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 원칙 2?

by 한량돈오

2025년 11월 4일 <헌법방랑기>에서 ‘정교분리 원칙’에 대해 썼습니다. 시사적인 사안을 언급하기는 했습니다만, 교과서적인 얘기였습니다. 최근 정교분리에 대한 논쟁이 있어 약간의 말을 보탭니다.


논쟁의 출발은 통일교와 신천지에서 정치인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정당의 경선에 개입한 의혹에서 시작합니다. 정교분리 위반이므로 종교단체와 정당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더 나아가 종교단체와 정당의 해산 얘기까지 나왔죠.


헌법은 최고의 법규범이니 헌법 위반은 매우 중요한 문제죠. 이때 헌법의 통제 대상이 누구냐가 더 중요합니다. 헌법은 공권력을 통제하고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죠. 종교단체나 정당은 공권력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민이라고 봐야죠.


정당의 경우 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배하면 정부의 제소와 헌법재판소의 심판으로 해산하도록 헌법 제8조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당의 해산을 그만큼 어렵게 하는 면도 있지만, 통합진보당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정당 활동의 자유를 위축하게 하는 부정적 효과를 말하기도 합니다. 다만, 저는 내란 행위에 가담한 것은 민주적 기본 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므로 관련자들의 형사 처벌 이후에 헌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단체는 정당과 같은 절차가 없으니까 헌법재판소 심판 없이도 법원이나 행정처분으로 해산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요. 헌법 제20조 제2항의 정교분리는 같은 조 제1항의 종교의 자유와 연계됩니다.


정교분리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한편에는 정교분리의 원칙에 대해 종교의 자유를 구성하는 내용으로서 기본권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는 정교분리의 원칙이 특정 종교와 결합하여 다른 종교를 압박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간접적인 제도보장에 불과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먼저 기본권과 원칙 또는 제도의 차이입니다. 기본권은 개인의 권리입니다. 헌법이 가장 강하게 보장하고 있죠. 정교분리의 원칙은 정치가 특정 종교에 의해 좌우되어 공권력이 특정 종교를 우대할 수 있는 점에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개인은 종교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공권력의 위헌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근거하여 직접 위헌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공권력의 행위를 무효로 하거나 취소할 수 있습니다.


기본권과 달리 헌법의 원칙은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아도 헌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원칙에 대한 침해는 헌법적으로 기본권보다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구체화한 법률에 따른 기준과 위반 시의 법적 규율 사항이 있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어 여간해서는 헌법 위반에 따른 판단 또는 그에 따라 조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종교단체나 정당 자체가 아니라 관련자들의 행위 중심으로 처벌하거나 제재하는 일이 보통입니다.


특히 단체 자체를 해산하는 일은 또 다른 헌법적 문제를 야기합니다. 종교단체를 결성할 자유와 정당을 결성할 자유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입니다. 그것을 해산하는 일은 마치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처럼 기본권을 매우 중대하게 제한하는 일입니다. 그만큼 중대하고 명백한 사유와 함께 개인 아닌 단체 자체에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헌법에 명시적인 기준이 없으므로 법률로 정해야 할 사안입니다. 이때도 국회가 마음대로 입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입니다. 단체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일은 집단 책임을 묻는 일이어서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잘못한 일을 가지고 ‘연대 책임’을 묻는 일의 부당함을 경험한 적이 있으실 텐데요. 비슷한 경우죠.


정교분리의 원칙은 하나의 조직으로써 종교활동과 정치 활동을 동시에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믿음 차원에서의 종교를 바탕으로 둔 조직이 정치를 하게 되면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타협하는 정치의 본질이 훼손되잖아요. 현실 정치는 다르기는 하지만요.


정치를 법으로 풀어가거나 법조인 출신이 너무 많이 정치에 개입하거나 정치를 하게 되면 정치가 망가지는 이유도 정치와 법은 다르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시민은 정치적 존재이자 정치적 주체죠. 법적인 틀 안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의 잣대는 시민이 아니라 공권력을 향해야 합니다. 종교단체나 정당 같은 사회적 권력도 법적으로 통제받아야 하지만, 시민들의 공론화와 정치를 통해 신중하게 입법하는 과정을 거쳐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이미지 라이선스: Community: The Gathering of People and Open Arms - Visualize a diverse group of people coming together with open arms, illustrating the sense of community found in religion, 제작자 Lila Patel, AI로 생성됨편집상의 사용은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허위여서는 안 됩니다. 치수 6250x3125px, 파일 유형 JPEG, 범주 종교, 문화,라이선스 유형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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