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의 내란 중요 임무 종사?

by 한량돈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형사부(재판장 판사 이진관)는 대통령 윤석열의 내란 행위에서 피고인인 당시 국무총리 한덕수가 내란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이 내란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하였음 등을 이유로 징역 23년(일부 무죄 및 이유 무죄)을 선고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1. 21. 선고 2025고합1219 판결).


내란 중요 임무 관련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채워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을 갖추도록 하고, 당시 참석한 국무위원들로부터 관련 문건에 서명을 받으려고 하는 등 절차적 요건을 갖추도록 하였고, 국무총리로서 부담하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당시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과 국회 등 주요 기관 봉쇄 계획과 특정 언론사 단전ㆍ단수 조치 지시 이행 방안 등을 논의하고 그로 하여금 이를 이행하도록 하였다는 점입니다.


구체적 논지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윤석열이 2024. 12. 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에 근거하여 헌법에 따라 보장되는 의회ㆍ정당제도 등을 부인하는 내용의 위헌ㆍ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며, 군 병력과 경찰공무원을 동원하여 국회ㆍ중앙선관위 등을 점거ㆍ출입 통제하거나 압수ㆍ수색한 행위는 형법 제87조에서 정하는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아래 ‘12. 3. 내란’이라 함).


12. 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 전(前)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에 의한 것으로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형태의 내란은 이른바 ‘친위 쿠데타’라고도 부른다고 개념 정의합니다. 세계사적으로 살펴보면 ‘친위 쿠데타’는 많은 경우 성공하여 권력자는 독재자가 되었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같은 기본권은 본질적으로 침해되었으며, 국가의 경제와 외교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독재자의 권력이 약해지는 시기가 되면 내전과 같은 전쟁이나 정치 투쟁으로 국가와 사회 전반이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12. 3. 내란은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의 정도는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음을 확인합니다. 왜냐하면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위반하는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이죠.


일단 국헌을 문란할 목적의 폭동이 발생하면 막대한 인명과 재산상 피해 및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은 분명하고, 혹시라도 내란이 성공하여 국민적 합의로 성립한 현재의 헌법 질서가 폭력에 의하여 무너지게 되면, 이를 원래대로 회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됩니다. 내란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란 행위에 가담한 사람을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 불가피하죠.


재판부는 피고인이 간접적으로나마 민주적 정당성과 그에 합당한 책임을 부여받은 국무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헌법을 수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하는데도, 12. 3.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러한 의무와 책임을 끝내 외면하고, 오히려 그 일원으로서 가담하기로 선택하였음을 인정했습니다.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대한민국은 자칫하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유린당했던 어두운 과거로 회귀하여 독재 정치라는 수렁에서 장기간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될 수 있었고, 국민은 씻을 수 없는 상실감과 상처를 입게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12. 3. 내란 발생 이전부터 준비하던 논문이 있었는데요. ‘국가기관의 내란죄 검토’입니다. 비상계엄 외에도 국가기관의 헌정질서 유린 행위가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입니다. 권력이 분립되어 있고 사법제도가 작동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국가정보원의 노조파괴 공작이라든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같은 국가 폭력이 제대로 단죄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국가 폭력은 피해자를 넘어 공중 일반에 대한 폭력입니다. 문제는 국가가 무엇이 범죄이고 형벌인지 정하고. 범죄자를 수사․기소하며, 범죄 여부와 형벌 여하를 판단․결정하고, 형벌을 집행하는 존재라는 점입니다. 내란의 성과로서 혁명이나 쿠데타가 성공하면 내란죄로 처벌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드물죠. 때로는 합법의 외연을 갖추기도 합니다. 만약 국무회의에서 법이 정한 절차가 준수되었다면, 비상계엄은 합법 또는 합헌이었을까요?


12. 3. 내란 이후 쓴 논문은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민주법학」, 제87호, 민주주의법학연구회, 2025. 3. 1., 229-261쪽)입니다.

<https://delsa.or.kr/xe2/index.php?mid=dls&category=24887&document_srl=24982>


국가기관의 내란을 고민하면서 ‘내란’을 구별했습니다. 아래에 논문의 일부를 전재합니다(각주 생략).


클린턴 로씨터(Clinton Rossiter)는 비상대권이 필요한 국가 위기를 세 가지로 분류한다. 전쟁, 내란, 경제 침체가 그것이다. 그는 내란을, 수많은 시민이 입헌정부의 법 집행에 대하여 격렬한 폭동을 일으킴으로써 정부의 권위에 공공연하게 저항할 때 또는 정권을 비합법적으로 탈취하려 한다든지 정부를 파괴하려 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로씨터의 설명은 형법 제87조 내란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에 해당한다. 이른바 ‘아래로부터의 내란’으로서 기존 지배체제를 향한다. 내란을 처벌하는 일은 민주공화국 체제를 방어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지배체제가 정당성이 없는 경우의 내란은 저항권의 행사 또는 ‘실패한 혁명’일 수 있다. 지배체제에 변화가 없거나 선거 등 합법의 방법으로 정권을 교체할 수 없다면, 이러한 저항 또는 혁명 활동은 체제 변동을 향해 지속될 것이다. 민주화가 성공한다면 이러한 ‘내란’은 정당한 항쟁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


지배 세력의 정당성 부재와 연관해서 또 하나의 ‘내란’은 국가의 조작으로 덧씌워진 경우다. 실제 ‘폭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어서 대개 내란죄보다는 내란 예비・음모・선동・선전의 처벌을 받는다. 80년 전두환・노태우 등 내란 세력이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을 내란음모의 죄로 몰아가 사형을 선고하게 한 예가 대표적이다. 국가범죄로서 이행기 정의를 통해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다른 면에서는 정부 수립 과정에서의 ‘내란’의 문제다. 지배 권력을 향한 정당성을 다투는 과정이어서 정당성 자체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내란’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민주공화국 체제는 정치이념과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이 당연하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지배 권력은 진보세력에 대해 반공이데올로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분단 상황을 매개로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여 폭력적인 탄압을 지속했다. 정치적 반대 세력을 배제하기 위해 지배 질서를 위협할 물리력 또는 세력을 갖추지 않은 경우까지 무리하게 내란음모 또는 내란 선전의 죄로 처벌했다. 최근 보수의 폭력성은 민주화로 억눌린 폭력성의 표출이다. 이행기 정의를 수용하지 못한 채 인권과 민주주의를 적대시한다.


그런데 형법 제87조 내란에는 또 다른 면이 있다. 국헌문란의 목적인데, 이때 국헌문란의 목적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으로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형법 제91조).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 또는 ‘강압’은 관련 권한 또는 수단을 전제하는 면에서 이른바 ‘위로부터의 내란’이라고 부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쿠데타’는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내란이 위험한 까닭은 공권력을 사적 폭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헌정사에서 이승만은 3·15 부정선거를 통해, 군인 박정희는 5·16 군사 반란을 통해, 대통령 박정희는 72년 유신 내란을 통해, 전두환·노태우는 12·12 군사 반란과 5·17 내란을 통해 이러한 내란을 일으켰다. 이승만은 대통령직에서 쫓겨났고, 군인 박정희와 대통령 박정희는 동일인으로서 아무런 심판도 받지 않은 채 살해당했으며, 전두환・노태우는 형사 처벌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들이 저지른 국가범죄로 인한 인권 침해에 대한 진실 규명과 피해자 구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12·3 내란은 한국 헌정사에서 군사 반란과 내란 중 현직 대통령의 내란 행위인 점에서 박정희의 10월 내란과 닮았고, 내란의 방식에서는 5·17 내란을 닮았다. 박정희의 10월 내란은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국무회의가 국회 대신 권한을 행사하는 헌정 파괴의 국가범죄였다.

‘이행기 정의’를 강조한 것은 앞선 국가 폭력에 대한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대응이 미흡한 점이 12. 3. 내란을 낳았고, 12. 3. 내란을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12. 3. 내란의 불씨를 남길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형사부(재판장 판사 이진관)의 판결은 그 출발점입니다. 다른 재판부나 다른 국가기관이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이행기 정의가 불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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