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선포 때 국무회의?

by 한량돈오

2026년 1월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는 체포방해에 따른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크게 5가지 혐의를 받는 윤석열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유죄 판단 중 하나는 12.3 비상계엄 선포 전에 국무회의를 소집하면서 일부 국무위원에게 통보하지 않아 참석하지 않은 국무위원의 심의를 방해한 것입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임의로 특정한 일부 국무위원에게만 소집 통지를 했다. 소집 통보를 받지 못한 고용노동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등 7명의 심의권을 침해했다고 판단된다. 유죄로 인정한다.”


또 하나는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의 부서(副署)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관련 문서는 허위인데, 윤석열은 마치 계엄선포 전에 부서가 이루어진 것처럼 기재되었음을 명확히 인지한 채 서명했다는 점입니다. 즉 허위공문서 작성죄입니다.


헌법 제88조는 “①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한다. ②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한다. ③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의장이 되고, 국무총리는 부의장이 된다.”라고 하여 국무회의의 헌법상의 지위와 그 구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89조는 국무회의의 심의 사항을 열거하고 있고요.


미국형 대통령제와 같은 고전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과 장관들의 각료회의는 헌법상의 기관이 아니라 임의 기관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한 자문기관에 지나지 않습니다. 반면에 고전적 의원내각제에서는 집행에 관한 실질적 권한이 내각에 있으며, 합의체기관으로서의 내각이 집행에 관한 일체 사항을 의결하는 의결기관의 지위에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비록 변형된 것이기는 하나 기본적으로는 대통령제에 해당하는 정부형태를 채택하고 있죠. 그러면서도 단순한 자문기관이 아니라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정책을 ‘심의’하는 기관으로서 국무회의를 두고 있습니다. 국무회의의 헌법상의 지위 또는 그 법적 성격은 특이합니다.


국무회의의 헌법적 지위는 첫째, 헌법상 필수기관입니다.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둘째, 국무회의는 최고의 정책 심의 기관입니다. 국무회의의 제도적 의의는 ① 대통령이 정책을 결정할 때 신중하게 하고, ② 행정각부의 정책을 조정․통합하게 하며, ③ 대통령의 전제(專制)나 독선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셋째, 국무회의는 독립된 합의제기관입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국무위원이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대통령이 헌법 제89조에 열거된 사항에 관한 권한을 행사함에는 사전에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헌법 제89조 제5호는 계엄과 그 해제를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무회의의 심의 없는 대통령의 행위는 탄핵소추의 사유가 될 뿐 그 효력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국무회의의 심의 결과는 대통령을 구속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무회의 심의 제도가 대통령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기능은 취약합니다. 국무회의 심의는 실질적으로는 절차적 통제의 의미만 있는데, 12․3 비상계엄 선포에서는 이러한 절차조차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의 요소를 구성합니다.


부서(副署)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로 하는 문서에 서명할 때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그 아래 이어서 서명하는 건데요. 부서제도는 국정 운영에서 대통령의 전횡을 방지하고 국무위원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 제도적 의의가 있습니다.


부서제도는 원래 군주국에서 군주의 전단을 견제함과 동시에 대신(大臣)의 보필 책임 근거를 남기는 것이었습니다. 군주 주권 아래에서 군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었으니까요. 현행 헌법의 부서제도 의미도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가 단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행하여진 것을 나타내려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전제를 방지하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책임소재를 명백하게 하려는 데 있습니다. 국회는 이것을 근거로 하여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해임을 건의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죠(헌법 제63조). 그러나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임면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부서제도가 대통령의 독주나 전제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헌법이 부서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는 부서가 있어야 하고, 부서가 없으면 그 행위는 적법한 행위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부서제도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대한 일종의 제약요인이 됩니다. 특히 군사에 관한 부서제도는 군정과 군령의 분리를 부정하는 것이며, 군 통수권의 독립까지도 배제함을 의미합니다. 다만, 부서 없는 대통령의 행위는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고 위법행위로써 탄핵소추의 사유가 될 뿐입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이 큰 대통령제의 특성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국무회의 심의와 부서 제도는 헌법적 정당성을 증명하는 요소 중 하나로서 지난 12․3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의 경우 그 불법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비상계엄의 요건으로서 비상사태가 실제로 존재했다면, 국무위원들은 물론 국민에게 그것을 감출 이유는 없겠지요. 군대를 투입해서 국회의 활동을 금지할 까닭은 더욱 없고요. 국가적 위험은 모두에게 해당하니까요.

지난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에서 유래한 그 자신만의 ‘비상사태’였겠지요.

윤석열의 권력 전횡을 제어한 게 입헌 민주주의이고, 그것을 부정하려 한 게 비상계엄이니까 결론은 내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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