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감독의 촬영 행위를 처벌?

by 한량돈오

서울고등법원 형사 8부(재판장 김성수)는 12월 24일 다큐멘터리 감독 정윤석의 유죄를 유지했습니다.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서부지법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자들에 대한 재판에서 입니다. (경향신문, 2025. 12. 24.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241235001>, 검색일: 2025. 12. 28.)


1심 재판부는 정 감독에게 ‘다중의 위력’이 필요한 특수건조물침입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일반 건조물 침입죄를 인정해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정 감독은 무죄를 주장했고요. 2심 재판부는 “국제규약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를 위해 제한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라며 “다수의 건조물 침입 등 범행으로 피해자들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보았는데, 그들로선 정 감독의 침입 동기를 구분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습니다.


판결문 전문을 본 게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핵심적인 헌법적 논점이 빠졌다고 봅니다. 먼저 정 감독의 침입 동기를 구분할 수 없다며 퉁 칠 게 아니라 정 감독의 침입 동기가 난동자들과 같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로 선고해야 합니다. 정 감독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당시 현장을 촬영하는 행위를 했습니다.


허구가 아닌 현실을 직접 다뤄야 하므로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현장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재판부는 국제규약의 타인 권리를 언급했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예술 자유 관점에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정 감독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가 검찰과 함께 예술가의 사회적 가치를 계속 폄하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예술 자유가 보호하는 대상은 예술 작품을 제작하는 창조 활동과 창조된 예술 작품을 전시․공연 등 구현하는 활동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합니다. 특히 예술창작의 자유는 예술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로서 창작 소재, 창작 형태, 창작 과정 등에 대한 임의로운 결정권을 포함한 모든 예술창작 활동의 자유를 그 내용으로 합니다.


헌법학에서 예술창작의 자유는 양심․사상의 자유, 학문 연구의 자유와 함께 절대적 기본권에 가깝게 보장해야 할 기본권으로 이해합니다. 판례는 헌법 제37조 제2항 앞 문구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이유로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를 먼저 내세웁니다만, 그 뒤 문구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있다는 규범이 핵심입니다.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어떤 해악이 있었는지 공권력은 입증해야 합니다.


헌법 문언을 보더라도 예술 자유는 언론의 자유 이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보도하는 언론과 달리 예술가는 현장성을 바탕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법보다 먼저 예술가의 창작 자유를 인정해야 예술이 삽니다.


그동안 법원은 인권 보장 사안에서는 외면하던 국제인권규약을 인권 제한 사안에서, 그것도 예술 자유 제한 사안에서 끌어들였습니다. 헌법의 핵심이 인권 보장이면, 법원의 사명도 인권 보장입니다. 시민의 편이 아니라 권력자의 시선에 머물러 통치자로 군림하는 법원의 행태는 이 사건에서도 드러납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법원을 바로잡아야 할지 참담한 현실입니다.


프랑스혁명이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서 촉발된 면이 있다면, 현재로서는 시민들이 다른 시민의 인권을 옹호하고 부당한 공권력에 대해서는 불복종하는 실천에서 출발해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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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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