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 편입 신청 기각 결정 사건

by 한량돈오

※ 서울고등법원 제1-3행정부는 원고 나단이 대체역 편입신청 기각 결정 취소 등 사건의 제1심판결(서울행정법원 2022. 9. 23. 선고 2021구합82199 판결)에 불복하여 피고[피항소인] 대체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항소한 사건(2022누62330)에서 기각으로 판결했습니다. 제1심에서는 대체역심사위원회 외에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2021. 7. 23. 현역병 입영 통지 처분 취소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내가 다시 한 판결’의 내용은 현재의 한국 사법제도와 부합하지 않습니다.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에 대한 고민은 어느 정도의 글이 모아져서 생각이 정리되면, 따로 제안하겠습니다.


A.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인용한다.

2. 피고 대체역심사위원회의 대체역 편입신청 기각 결정을 취소하고, 원고를 대체역으로 편입한다. 원고의 복무기간은 복무기간 36개월에서 피고의 기각 결정이 원고에게 송달된 2021. 8. 24. 로부터 제2심판결 선고일인 2023. 5. 16. 까지의 기간을 제외한 기간으로 한다.

3. 피고 서울지방병무청장이 2021. 7. 23. 한 현역병 입영 통지 처분을 취소한다.

4. 항소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B. 원고의 청구취지와 항소 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가 2021. 7. 16. 원고에 대하여 한 대체역 편입신청 기각 결정을 취소한다.


C. 판단 이유


1. 처분의 경위


a) 원고는 2009. 8. 31. 병역 판정 검사에서 신체등급 2급 판정을 받아 현역병 입영대상 처분을 받았고, 몇 차례 징집을 연기했다.


b) 피고 병무청장은 2020. 10. 12. 원고에게 “2020. 10. 19. 육군훈련소에 입소하라.”라는 현역병 입영 통지를 했다.


c)

1) 원고는 2020. 10. 13. “사회주의자로서, 자본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국가의 폭력기구인 군대라는 조직에 입영할 수 없다는 개인적 신념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하고 대체역으로 복무를 이행하고자 한다.”라고 주장하며, 대체역심사위원회(아래 ‘피고 위원회’라 한다)에 병역법 제5조 제1항 제6호에 따른 대체역 편입을 신청했다. 피고 병무청장은 2020. 10. 13. 원고의 대체역 편입 신청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징집을 연기했다.


2) 피고 위원회는 2021. 7. 16.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대체역 편입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고, 2021. 8. 24. 원고에게 이를 송달했다(아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① 원고는 사회주의 사상에 기반하여 군 복무를 거부하고 있으나, 모든 폭력과 전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지 않은 주체, 목적, 방법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전쟁에 한하여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신념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② 원고는 교정시설에 복무하는 대체역을 신청하면서 군대와 교정시설 모두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가의 폭력기구임을 인정하였는데, 이는 원고가 국가 폭력기구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는 원고의 군 복무 거부 신념과 모순된다.

③ 원고는 대체역 복무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 표현할 수 없다면 중간에 대체역 복무를 그만둘 수 있고, 군복무 거부로 인한 형사처벌을 감수하기보다는 망명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하는 등 대체역 복무 이행에 대한 진지하고 확고한 의지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d) 피고 병무청장은 2021. 7. 23. 원고에 대하여 “2021. 9. 6.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에 입영하라.”라는 현역병 입영통지를 했다(아래 ‘이 사건 입영통지’라 한다). 원고가 위 입영일시에 입영하지 않자, 피고 병무청장은 2021. 9. 24. 서울동대문경찰서장에게 병역법 제88조 위반 혐의로 원고를 고발했다.


2. 원고 주장의 요지


a) 피고 위원회는 이 사건 처분의 심사 과정에서 원고에게 심사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양심의 내용을 표명하도록 강제했고, 원고의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타당함을 평가하려는 질문, 원고의 신념이 비현실적이라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이러한 심사 방법은 그 자체로 양심 자유를 침해하고 원고를 등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대체역 신청을 한 다른 신청자와 달리 취급한 것으로서 평등 원칙에 반한다.


b) 이 사건 처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 사유가 부당하고, 비례원칙에 위반하여 원고에 대해 심각한 기본권제한을 가져온다.


1) 양심의 결정은 어떠한 종교관, 세계관 또는 가치체계에 기초하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모두 헌법상 양심 자유에 따라 보장되어야 한다. 이 사건 처분의 사유는 특정한 내용의 양심에 기초한 대체역 신청만 헌법상 보장될 수 있다는 취지로서 양심의 내용에 따른 차별 취급이다.


2) 원고는 국가 폭력에 가담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군복무를 거부하되,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복무 형태로 제도화된 대체역 복무는 이행하겠다는 양심 결정을 한 것이다. 따라서 교정시설 복무를 전제로 한 대체역 신청이 원고의 군복무 거부 신념과 모순된다고 볼 수 없다.


3) 원고는 대체역 이행에 관하여 진지한 의사를 표명했다. 피고 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대한 일부 답변만을 들어 원고의 대체역 복무 이행 의지가 미흡하다고 볼 수 없다.


c)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진 이 사건 입영 통지 또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a) 관련 법리


1) 병역거부권은 종교․사상․양심의 결정에 따라 집총이나 군사훈련 또는 군사 조직에 편입되는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하는 기본적 인권이다.


2) 헌법은 대한 국민이 항구적인 세계평화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확인한다(전문). 대한민국은 국제 평화 유지의 책무가 있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헌법 제5조 제1항). 국군은 평화 유지의 범위 안에서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책무가 있다(헌법 제5조 제1항).


3) 국민의 국방의무(헌법 제39조 제1항)는 전시 최소한의 방어 의무이며, 병역의무(헌법 제39조 제2항) 또한 개인의 종교․사상․양심 자유를 보장하고 평화주의 원칙에 부합하여야 한다.


4) 국회는 종교․사상․양심 자유를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법률로써 국방의무와 병역의무를 법률로써 구체화해야 할 책무가 있다.


5) 법관은 이러한 헌법과 법률의 법리에 따르면서 법관으로서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할 책무가 있다.

b) 원고의 구두 또는 서면 진술에 따른 인정 사실


1) 원고는 사회주의자로서 군복무를 거부한다. 원고는 국가에서 행하는 공권력을 가난한 이와 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배제의 수단으로 본다. 특히 군대는 국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물리적 대리 수단이자 국가의 폭력 기구로서 지배하는 자들(자본가)의 이익을 옹호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원고의 신념에 따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사회주의자로서 공익에 보탬이 되는 대체역 복무를 원한다. 원고는 군대 아니면 감옥이라는 선택지에서 차선책으로 대체역 복무를 선택했다.


2) 원고는 중학생이 될 무렵 국립 5․18 민주묘지를 다녀오면서 1980년의 광주에 충격을 받고 국가라는 존재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구체적인 의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2008년 대학 입학 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 한미 FTA 추진 반대 집회, 2009. 1. ‘용산 참사’, 2010년 ‘이란 제재 반대 시위’ 등 현장에서 물대포와 최루액, ‘차벽’ 등 시민을 향한 국가의 폭력을 실감했다.


3) 원고는 폭력이 상대적인 개념이고 매우 중립적이라고 생각하므로 폭력을 정의할 때 중요한 것은 상황과 맥락이다. 무조건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비폭력이라고 보지 않는다. 예를 들어 5․18 민중항쟁에서 시민들이 총을 든 것을 폭력 행위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전쟁 반대는 저항이지 비폭력이 아니다. 원고는 교도소도 국가 폭력의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대체역에 지원하지만, 원고의 신념과 상식에 어긋나는 일에 대해서는 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원고는 이 사건 입영통지에서 정한 입영일자인 2021. 9. 6.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D. 판단


1) 이 사건에서 법관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 해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2) 헌법이 보장하는 병역거부권의 근거로서 종교․사상․양심 자유에서 종교․사상․양심의 내용, 깊이, 확고함, 진실함 등은 모두 개인이 판단할 몫이다. 입법․행정․사법의 국가 기관은 대체역 편입신청을 한 개인이 ‘심사’ 과정에서 자신의 평화주의적 종교․사상․양심에 반하고 대체역 편입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한 신청인의 진술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


3) 현재의 대체역 제도는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병무청 주도로 신체검사하여 등급화하고(병역법 제11조), 그 소속에 피고 위원회를 두며(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군 관련 위원들이 병역거부자를 심사하고(대체역법 제5조 제3항 참조), 대체역을 병역의 한 종류로 규정(병역법 제5조 제1항 제6호)하는 등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많다. 병역거부권을 자발적인 사회봉사권으로 전환하는 입법이 절실하다.


4) 피고 위원회는 처분의 경위에서 보았듯이 병역거부권과 대체역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 결과 재량권을 일탈하여 원고의 양심 자유를 침해하는 처분을 했다. 피고 위원회가 적법성을 주장하려면,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 자유의 효력에 따라 청구인이 주장하는 위헌․위법성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5) 제1심판결 또한 입법의 문제점과 피고 위원회의 오류에 따른 원고의 양심 자유 침해에 대해 기본적 인권과 헌법 관점에서 바로잡지 못했다.


6) 이 사건 피고 위원회와 피고 병무청장의 처분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 자유에 따른 원고의 신념을 존중하여 사실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오류가 있고, 헌법의 법리와 대체역법의 합헌적 해석에 따라 대체역 제도를 운용하지 못해 헌법에 충실하지 못하여, 재량권을 적정하게 행사하지 못하고 일탈한 위헌․위법이 있다.


7) 원고는 피고 위원회의 기각 결정, 피고 병무청장의 입영 처분과 원고에 대한 고발, 검찰의 병역법 위반 기소, 제1심판결의 기각판결, 입법자의 불충분한 대체역 제도 입법 등 중층적인 국가 ‘폭력’에 시달렸다. 이번 사건의 인용 판결 외에 원고에 대한 국가의 적정한 보상이 추가해서 필요하다.


E. 결론


원고의 피고 위원회와 피고 병무청장에 대한 소는 적법하고 이유 있으므로 각각의 처분을 취소하고,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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