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67조 제4항
헌법 제67조 제4항은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6조 제1항 제1문은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40세 이상의 사람만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있게 하는 걸까요? 만약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서 국회의원 피선거권처럼 18세 이상으로 규정한다면, 이 법률조항은 위헌일까요? 어떤 절차를 거쳐 이 법률조항을 위헌이라고 선언할 수 있을까요?
피선거권 나이는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 문제입니다. 공무담임권은 공직을 맡을 기회를 보장받는 것이어서 그 효력이 강하지 않습니다. 국회가 다소 자유롭게 피선거권 관련 내용을 정할 권한을 가집니다(헌재 2005. 4. 28. 2004헌마219).
그렇지만 피선거권 연령을 너무 높게 설정하면 공직에 취임할 기회를 침해할 여지가 있습니다. 평등권 문제도 발생하죠. 다만, 어떤 공익적 이유가 있다면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대의민주주의 통치질서에서 국가기능의 확대 및 복잡화에 따른 대의기관의 전문성 확보”, “대의활동 능력 및 정치적 인식능력에 대한 요구, 이러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기 위하여 요구되는 정규 또는 비정규적인 교육과정과 직접 또는 간접적인 경험을 쌓는 데 소요되는 최소한의 기간, 국가정책결정권자의 성실한 납세 및 병역 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와 요청 그리고 선거권의 행사연령에 비하여 피선거권의 행사연령을 일반적으로 높게 정하는 주요 국가의 입법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헌재 2005. 4. 28. 2004헌마219).
그런데 말입니다. 이미 나이 말고도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가 되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넘어야 할 산이 높습니다. 일단 정당 추천을 받아야 합니다(법 제47조 제1항). 무소속으로 나오려면 “5 이상의 시.도에 나누어 하나의 시.도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선거권자의 수를 700인 이상으로 한 3천500인 이상 6천 인 이하”의 추천을 받아야 합니다(법 제48조 제2항 제1호). 기탁금도 3억 원을 내야 합니다(법 제56조 제1항 제1호)
가장 결정적인 것은 위의 산을 다 넘었다고 하더라도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유권자들이 그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으면 됩니다.
결국 남는 문제는 40세 미만인데, 여러 모로 뛰어난 정치인이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30대 대통령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이런 제한이 필요할까요? 저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국회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서 18세 이상으로 대통령 피선거권 나이를 낮춘다면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 나이는 25세 이상이었는데, 2022. 1. 18. 개정을 통해 선거권 나이와 같은 18세 이상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누가 헌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40세 이상인 사람이? 만약 그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이라면, 너무 자신 없는 모습으로 보일 듯합니다. 피선거권자에게는 헌법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어 보이지 않고요.
만약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송이 제기된다면 헌법재판소는 어떻게 결정할까요? 헌법에 4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위헌이라고 할까요? 헌법을 지킨다는 것이 헌법 문언대로 따라야 하는 걸까요? 헌법의 취지에 따르면, 40세 이상의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행 규정일까요?
헌법재판소는 평화적 생존권이라는 기본권을 인정했다가 부정한 사례도 있는데, 대통령 피선거권 나이를 40세 이상으로 정한 헌법 문언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단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듯합니다. 헌법물신주의라고 생각합니다. 헌법의 부정의하거나 불합리한 조항까지도 무조건 신봉하는 것이 헌법물심주의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 국회의원 피선거권 나이를 25세 이상으로 정한 것에 대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의 ‘40세 이상‘ 부분이 헌법 제67조 제4항의 ‘40세’에 직접 근거하고 실질적으로 내용을 같이 하므로 공직선거법에 대한 기본권침해 주장은 헌법조항을 다투는 것이어서 위헌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헌재 2020. 9. 29. 2020헌마1223).
대통령 피선거권의 나이를 낮추는 공직선거법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개헌하지 않아도 인권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헌법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요. 무엇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길인지 헌법 조문에 얽매이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모든 논의는 국회가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을 일입니다. 그래도 국회가 헌법의 최소한의 또는 최저의 선을 넘어 기본권을 증진하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상상해 봅니다.
* [憲法方浪] ‘헌법방랑’ 프로젝트는 헌법 방법론을 탐구하여 유랑하는 프로젝트로서 통상적인 ‘放浪’과 달리 방법론의 유랑이라는 점에서 ‘方浪’이라고 씁니다.
#대통령피선거권 #40세 #헌법물신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