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불온서적 사건

by 한량돈오

※ 사건의 배경*


국방부는 한총련의 ‘군 도서 보내기 운동’(한총련이 다음 표와 같은 북한찬양, 반미․반정부, 반자본주의 도서를 군에 보내려 한다는 것) 정황을 포착한 첩보에 따라, 23권의 도서를 ‘불온서적’으로 지정함과 동시에 해당 도서의 영내 반입과 열독 금지, 장병과 독신 간부 숙소 단속을 통한 일제 수거 등의 지시를 하달했다.

사회적인 반응은 다음과 같다. ① 출판사와 해당 저자들은 2008. 8.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부의 조치를 비난하고, 국방부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②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 8. 28. 군인권전문위원회의 논의와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하여 이 조치를 헌법 정신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하였다. ③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이후 시민들이 해당 도서를 구입하는 바람에 위 도서들은 많게는 10배에서 적게는 2~3배까지 팔렸다. 일부 책은 절판되어 구할 수 없었다 ④ ‘불놀이’(시민들의 온라인 독서 모임) 같은 단체는 불온서적 읽기 운동 캠페인을 벌였다. ⑤ 불온서적 저자 중 한 사람인 장하준은 당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과 야당인 민주당 등의 초빙 강연 자리에서 자신의 책이 불온서적이 아님을 역설했다. ⑥ 문화관광부장관은 한 강연회에서 청중에게 불온서적 저자 고(故) 권정생 선생의 책에 대한 독서를 권하며 그의 삶을 칭송했다. ⑦ 국가인권위원회는 2009. 10. 재차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위헌성을 가지고 있으며, 장병의 알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전달했다.


<표> ‘불온서적’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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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주문


2008. 7. 22. 국방부장관 이상희(李相憙)의 ‘군내 불온서적 차단 대책 강구 지시’는 군인의 책 읽을 권리를 침해하여 위헌이므로 무효로 하고, 당시 국방부장관 이상희의 파면을 소급하여 적용하여 그 상속자에게서 부당이득을 환수한다.


B. 사건의 개요


국방부장관은 2008. 7. 22. 각 군에 ‘군내 불온서적 차단 대책 강구 지시’를 하달했다. 청구인은 국방부장관의 지시가 청구인의 표현 자유 또는 학문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C. 이 사건 지시의 기본권 침해성


이 사건 지시는 군인인 국민이 자신이 선택한 도서를 자유롭게 소지ㆍ운반ㆍ전파 또는 취득하거나 부대 내에 반입할 수 없게 함으로써 헌법 제21조 등에서 도출되는 기본권인 알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알 권리’는 모든 정보원(情報源)으로부터 일반적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권리이고, ‘일반적’이란 신문, 잡지, 방송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개방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정보’란 양심, 사상, 의견, 지식 등의 형성에 관련이 있는 일절 자료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출판되어 공중에 판매되는 도서 또한 불특정 다수에게 개방된 매체이고, 도서가 담고 있는 정보는 양심, 사상, 의견, 지식 등의 형성에 관련이 있는 자료다.

알 권리가 공공기관의 정보에 대한 공개 청구권을 의미하는 경우는 청구권적 성격을 지니지만,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자유롭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경우는 자유권적 성격을 지니므로, 그러한 권리는 별도의 입법을 할 필요도 없이 보장되는 것이어서, 일반적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수집ㆍ처리함에 있어 알 권리는 별도의 입법이 없더라도 국가권력의 방해를 받음이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헌재 1998. 10. 29. 98헌마4 참조).


이 사건 지시는 출판ㆍ판매되는 일정한 도서에 대하여 취득ㆍ소지 내지는 부대 내의 반입 등을 금지하고 있는바, 이는 일반적인 정보원이라고 할 도서의 취득․소지․반입 등을 제한함으로써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고, 이 사건 지시는 공공기관의 정보에 대한 공개 청구권과 관계된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자유로운 정보 수집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므로,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지 아니하고 보장되는 자유권적 성격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 사건 지시는 정보의 내용에 따라 이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는데, 국가권력이 일정한 학문적, 사상적 내용을 갖고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을 그 내용을 이유로 차단하는 경우는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 형성이 제한되어 학문ㆍ사상ㆍ양심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지시에 따른 알 권리의 제한은 이들 정신적 자유의 제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은 이 사건 지시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


D. 이 사건 지시에 관한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의 문제점


이 사건 지시에 관한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에 대하여 재판관 이공현, 송두환의 반대의견은 이 사건 지시의 위헌성을 적정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 반대의견을 토대로 하여 아래와 같이 판단한다.


1) 정신적 자유의 핵심으로서의 ‘책 읽을 자유’와 그 제한


이 사건 지시는 군인들이 책을 읽을 자유, 즉 자유롭게 읽을 도서를 선택하고, 그 선택한 도서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 즉 독서는 사람이 그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자유롭게 사상을 형성해 나가며 그 인격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긴요한 수단이며, 또한 육체적·정신적으로 어려울 때 정신적 평화를 추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책 읽을 자유’는 단순히 ‘알 권리’의 문제를 넘어서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제19조), 학문의 자유(제22조) 및 행복추구권 등 정신적 자유의 핵심 영역에 위치하는 것이고, 정신적 자유의 최대한 보장은 우리 헌법 가치의 핵심인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인 동시에 자유민주주주의 헌법질서의 전제이기도 하다.

‘책 읽을 자유’에 대한 제한은 정신적 자유의 핵심에 대한 제한이 되는 것이므로, 그 제한에 관하여 위헌 판단을 할 때는 다른 어떤 자유 및 권리에 대한 제한에서보다 더욱 엄격하고 신중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


2) 현대 법치주의 국가에서 기본권 보장과 군인의 기본권


현대 입헌주의 법치국가에서 기본권의 최대한 보장 및 그 제한에 관한 사법 통제의 원칙이 모든 국민에 대하여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 이론이 없을 것인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조건인 정신적 자유권에 대한 보장에 관해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군인의 정신적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일정한 정도 정신적 자유권 등 기본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분단과 휴전상태라고 하여 군인의 책 읽을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이 기초하고 있는 사상의 자유 원리, 민주주의 및 다원주의 원리에 대한 신뢰는 군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오히려 군인은 다양한 가치관에 입각한 정보를 폭넓게 접촉할 수 있도록 하여 사회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지적․사상적 능력을 배양할 수 있게 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직접 체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군의 정신적인 전력 강화를 위하여 군인의 기본권이 제한되어도 무방하다거나 불가피하다는 견해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3) 헌법상 기본적 의무와 헌법 제37조 제2항 비례의 원칙(기본권에 관한 위헌 심사와 헌법상 의무와의 관계)


이 사건과 같이 헌법상 기본적 의무(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여 부과하는 영역에서는 그 의무 부과의 내용과 방법이 합리적이고 공평한지만을 심사하면 되고, 그 외에 기본권제한에 관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 심사는 불필요하다는 취지의 견해가 있으나, 이 역시 동의할 수 없다.


a) 이 사건은 기본권을 내세워서 헌법이 정한 국방의 의무를 부정하거나 거부하는 내용의 사건이 아니다. 이 사건은 군인이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군복무 과정의 일환으로 병영생활을 할 때 개인 생활영역에서 ‘책 읽을 자유’를 과연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이 사건에서 기본권제한에 관한 비례 심사가 불필요하다는 견해는 기본적 의무(국방의무) 사안과 기본 의무와 관련 없는 생활에서 기본권제한에 관한 사안을 구별하지 못한 견해다.


b) 일반적 법리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헌법상 기본적 의무를 구체화하여 부과하는 영역에서는 기본권제한에 관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 심사를 할 여지가 없다는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

헌법이 국민의 기본적 의무를 규정하고 그에 따라 국가가 법률로써 그 의무를 구체화하여 부과하는 경우, 국민이 다른 기본권의 존재를 들어서 국가의 ‘의무 부과 그 자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시민불복종은 시민의 권리이자 책무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헌법상 기본적 의무의 구체적 형성으로 규정된 것이라거나 그와 관련되어 있다는 등의 사정은 그에 대한 비례 심사, 즉 규율의 목적과 취지,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 균형성 등을 순차적으로 검토하면서 꼼꼼하게 따져야 하는 사항이다.


헌법상의 의무를 형성하는 국가 작용과 기본권을 제한하는 국가 작용은 불가분으로 얽혀있어서 양자를 엄밀하게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헌법상의 의무를 형성하는 영역은 그 실질에서 헌법상 의무만이 존재하는 영역이 아니라 기본권에 따라 심사해야 할 영역으로서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납세의무와 국방의무는 공권력 부패의 대표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시민의 관점에서 입법자가 헌법 가치를 최선의 상태로 실현하도록 방안을 찾아야 하고, 법률을 해석할 때도 그렇다. 따라서 기본권과 헌법 의무 사이에 마찰이 있는 것으로 보일 때 헌법상 의무가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에게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이 명령하는 바다.


오늘날 법치주의 헌법에서 모든 국가 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 내에서 발동되고 형성되어야 하고, 국민의 의무 영역을 형성하기 위한 국가 작용에서는 기본권에 따라 공권력 행사를 더욱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그와 같은 국가 작용의 한계를 선언한 것이 바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이다.

헌법상 기본적 의무를 형성하는 영역에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견해는 법치국가 원리에서 기본권의 의미, 헌법 제37조 제2항 비례 원칙의 규범적 가치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


4) 이 사건 지시에서 불온 개념의 문제


a) 이 사건 지시에서 사용하는 ‘불온’이란 개념은 ‘온당하지 아니하다’라고 하는 의미만 담고 있는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이다. 과연 어떤 구체적인 사안이 ‘온당하지 아니한 것인지’ 여부는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 및 시대적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을 사용하는 공권력을 집행하는 기관들은 각각 그 주관적인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불온하다고 판단’하는 서적은 모두 규제할 수 있게 되어, 자의적 집행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b) 다수의견은 불온성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하거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내용으로서, 군인의 정신적 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해석은 ‘불온’이라는 개념만으로는 도저히 도출하기 어려운 무리한 해석이다.

국방부장관의 지시에는 상식적으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하거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도서라고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당수의 도서를 불온 도서로 지정했다. 이것은 불온 개념의 불명확성과 그로 인한 자의적 집행 가능성을 보여주는 생생한 실례(實例)다. 이 사건 지시가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공권력의 자의적 집행 위험성과 그 위험성이 실제로 발현한 사실을 외면한 것이다.


5) 이 사건 지시의 비례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지시는 핵심적 정신적 자유인 ‘책 읽을 자유’를 비례 원칙에 위배하여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어 위헌이다.


a) 이 사건 지시의 목적은 ‘군 장병들이 불온 도서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여 군의 정신적 전력을 유지,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불온 도서의 소지, 취득 등을 일절 금지’는 적정한 방법도 아니다. 다른 심사 기준은 따져볼 필요도 없다.


b) 이 사건 지시는 불온 도서의 불명확성과 판단의 자의성으로 인하여 국방부장관 또는 부대 지휘관 등이 각자의 주관적 가치관에 따라 군인들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게 되어 사상 통제의 수단으로 작동하게 한다. 이와 같은 규제는 기본권제한 측면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정파와 집권 세력을 초월한 국가안보의 추구라는 공익적 측면에서 위험성도 매우 크다.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c) 소결

이 사건 지시는 명확성 원칙과 비례 원칙을 위반하여 군인의 책 읽을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E. 결론


국방부장관의 이 사건 지시는 군인의 인간으로서 핵심적인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행위이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하고, 다수의견을 제출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이러한 중대한 기본권 침해를 바로잡아야 할 헌법적 책무가 있음에도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한 잘못이 큰 점을 지적해 둔다.


* 박지웅, “‘불온’이란 말은 결국 21세기 한반도에서 종식되지 못했다”, 판결비평, 제24차,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2010. 11. 23. <https://www.peoplepower21.org/judiciary/523756?ckattempt=1>, 검색일: 2026.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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