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입법 금지 원칙은 사전에 규정된 입법 이전의 과거 행위에 대해 행위 이후 제정한 법률을 적용하여 처벌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헌법상의 원칙입니다. 법은 원칙적으로 법 제정 이후의 미래에 발생하는 일에 적용되어야 하며, 과거의 행위에 대해 소급하여 적용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법적 안정성과 국민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는 행위 시의 법률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행위로 소추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을 제한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은 이러한 헌법 규정과 무관하게 법치주의 원칙의 핵심 내용 중 하나입니다. 헌법 제13조는 법치주의 원칙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법치주의는 정의의 실현과 아울러 법적안정성 내지 신뢰보호를 목표로 삼습니다. 국민이 행위 시의 법률을 신뢰하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였다면 그러한 신뢰가 보호가치가 있는 한 입법자가 이를 함부로 박탈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법의 본질은 요구 내지 금지규범으로서 수범자[법을 준수해야 할 대상]의 행위를 향도하고 지시하는 데 있죠. 수범자가 실정법을 믿고 구체적 행위를 한 것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법의 본질 내지 법치주의의 목표가 심각히 훼손되는 결과가 됩니다. 그것은 곧 시민의 불신을 초래하겠죠. 그러니까 입법자로서의 국가 역시 자신이 유효하게 정립한 법규범에 원칙적으로 구속되어야 합니다(헌재 1995. 10. 26. 94헌바12).
소급입법 금지 원칙을 구체화한 대표적인 원칙이 형벌불소급의 원칙입니다. 형벌과 관련된 법률은 소급하여 적용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즉, 어떤 행위를 한 시점에 법에 처벌 규정이 없었다면, 나중에 그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 만들어져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시민의 신체 자유를 보장하는 면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헌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이죠.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공소시효가 완료되었는데, 법률로써 공소시효를 연장하여 기소하여 재판을 통해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경우요. 재판관 김진우,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은 이런 이유로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헌재 1996. 2. 16. 96헌가2등).
일단 소급입법을 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으로 나누는데요. 진정소급입법은 기존의 법에 의하여 형성되어 이미 굳어진 개인의 법적 지위를 사후입법을 통하여 박탈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입법입니다. 소급입법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원리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임은 위에서 확인했지요,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 즉 기존의 법을 변경하여야 할 공익적 필요는 심히 중대한 반면에 그 법적 지위에 대한 개인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헌재 1989. 3. 17. 88헌마1; 1989. 12. 18. 89헌마32․33 결정 등 참조).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로는 일반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웠거나 하여 보호할 만한 신뢰의 이익이 적은 경우와 소급입법에 의한 당사자의 손실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경우, 그리고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되는 경우는 구법에 의하여 보장된 국민의 법적 지위에 대한 신뢰가 보호할 만한 가치가 없거나 지극히 적은 경우와 소급입법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이 매우 중대하여 예외적으로 구법에 의한 법적 상태의 존속을 요구하는 국민의 신뢰보호이익에 비하여 현저히 우선하는 경우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공익”적 필요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문제를 심사할 때 부진정소급입법의 경우에서 신뢰보호의 요청과 서로 비교형량되는 단순한 공익상의 사유보다도 훨씬 엄격한 조건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즉, 매우 중대한 공익이 존재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러한 진정소급입법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진정소급입법을 헌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이러한 예외사유가 존재하는 여부는 특별법과 같이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직결되는 등 중요한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유발하는 입법에 있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헌정질서파괴범의 경우에는 공소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 지위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매우 미약하겠죠. 예를 들면, 반란행위와 내란행위자들이 반란행위와 내란행위를 통해 헌법질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그로 인하여 민주주의가 장기간 후퇴한다면, 그래서 많은 시민의 생명과 신체가 침해되거나 시민의 자유가 장기간 억압되는 등 시민에게 끼친 고통과 해악이 너무도 심대한 경우요.
그리고 만약에 군사반란행위자들과 내란행위자들 중 주모자가 쿠데타를 통하여 정권을 장악하고 강화한 뒤에 대통령직에 오르거나 대통령의 권한을 휘두른다면, 군사반란행위자들과 내란행위자들에 대한 형사소추가 그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동안에는 사실상 불가능하죠. 그러니까 이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죠.
그리고 공소시효완성으로 인한 이익은 단순한 법률적 차원의 이익이고,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적 법익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반면 집권과정이나 통치과정에서 헌정질서파괴범죄를 범한 자들을 응징하여 정의를 회복하여 왜곡된 헌정사의 흐름을 바로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공익입니다. 더욱이 앞으로 헌정사에 다시는 그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을 위한 헌정사적 이정표를 마련하는 것은 주권자의 당연한 요구이자 여망이며, 언제나 시대적 과제가 됩니다.
그러므로 반란행위자들과 내란행위자들의 군사반란죄나 내란죄의 공소시효완성으로 인한 법적 지위에 대한 신뢰이익이 보호받을 가치가 별로 크지 않음에 비하여 공소시효를 정지하거나 연장하는 법률조항은 위 행위자들의 신뢰이익이나 법적 안정성을 물리치고도 남을 만큼 월등히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법률조항이 위 행위자들의 공소시효완성에 따르는 법적 지위를 소급적으로 박탈하고, 그들에 대한 형사소추를 가능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합헌성 인정에서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이 법률조항이 공소시효의 완성이라는 헌법상의 기본권이 아닌 단순한 법률적 이익에 대한 위와 같은 미약한 신뢰보호의 필요성에 현저히 우선하는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헌법적으로 정당화됩니다. 헌정사에서 공소시효에 관한 진정소급입법을 단 한번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허용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경우가 진정소급입법의 원칙적 금지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예외는 대체 어디에 해당되고 무엇을 위한 예외인지 진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형벌뿐만 아니라 모든 법률에 대해 소급 적용을 금지하는 원칙입니다만, 예외적으로 국민에게 유리한 법률의 경우 소급 적용이 허용될 수 있습니다.
과거 헌법 중 1945년 헌법은 친일 반민족행위자에 대해, 1960년 헌법은 3·15 부정선거 관련자에 대해 소급입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현행 헌법은 소급입법의 근거가 없습니다만, 헌정질서파괴범에 대해서는 소급입법을 통해서라도 처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치주의 원칙은 시민에게는 절대적으로 보장해야 할 헌법원칙이지만, 헌정질서파괴범, 예를 들면 2024년 12·3 내란 관련자들에게는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예외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의 형법만으로 충분히 처벌하거나 관련 법제에 따라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야 권력자가 다시는 비상계엄을 이용하여 내란을 일으키거나 독재적으로 권력을 강화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공간이 열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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