있습니다. 고 임이조 선생님의 제자인 김일지 선생님께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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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습 첫날 건넜던 가모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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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가모강을 건넙니다. 맨 위의 배경 사진이 오늘 촬영한 사진입니다. 여기서 8킬로미터 정도를 걸어가면 도시샤 대학입니다. 지난 2월 12일 도시샤 대학에서 발표한 글은 이미 포스팅을 했지요. 전에도 생각한 적이 있지만, 오늘 문득 정지용 시인과 윤동주 시인을 생각했습니다. 지난 12일 발표 장소로 가기 전에 두 시인의 시비에 들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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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윤동주 시비, 오른쪽이 정지용 시비입니다.


왼쪽이 윤동주 시비, 오른쪽이 정지용 시비입니다.

정지용의 시비에 바로 <鴨川>, 가모가와(가모강) 시가 적혀 있습니다.


<鴨川>

정지용


鴨川 十里ㅅ벌에

해는 저믈어 …… 저믈어 ……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 …… 여울 물소리 ……


찬 모래알 쥐여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 짜라. 바시여라. 시언치도 않어라.


역구풀 욱어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 쌍 떠ㅅ다,

비마지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鴨川 十里ㅅ벌에

해가 저물어 …… 저물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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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교토에서 지내는 지금의 시간이 제 인생 최고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가장 평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아무리 연구년[안식년]이라고 해도 한국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시간입니다. 이런 호사는 무척 미안한 일이죠. 두 시인에게 빚진 생각도 그 때문이죠. 두 사람이 유명해서라기보다 혹독한 세월을 견딘 사람들을 대표해서 가모강이 떠올려준 사람이 그 두 사람이죠. “젊은 나그네의 시름”를 거름 삼아 ‘늙은 나그네의 호사’가 이뤄진 거죠.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안테 주어진 길을

거러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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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주어진 길을 걸어오지 못했고 그럴 기회가 이제는 스러졌으니 괴롭고 미안해서요. 괴로움과 미안함조차 호사고요.

고마운 마음으로 제게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내려 합니다. 제 몸이 더 늙어지기 전에 춤을 통해 인생 공부하면서요. 어설픈 춤 공부는 다음 기회에 …….


#가모강 #윤동주 #정지용 #서시 #압천 #도시샤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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