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입니다. 양심의 자유는 헌법적 개념인데요. 헌법 제19조에서 양심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에서 양심 역시 옳고 그름에 관해 판단하는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헌재 2002. 1. 31. 2001헌바43).
헌법의 양심 자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적 의식 또는 마음가짐이 개인의 주관적 가치판단이라는 점입니다. 타인 또는 제삼자, 더욱이 국가는 개인의 도덕적 가치판단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거나 개입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없고 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헌법에서 양심은 세계관・인생관・주의・신조 등은 물론 이에 이르지 아니하여도 개인의 인격 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서의 가치적·윤리적 판단을 모두 포함합니다.
다시 말하면, 양심의 자유는 개인의 주관적 가치판단 그 자체를 보호합니다. 국가기관은 개인의 판단 그 자체를 존중하고 비난하거나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윤리 문제는 다른 존재와 연관성에서 판단되지만, 양심은 자기만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양심은 그 대상이나 내용 또는 동기에 의하여 판단될 수 없으며, 특히 양심상의 결정이 이성적·합리적인가, 타당한가 또는 법질서나 사회규범·도덕률과 일치하는가 하는 관점은 양심의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헌재 2004. 8. 26. 2002헌가1; 헌재 2004. 10. 28. 2004헌바61 등; 헌재 2011. 8. 30. 2008헌가22등)라고 말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관련 결정에서 사법심사의 조작 도구로서 양심 개념을 규정합니다.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자가 제정한 법률을 위헌으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양심 개념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병역 거부와 관련하여 양심의 자유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양심 개념이 “헌법상 보호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라고 다소 엄격하게 양심 개념을 정의합니다(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 383, 2012헌바15, 32, 86, 129, 181, 182, 193, 227, 228, 250, 271, 281, 282, 283, 287, 324, 2013헌바273, 2015헌바73, 2016헌바360, 2017헌바225(병합); 2012헌가17, 2013헌가5, 23, 27, 2014헌가8, 2015헌가5(병합)). 이것은 가장 좁은 의미의 양심 개념입니다. 국방의무 내용 중 하나로서 병역의무라는 헌법적 이익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국가기관에서 헌법재판소의 양심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헌법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면 위헌성이 높습니다. 특히 양심적 병역 거부 또는 병역거부자에게 이러한 양심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국회의 입법으로 병역 거부를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양심적 병역 거부는 양심 자유의 구체적 보호 범위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헌법적 보호 가치를 획득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양심의 자유는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관련하여 격렬하게 논의되었습니다.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면, 군대 가는 사람은 양심이 없다는 거냐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양심 개념에 따르면 병역을 거부하거나 군대를 가거나 모두 개인의 양심에 따른 행동입니다. 기본권은 시민들끼리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개인의 관계입니다.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의 기본적 인권 행사에 대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범위 안에서만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게 절대 쉽지 않습니다. 개인 내면의 영역인 양심을 국가가 함부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양심의 자유 침해이기 때문이죠.
다만, 국가안전보장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해소했습니다. 병역 거부가 국방력에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논거는 ① “병역자원이나 전투력의 감소를 논할 정도로 의미 있는 규모가 아니고”, ② “대체복무를 이행하게 된다고 해서 병역자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으며”, ③ “현대전은 정보전⋅과학전의 양상을 띠므로, 전체 국방력에서 병역자원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 383, 2012헌바15, 32, 86, 129, 181, 182, 193, 227, 228, 250, 271, 281, 282, 283, 287, 324, 2013헌바273, 2015헌바73, 2016헌바360, 2017헌바225(병합); 2012헌가17, 2013헌가5, 23, 27, 2014헌가8, 2015헌가5(병합)).
한편 사회질서는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인데요. 사실 이 형평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관리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전심사절차와 엄격한 사후관리절차를 갖출 경우,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가려내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라고 판단했지만요. 헌법재판소가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기간과 관련하여 형평성을 확보해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심사의 곤란성과 병역기피자의 증가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고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논변이었죠.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의 기간이나 고역의 정도가 과도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라 하더라도 도저히 이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대체복무제를 유명무실하게 하거나 징벌로 기능하게 할 수 있으며 또 다른 기본권 침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헌재 2018. 6. 28. 2011헌바379등).
현재 대체역 제도는 대체역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해서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데요. 양심에 대한 심사라는 점에서 논란이 됩니다. 대체역으로 편입되어도 36개월 동안 교도소에서 합숙 형태로 복무를 합니다. 이러한 제도가 과연 헌법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지 의문입니다. 국가가 현역 복무자를 내세워 양심적 병역거부권자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꼴이죠. 역으로 대체역 복무자를 내세워 현역 복무자를 위무하는 것이기도 하죠. 형평성이라는 이유로 국가가 시민을 갈라 치기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국가안보와 병역의 의무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상관관계도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 conscience mot ou concept représenté par des carreaux de lettres en bois sur une table en bois avec des lunettes et un livre, 제작자 lexiconimages, 치수 4539x2942 px, 파일 유형 JPEG, 범주 비즈니스, 라이선스 유형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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