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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by 한량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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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에게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은 마치 사극에서 갓 쓴 사람이 TV를 뛰쳐나온 듯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1979년 비상계엄 이래 45년 만이니 상당 수의 사람에게는 책 속에서만 보던 단어였을 테니까요.


서구의 근대 이래 입헌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국가권력의 분립을 규정한 헌법에 따라 통치합니다. 권력의 집중이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보아 권력을 나누어 서로 견제하게 하는 장치를 마련합니다.


입헌 민주주의 국가체제는 비상사태 시에는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비상사태 시에는 공권력을 신속하게 행사하거나 일사불란하게 작동하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권력을 분립하여 서로 견제하게 하는 헌법의 작동 방식을 고수하기보다 매우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는 거죠. 국가긴급권은 일시적으로 권력을 집중함으로써 비상사태를 신속하게 해소하기 위한 제도인 거죠.


현재의 헌법은 국가긴급권으로서 대통령에게 긴급명령권, 긴급재정경제명령권, 긴급재정경제처분권, 계엄선포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계엄은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병력을 사용하는 긴급 비상의 조치입니다.


헌법 제77조 제1항에 따라,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의 두 종류가 있는데요(헌법 제77조 제2항). 이 중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헌법 제77조 제3항).


다시 말하면, 계엄은 ①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상황에서, ② ⓐ군사상의 필요가 있거나(군사계엄),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행정계엄), ③ 대통령(국가원수)이, ④ ⓐ전국 또는 ⓑ일정한 지역을 ⑤ 병력으로써 경비하고, ⑥ 당해 지역의 행정사무와 사법사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⑦ 군의 관할 아래 두며, ⑧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일부 기본권까지도 제한할 수 있는 ⑨ 예외적인 긴급권을 말합니다. 헌법조문에 따라 개념을 정의하다 보니 문장이 너무 길었죠?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계엄선포권도 예외적 권한인 만큼 정부 내의 절차적 제한과 정부 외에서 국회의 견제 권한이 있습니다. 먼저 정부 내의 절차적 제한으로서 대통령의 계엄과 그 해제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헌법 제89조 제5호).


더 중요한 것은 국회의 견제 권한입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때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계엄선포 사실을 통고하여야 합니다(헌법 제77조 제4항). 만약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하고요(헌법 제77조 제5항).


한국에서 최초의 비상계엄은 여․순사건 관련하여 1948년 10월 22일에 선포되었습니다. 계엄법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1949년 11월 24일에 제정되었습니다. 1948년 10월의 선포는 계엄법 제정 전이었던 거죠. 더욱이 선포자는 제5여단 사령부 김백일이었습니다. 대통령의 계엄선포는 10월 25일이었습니다. 1948년 11월 17일의 제주 4·3 항쟁 관련한 제주도 지역 계엄령 선포 역시 대통령에 의한 것이었지만, 계엄법 제정 전이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당시 대통령 윤석열은 오후 10시 23분경 긴급 브리핑에서 11시를 기해 전국 단위의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명분은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에 따라 발표한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의 주요 내용은, ① 국회와 정당 활동 그리고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② 모든 언론과 출판에 대한 계엄사 통제, ③ 파업과 태업 그리고 집회행위 금지, ④ 포고령 위반 시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 하여 ‘처단’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곧바로 계엄사령부는 제1공수특전여단과 제707 특수임무단 등 소속 특수부대 무장병력을 투입하여 국회의사당 등에 진입했습니다. 다만,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 처리됨에 따라 비상계엄은 그 법적 효력을 상실했고, 정부는 오전 4시경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계엄 해제를 선포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국회가 의회민주주의의 중심으로서 입법기관이고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국정통제기관이라는 점입니다. 대통령의 계엄선포에 대한 해제 요구는 물론 조약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 선전포고 등 군 관련 행위의 동의권,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권 등 민주공화국에서 매우 핵심적인 권한이 국회에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군사반란 세력 또는 유신 독재정권은 국회를 해산함으로써 그 기능을 마비시켰습니다. 한편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폐지했던 거죠.


국회 또는 국회에 대한 심판은 오로지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만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비상계엄은 한국의 헌정사에서 한 번도 헌법 규범대로 구현된 적이 없었습니다. 헌법 제77조에서 계엄의 핵심 내용은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인데, 그런 경우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전쟁 때는 필요하지 않았냐는 의견이 있겠지만, 전시라 해도 군은 전투에 집중하고 치안 질서는 경찰에 맡기면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시민의 정당한 기본권 행사에 대해 군은 물론 경찰이 필요 이상으로 물리력을 행사해서 오히려 문제였습니다.


논쟁의 여지가 많은 주제입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Military Barricades in Urban Setting - Tension and Control in Martial Law Intersection 제작자 Nakarin AI로 생성됨 편집상의 사용은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허위여서는 안 됩니다. 치수 6720 x 2880px 파일 유형 JPEG 범주 사람 라이선스 유형 표준

** The Martial law on Black Background concept 3d rendering. 제작자 niphon 치수 3840 x 2160px 파일 유형 JPEG 범주 비즈니스 라이선스 유형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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