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명령 거부권?

by 한량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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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비상게엄 발생 1년의 성찰과 교훈’이라는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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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 계엄법이 개정되었는데요. 주요 개정 내용은 12․3 비상계엄의 경험을 반영하여 정부 단계에서의 절차와 국회 관계에서 계엄선포권을 제한하는 내용인데요.


저는 개정 계엄법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요. 군대가 국회의사당에서 난입하여 강제력을 행사함으로써 국회가 활동할 수 없다면 또는 국회의 의석 분포에서 여당이 과반수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면, 개정 계엄법은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개정 계엄법은 사후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를 사법적으로 판단하는 경우 또는 민주화 이후 이행기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사전에 이러한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방지하기 위해서 어떤 계엄법이 필요한가입니다.


몇 가지를 제안하면서 강조했던 것 중의 하나는 군인의 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권입니다. 명령에 따라야 하는 군인에게 명령 거부권은 모순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어떤 명령이냐는 군의 존재 이유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명령 거부권은 입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정기획위 국정과제에 명시되었고, 신임 국방부 장관도 국회에서 언급했거든요. 2000년대부터 ‘군인의 인권' 차원에서도 논의가 있었고, 내란을 지나면서 입법의 동력이 더 붙었죠.


문제는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입니다. 문자 중심의 사고로 입법에 접근하는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엄법 개정에 대한 비판도 그렇고 개헌만으로 불충분하다는 생각도 같은 맥락입니다.


박병욱은 국회 본회의장을 봉쇄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명령의 불법성을 인지하고도 거부하지 못한 군인들의 태도는 법 규정의 미비로 인하여 일단 잘못된 명령이라도 따라야 한다는 군대의 관행 탓이라고 분석합니다(“민주주의와 군대: 위헌․위법적인 계엄선포와 군인 등의 명령과 복종”, 「민주법학」, 제87호, 2025, 193쪽).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조차 윤석열과 김용현의 지시에 별다른 이의 없이‘순응’하는 분위기였다고 강조할 정도입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과 군형법은 ‘직무와 관계없는 명령 또는 법규 위반의 명령을 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지 또는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면 인사상·형사상 불이익 등 처벌받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습니다. 위법한 명령을 내린 상관에 대한 처벌 조항도 없습니다. 군 내에서 위법·부당한 명령에 대해 불복종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명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항명죄로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은 위법한 명령의 발령과 이행 금지를 명시해 불복종을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군인복무기본법에, 위헌·위법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 권리 명문화, 이로 인한 형사상·인사상 불이익 금지, 이의제기 절차 마련, 헌법 및 관련 법률을 교육하도록 하는 규정 등을 담을 필요가 있습니다. 군형법을 개정해 위헌·위법한 명령을 발한 지휘관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해야 합니다.


평시에 군인 교육을 통해 무엇이 위헌․위법한 명령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교육해야 합니다. 2024년 12․3 내란, 1980년 광주, 한국전쟁에서 민간인 학살, 그리고 다른 비상계엄 상황에서 군인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실제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만, 개인이 아니라 동료 군인과 함께 고민하는 제도와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


상관의 명령이 범죄가 되는지 아닌지를 긴박한 작전의 순간에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거부하는 일도 용기를 내기 어렵습니다. 상관의 부당한 명령이 부당하다고 평가를 받지 못하면 가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평시에는 군내에서 활발한 논쟁이 있어야 합니다. 군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의 가치를 학습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과정에서 상관의 명령과 부하의 판단이 다르지 않도록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전시를 대비하는 조직이라고 평시에도 전시와 같이 일방적인 명령-종속 관계를 형성하면,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순응하는 관계만이 남습니다. 상관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군과 같은 위계적인 조직일수록 인권적이고 평등하며 민주적인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다른 사회조직도 마찬가지겠죠. 국회가 과연 문자에 얽매인 형식적 입법이 아니라 입체적인 입법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만, 그렇게 하도록 해야죠. 민주주의의 틀을 다시 잡는 일이니까요.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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