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복무제 사건은 헌법방랑기 09화 ‘양심의 자유’ 편(<https://brunch.co.kr/@idonoh/19>)에서 일부 다루었습니다. 2026년 1월 20일(화) 병역을 거부한 사람이 ‘양심’을 인정받지 못한 채 군대 가라는 국가 명령의 위헌성을 다투다 유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되었습니다. 글의 순서를 바꿔서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반 사건’을 먼저 올립니다.
‘양심수’(가명)는 사회주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서른 살이던 2020년 대체역 편입을 신청했지만, 국방부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양심수의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병무청은 2021년 현역병 입영을 통지했으며, 그는 입영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심사위원회의 결론이 타당하다면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원고의 사회주의 신념은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인 것으로서, 대체역 편입 신청의 이유가 되는 양심에 이르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2024년 10월 25일 상고기각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수’가 기존 입영 통지에 따라 입영할 수는 없었죠. 병역법 위반으로 ‘양심수’는 형사 법정에 섰고, 2심에서도 패소한 겁니다. 형사 2심 판결문은 보지 못했지만, 1심 판결문을 참조하여 다시 판결합니다. 양심의 자유 편에 선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길 바랍니다.
A.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B. 판단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와 쟁점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21. 8. 12.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2021. 9. 6.까지 충남 논산시 연무읍 소재 육군훈련소에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취지의 ○○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송달받고도 입영일인 2021. 9. 6.부터 3일이 지난 날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국방부 대체역 심사위원회에 대체역 편입 신청을 했으나, 위원회는 2021. 7. 16. 피고인의 대체역 편입 신청을 기각으로 결정했다. 위원회의 기각 결정 취소를 구하는 피고인의 행정소송에 대해 행정법원은 2022. 9. 23., 고등법원은 2023. 5. 16., 대법원은 2024. 10. 25. 각각 기각판결을 했다.
피고인은 정치적 신념에 따라 입영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적용하여 기소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본문에서 “현역 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면서, 제1호에서 ‘현역 입영은 3일’이라고 정하고 있다.
제1심은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이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피고인은 병역거부는 헌법 제19조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따른 것이므로, 자신에게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지다.
2) 양심 자유의 헌법적 의미
a)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정하고,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정한다.
양심의 자유는 헌법이 최고의 가치로 상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고 민주주의 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불가결의 전제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양심의 자유는 내면의 가치판단에 따라 양심을 형성하고 그것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를 내면적 자유와 외부적 자유로 구분하지만(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 등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사람이 외부로 드러내는 행동은 내면의 판단을 근거로 하기 마련이므로 국가는 개인의 내면을 함부로 재단해서 안 되는 만큼 개인의 행동을 제한함에 제한을 받는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국가가 개인의 기본적 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까닭이다.
b) 헌법 제19조에서 보호하는 양심은 이른바 ‘착한 마음’ 또는 ‘올바른 생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함을 뜻한다. 이것은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되는 내심 영역이다(헌법재판소 2002. 1. 31. 선고 2001헌바4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고 규정하지만, ‘강력’, ‘진지’, ‘절박’, ‘구체’ 등은 불필요한 개념 요소다. 국가에 개인의 양심을 재단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양심은 개인마다 형성되어 유지되고 실현되는 과정과 모습이 서로 다르고, 그 동기와 내용 역시 다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양심의 자유가 양심의 명령에 반한다는 이유로 법의 명령을 위반할 수 있는 일반적 자유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대립 관계로 설정한다. 어떠한 기본권적 자유도 국가와 법질서를 해체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그러한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04. 8. 26. 선고 200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양심의 자유는 법보다 앞서므로 법의 명령 위반을 따지기 전에 법의 명령이 기본적 인권인 양심의 자유에 반하지 않는지를 따져야 한다. 헌법 제103조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헌법을 맨 앞에 내세운 까닭이다. 헌법의 가장 앞자리에 기본적 인권이 자리잡고 있다. 법의 명령을 앞세운 것은 기본권 옹호자 아닌 국가주의적 준법의 타성에 젖은 탓이다. 기본권적 자유과 ‘국가와 법질서 해체’를 맞서게 한 것도 모순이다. 기본권적 자유는 헌법 제10조에서 명시하듯 개인의 권리다. 개인들이 조직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이상 ‘국가와 법질서 해체’에 이를 수 없다. 다수의 개인이 원한다면 민주주의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지면 된다. 개인을 통제하려는 권위주의적 사고가 기본권적 자유를 옹호하기는커녕 선제적으로 위협하는 양태로 나타난다.
d)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에서 헌법의 양심 자유는 쪼그라든다. 국가가 개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함으로써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상황이 되어서야 양심의 자유가 등장한다. “이러한 강제는 결국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고 국가가 부과하는 의무를 이행하거나, 아니면 내면적 양심을 유지한 채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전까지 양심의 자유는 기본권으로서 공권력에 대항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권자 국민이 헌법을 통해 보장하고 보장받고자 한 기본적 자유는 법률과 법관들의 손아귀에 쥐어진다. 양심의 자유에 대해서는 다른 자유권과 달리 과잉 금지 아닌 과소 보호 금지가 헌법 원칙으로 자리 잡는다.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 실현의 자유는 내면적 양심의 자유와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그에 대한 제한에는 더욱 세심한 배려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는 서술은 단지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후견적 국가주의의 발로다.
3) 양심의 자유와 국방․병역의 의무 그리고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
a)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정하고,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제39조 제2항은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
헌법은 사람의 사상․신념․양심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핵심 요소이므로 국가는 개인의 기본적 인권이 불가침임을 확인하고 사상․신념․양심의 자유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국가에 명령하고 있다. 국가는 군이 개인의 사상․신념․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바탕 위에서 헌법적 의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헌법은 입법권자인 국회가 사상․신념․양심의 자유를 보장함을 전제로 국방의 의무와 병역의무를 과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하여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b) 국회는 주도적으로 사상․신념․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체역 관련 법률을 제정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2018. 6. 28. 2011헌바379등)을 내리고 나서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대법원도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에야 사상․신념․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행정부, 국회, 법원 그리고 헌법재판소도 헌법의 명령인 사상․신념․양심의 자유 보장에 소홀했음을 반성하고 병역거부로 형사처벌 당한 사람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c) 대체역 제도가 도입된 이후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가지는 의미는, 대체역 편입 신청을 한 병역거부자가 이 사건 피고와 같이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기각 결정과 그 위원회의 기각 결정에 대한 취소소송 기각판결에 따라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한 최후의 보장 장치이다.
병역법의 위 조항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벌할 수 없는데, 여기에서 정당한 사유는 구성요건 해당성을 조각하는 사유이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정당한 사유는 사상․신념․양심의 자유 등을 보장받지 못한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관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불확정개념으로서, 실정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막고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위 조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이 한치의 허술함도 없이 구현되도록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d) 병역법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중 병역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먼저 국방의 의무는 헌법이 명시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논리 체계상 전시에 해당하는 의무다. 상비군을 운용하고 징병제를 취하는 제도 탓에 평시에도 병역의무가 부과되는 만큼 병역 관련 법제의 제정과 운용에서 기본적 인권의 보장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불확정개념으로서 ‘정당한 사유’를 규정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법관은 ‘정당한 사유’를 해석할 때 헌법의 기본권 보장의 의미를 반드시 충분하게 반영해야 한다.
e)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다. 대법원이 표현하듯 “양심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고 병역의무의 이행이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즉 “양심을 포기할 수 없고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불이행에 따르는 어떠한 제재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심사 기준은 병역거부에 대한 과잉의 제약이다.
f)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 입영 거부 행위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실제 재판에서는 대부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병역법 시행령 제136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정한 전시근로역 편입 대상에 해당하는 1년 6개월 이상 징역형의 실형을 일률적으로 선고하고 있다.
양심․신념․사상을 이유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 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춰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화주의를 지향하는 헌법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국가가 심사․판단한 ‘진정한 양심’이 아니라도 개인이 자신의 양심․신념․사상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다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그것이 헌법의 ‘진정한 뜻이자 명령’이다.
g) 대체복무제가 도입된 이후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는 일은 대체 복무 제도가 기본적 인권을 충분하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 보충적 의미가 있다. 현재의 대체 복무 제도에서 양심․신념․사상을 인정받지 못하여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있는 피고인에게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C.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심리와 판단’에 대한 기존 대법원 판례의 변경
1) 기존 대법원 판례의 논지는 아래와 같다.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심리하여 판단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①여기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한다.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 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②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 ③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그것이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반드시 고정불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④그 신념은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⑤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설령 ⑥병역거부자가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①누구도 다른 사람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지 알 수 없다. ②병역거부에서 요청하는 신념은 삶 전체가 아니라 병역 관련한 신념이다. ③사람의 신념은 변하므로 병역을 거부할 때 자신의 신념을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④사람의 내심을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실체를 확인할 수 없어 그 사람의 말을 신뢰한다. ⑤어떤 신념이든 맥락에 따라 작동하므로 평화에 적대하는 모순이 아니라면 그의 신념은 진실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⑥병역거부자가 깊고 확고한 신념을 말한다면, 타자의 관점에서 일관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병역거부자의 신념을 보호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기본적 인권으로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까닭이다.
2) 기존 대법원 판례의 논지는 아래와 같다.
“구체적인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위와 같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예컨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이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적극적인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 과정, 학교생활, 사회 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하여 형성되고, 또한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실제 삶으로 표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신(神)이 아닌 이상 개인 내면의 진실성을 가려낼 수 없고, “간접사실 또는 정황 사실”로 증명하라고 강제할 수 없으며, 과거의 삶이나 그의 종교활동 등을 개인의 신념과 연동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헌법이 공권력에 금지하고 있는 일이다. 그것은 곧 기본권 침해로서 위헌이다.
3) 기존 대법원 판례의 논지는 아래와 같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6도6445 판결 등 참조). 다만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마치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위와 같은 불명확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그 존재를 주장·증명하는 것이 좀 더 쉬우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증명 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자신의 병역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 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때 병역거부자가 제시해야 할 소명 자료는 적어도 검사가 그에 기초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은 기본적 인권 목록에서 양심의 자유를 추방함은 물론 국가에 유죄를 입증하게 하는 원칙을 뒤집어 검사 편의주의 편에 서는, 중대한 헌법 위반의 ‘죄’를 저질렀다.
D. 이 사건의 해결
피고인은 사상․신념․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화가 때늦은 데다 불충분하여 사상․신념․양심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했음은 물론 그것을 바로잡는 제도까지 불충분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당했으며 자신의 기본적 인권을 방어하고자 삶이 피폐해졌음이 분명할 터다. 원심은 피고인이 자신의 양심에 반하여 군대에 가지 않는다고 법정 구속했다.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입영 거부 행위는 신념과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에서 본 판단 방법에 따라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하여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심의 판단에는 헌법의 기본적 인권 보장 법리와 국방․병역 의무 법리 그리고 병역거부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E.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판결문은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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