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주권자의 법입니다. 헌법을 지키는 일은 주권자의 몫이고 그러한 권리 또는 권력은 사물의 본성으로서 당연한 자연의 이치입니다. 별도의 확인이나 규정이 없어도 당연한 권리이자 권력입니다.
헌법학에서 헌법의 보전[보장]은 헌법의 핵심적 규범이나 내용이 헌법에 대한 침해로 말미암아 변질되거나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헌법에 대한 침해행위를 사전 예방하거나 사후에 배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항권은 민주적․법치국가적 기본질서 또는 기본권보장체계를 위협하거나 침해하는 공권력에 대하여 더 이상의 합법적인 대응수단이 없는 경우에,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민주적․법치국가적 기본질서를 유지․회복하고 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하여 공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최후의 비상 수단의 권리를 말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저항권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저항권은 국가권력에 의하여 헌법의 기본원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행하여지고 그 침해가 헌법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 다른 합법적인 구제 수단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국민이 자기의 권리․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실력으로 저항하는 권리이다.”(헌재 1997. 9. 25. 97헌가4)라고요.
저항권은 근대 입헌국가 성립 이전에는 절대주의적 압제의 국가지상주의 또는 법적 안정성 우위에 대한 자유주의 사상의 투쟁적 표현이었습니다. 그것은 혁명권으로 현상했습니다. 시민계급은 절대주의 왕권이 요청하는 ‘정의=법적 안정성’에 대해 ‘정의=자유의 가치이념’을 내걸었는데요. 그렇지만 이 투쟁에서 승리하자 천천히 자유의 깃발 아래 얻은 전리품(시민계급 중심의 근대적 인권과 민주제도)을 새로운 법적 안정성의 이념 아래에 놓습니다.
민주제도와 인권의 두 원리를 일단 법 제도 내로 끌어들인 근대․현대 입헌국가에서 저항권 고유의 문제는 민주제도 원리에 대해서 인권이 우위에 있다는 의미에서 자유 이념의 내부 조정의 문제로 치환됩니다. 즉 민주적 절차에 따른다 해도 기본적 인권에 대한 침해는 자유 이념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에서 1776년의 독립선언 이후 각 주의 권리장전에서 저항권을 인정했습니다. 독립선언문은 “어떠한 정부형태이든 천부적 인권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을 훼손하면 정부를 변경하거나 폐지하고,… 신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임을 확신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1789년의 인권선언 제2조에서 저항권을 인정했습니다. “모든 정치적 결합의 목적은 자연적인 권리와 절대적인 인권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권리는 자유․재산․안전권과 압제에 대하여 저항하는 권리를 말한다.”라고요. 이후 1791년 헌법과 1793년 헌법에서도 저항권을 인정했습니다. 1793년의 선언은 ‘절대 존재’와 ‘자연권’을 재도입했거든요. 그리고 압제에 대한 저항권뿐만 아니라 지롱드파를 공포에 빠뜨렸던 반란권도 인정했습니다.
독일에서는 1848년 혁명의 실패를 계기로 저항권 사상이 사멸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일반적인 견해도 저항권은 최후에 남겨진 자연법상의 권리이므로 그 본질상 미리 법으로 규정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1949년 서독의 기본법은 저항권 규정이 없다가 1968년의 개헌에서 제20조 제4항을 추가하여 실정법에 편입했습니다. “모든 독일인은 이러한 질서(민주적, 사회적 연방 국가 질서)를 폐지하려고 하는 모든 자에 대하여 다른 구제 수단이 불가능한 때에는 저항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규정입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영향을 미쳤는데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956. 8. 17. 독일공산당(KPD)에 대한 위헌판결에서 저항권이론을 주장한 것에 관해 저항권의 본질을 언급했습니다. “저항권은 단지 보수적인 의미에서 … 법(헌법) 질서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한 헌법 보장 수단으로써만 인정될 수 있다. … 불법은 명백한 것이어야 … 모든 법적 수단이 유효한 구제 방법이 될 수 있는 전망이 거의 없고 … 유일한 수단이라야 한다.”[BVerfGE 5, 85(95)]라고요.
이러한 내용은 우리나라의 헌법학계에 거의 그대로 수용되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저항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민청학련사건에서 “‘저항권’ 자체의 개념이 막연할 뿐만 아니라, … 실존하는 실정법질서를 무시한 초실정법적인 자연법질서에서의 권리주장이며 … 실정법의 범주 내에서 국가의 법적 질서의 유지를 그 사명으로 하는 사법기능을 담당하는 재판권 행사에 대하여 … 초법규적인 권리개념으로서 현행 실정법에 위배된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서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75. 4. 8. 74도3323 ). 다만 김재규 사건에서 “저항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재판규범으로서의 성격을 배제할 근거가 없다.”라는 소수의견이 있었을 뿐입니다(대법원 1980. 5. 20. 80도306).
서구의 근대 헌법 이념이 등장하기 전까지 헌법은 권력 지배의 조직 또는 구조․체제였습니다. 근대 이후 헌법의 역사는 기존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기성의 헌법 이념과 헌법 규범을 넘어서는 새로운 헌법 이념과 헌법 규범을 낳는 신진대사의 역사 과정입니다. 그것은 근대만의 특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역사적으로 보편적인 헌법 이념은 억압적인 권력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하여 스스로 해방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과거보다 덜 구속적인 세상을 꿈꾸고 말하며 실천하고 투쟁함으로써 기존 헌법 체제를 끊임없이 바꿔 쓰고 있습니다.
저항권에 대한 기존의 해석은 지나치게 보수적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유토피아가 아닙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사회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점에서 혁명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미 세상은 너무 단단해져서 쉽게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좌절할 일은 아닙니다. 끊임없이 맞서 싸우는 항쟁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헌정사도 그랬습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평화적인 방법과 수단에 따라야겠지요. 그렇다고 물리적 폭력을 방치할 수도 없습니다. 어떤 폭력이 어떻게 현상하거나 비가시적으로 존재하는지 드러내는 일부터 시작해야겠지요.
저항권과 혁명권 사이의 항쟁권이 어떤 의미이고 그것의 제도화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항쟁과 제도화, 모순이지요. 세상의 이치이기도하고요.
* a french revolution illustration, abstract concept art, 제작자 Japanese_Brush, AI로 생성됨, 편집상의 사용은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허위여서는 안 됩니다. 치수 6390 x 3594px, 파일 유형 JPEG, 범주 풍경, 라이선스 유형 표준
** Black lives matter protest banner. Fist raised up. Generative AI illustration, 제작자 4kate, AI로 생성됨, 편집상의 사용은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허위여서는 안 됩니다. 치수 4608 x 3072px, 파일 유형 JPEG, 범주 사회 문제, 라이선스 유형 표준
#저항권 #혁명권 #항쟁권 #한량돈오 #오동석 #헌법방랑기 #헌법방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