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의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사건

by 한량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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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배경


꼬리치레도롱뇽(Korean clawed salamander)은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인 양서류다. 성체의 몸길이가 대략 17∼19cm 정도로 다른 종에 비해 길이가 길다. 1급수의 맑은 물에만 서식하여 청정 환경을 나타내는 지표종이다. 2003년 10월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은 도롱뇽의 친구들(대표 지율스님)을 통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원효터널) 13.2km 구간의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의 원고다.


A. 주문


도롱뇽의 소송수행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이 사건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한 대법원 결정(대법원 2006. 6. 2. 2004마1148,1149 결정)을 취소한다. 다만, 이 사건 공사가 완공되어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의 실익이 없으므로, 정부는 천성산의 생태계를 조사하여 최대한 생태계를 복원하여야 한다.


B. 신청인의 주장


1) 도롱뇽의 친구들은 신청인 도롱뇽이 천성산 자연의 구성원으로서, 이 사건 터널 공사를 진행하면 서식지의 파괴로 인해 치명적인 피해를 당할 당사자이므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으며, 다음과 같이 이 사건 공사 착공금지를 주장한다.


2) 신청인 도롱뇽이 서식하고 있는 천성산은 그 계곡과 풍광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신청인 도롱뇽 이외에도 꼬리치레도롱뇽, 황조롱이, 수달 등을 비롯한 동․식물들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며, 우리나라 최고․최다의 중ㆍ고층 습원 지역이 형성되어 있고, 부산과 경남의 주요한 상수원을 이루고 있으며, 그 일대에는 많은 활성 단층들이 존재하여 이 사건 터널과 교차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터널 공사를 진행하면 지하수 유출 등으로 말미암아 그 자연환경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될 것임이 명백하다.


3) 헌법 제35조 제1항이 보장하는 환경권은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함으로써 그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권리로서 모든 사람에게 다 같이 보장되는 보편적인 권리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고, 그 내용으로서의 ‘환경’이라 함은 자연적 환경을 위시하여 문화적ㆍ사회적 환경을 모두 포함하는 것인바, 부당한 환경 변화나 유해무익한 환경파괴가 초래되는 경우 위와 같은 환경 이익을 누리고 있는 구성원은 그러한 환경 이익의 침해를 사전에 거절하거나 미리 방지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이른바 ‘환경 이익의 부당 침해 방지권’을 가진다.


4) 신청인 도롱뇽은 이 사건 터널의 공사로 인한 신청인 도롱뇽의 생존환경 및 천성산의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헌법상의 환경권 내지 ‘인간은 자연의 파괴로부터 자연 및 자연물을 방위하여야 한다’라는 의미의 ‘자연 방위권’을 근거로 이 사건 공사의 착공금지 가처분을 구한다.


C. 신청인 도롱뇽의 당사자능력 판단


대법원은 ‘자연물’인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에 대하여 당사자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법률이 없고, 이를 인정하는 관습법도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신청인 도롱뇽은 당사자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법상 환경권은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로서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제35조), 헌법 전문은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도록 하며,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ㆍ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제122조) 권한과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국토의 보전에 대한 국가의 권한과 책무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의 일환이다(헌법 제10조 제2문).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개별적 기본권이 아니라 할지라도 기본권 보장의 실질화를 위하여서는, 영토조항만을 근거로 하여 독자적으로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 할지라도, 모든 국가 권능의 정당성 근원인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권리구제를 위하여 그 전제조건으로서 영토에 관한 권리를, 이를테면 영토권이라 구성하여, 이를 헌법소원의 대상인 기본권의 하나로 간주하는 것은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헌재 2001. 3. 21. 99헌마139등).


따라서 도롱뇽은 그 서식지인 국토[영토]의 보전 관련 소송을 진행할 헌법적 권리 또는 최소한 헌법적 이익이 있으므로, 절차법인 민사소송법에 명시적인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당사자능력을 부인할 수 없다.


D. 헌법 제35조 제1항 또는 ‘자연 방위권’에 기한 주장에 관한 판단


1) 먼저, 신청인의 헌법상 환경권 규정을 근거로 한 주장에 관하여 본다. 헌법 제35조 제1항은 환경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법의 해석 및 적용에서도 이러한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헌법 제35조 제2항에서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해 법률로 정하도록 했지만, 입법자에게 무제한의 입법권을 위임한 것은 아니다. 자연의 생명체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은 국토의 보전을 위태롭게 함으로써 인간과 비인간 존재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므로 국회는 마땅히 환경권을 구체화하는 입법을 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


2) 그러나 국회가 입법적 조치를 게을리하여 관련 규정이 미흡하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헌법상의 기본권으로서 환경권의 확인과 보장 의무에 따라, 법률에 명시적으로 반하지 않는 이상 환경권의 내용 및 범위, 권리의 주체 등을 명확히 확인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


3) 법원은 환경의 보전과 생태계 파괴 금지라는 헌법 규범에 따라 국토와 산업의 개발 이익이 중대하고 명백하게 훼손되지 않는 한 ‘환경 또는 생태계에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


4) 신청인이 피보전권리로 내세운 ‘자연 방위권’에 관하여 살펴본다. 자연은 인간의 영원한 생존과 존재의 기반이고, 인간의 일시적 편익에 봉사하거나 인간에 의하여 함부로 개척되고 극복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만큼 자연은 그 자체로서 고유의 가치를 가지며, 또 자연의 파괴라는 것이 회복 불가능한 면이 있는 까닭에 인간은 그 영원한 삶의 유지를 위해서도 자연을 보호하고 그 무분별한 훼손을 해서는 안 된다.


E. 결론


헌법의 여러 규정과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영토권에 따라 신청인이 주장하는 ‘자연방위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신청인이 자연방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민사상의 가처분으로 이 사건 터널 공사의 착공금지를 구할 수 있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 판결 후기


안필섭은 도롱뇽 재판과 지구 온난화를 비교하는 <표 1>을 만들고, 이렇게 설명한다. 도롱뇽 재판과 지구 온난화는 그 기간이나 결과가 길고 짧은 차이, 피해의 규모가 국지적이냐 전 지구적이냐 하는 차이를 보일 뿐 본질적으로는 같다. 개발이나 생산에 따른 혜택을 보기 위한 일이 해당 생태계에서 생명체의 절멸을 포함한 변화를 초래한다(117쪽). 도롱뇽이 살지 못하면 인간도 살 수 없다.


<표 1> 도롱뇽 재판과 지구 온난화

도롱뇽.png


* 이미지 출처: Korean crevice salamander,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Korean_crevice_salamander>, 검색일: 2026. 1. 6.


** 참고문헌

안필섭, “도롱뇽을 위한 나라는 없다: 기후 위기와 불교의 대처”, 종교문화학보, 제18권 제1호, 전남대학교 종교문화연구소, 2021. 6., 105-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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