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개헌?

by 한량돈오

2026년 2월 8일 일요일은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 일이었습니다. 중의원은 하원이고, 상원은 참의원이죠.


중의원 선거일은 법률에 따라 일요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거도 원칙적으로 일요일입니다. 평일로 정하면 투표 참가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이유와 공무원․노조․기업 단위의 동원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공직선거법 제34조 제1항에 따라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장 선거 모두 수요일입니다. 이자카야에서 만난 일본인이 공휴일이라고 하니 부러워했습니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2조 제9호는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임기 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을 공휴일도 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465석 중 개헌안 발의선이자 전체 3분의 2인 310석을 상회하는 316석을 차지했습니다. 기존 의석수 198석에서 118석이 늘었습니다. 1955년 창당한 자민당이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 때인 1986년 총선에서 얻은 역대 자당 최다 의석 304석을 넘은 것이라 하네요.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보유하면 현재 여소야대인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재의결할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임기 만료에 따른 선거가 아니라 다카이치 총리가 1월 23일 중의원을 해산함으로써 치러지게 되었죠. 의원내각제에서는 수상이 의회를 해산하거나 의회가 수상을 불신임하는 방식으로 의회와 정부의 갈등을 돌파합니다. 중의원 해산 당시에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는데, 다카이치가 전국 유세를 다니면서 ‘강한 일본’을 호소해 자민당에 유리한 판세를 만들었습니다. 그가 유세를 위해 이동한 거리는 1만 2천 ㎞가 넘는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이미 방위력 강화를 위해 3대 안보 문서를 연내에 개정하고, 무기 수출과 관련된 일부 규제를 올해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3대 안보 문서 중 첫 번째는 국가안전보장전략(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으로서 일본 외교·안보 정책의 최상위 지침서입니다. 국제 정세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일본의 국가 이익을 정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 및 방위의 기본 목표를 설정하는데요. 일본이 직면한 안보 환경을 전후 가장 엄중한 것으로 규정하고,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명기하여 전수방위(방어를 위해서만 무력을 행사함) 원칙의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두 번째는 국가방위전략(NDS: National Defense Strategy)인데요. NSS의 하위 문서로, 구 ‘방위계획대강’(방위대강)을 대체한 문서입니다. NSS에서 설정한 안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위대가 갖춰야 할 방위력의 목표 수준과 구체적인 방위 정책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기존의 10년 단위 지침 성격에서 더 전략적이고 기민한 대응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방위력정비계획(DBP: Defense Buildup Program)입니다. NDS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장비 조달 및 예산 계획으로서 구 ‘중기방위력정비계획’(중기방)을 대체했습니다. 5년(2023~2027) 간의 구체적인 무기 도입 규모, 지출 예산, 부대 개편 계획 등을 담고 있습니다. 2027년까지 방위비 지출을 GDP의 2% 수준으로 증액하는 재정적 로드맵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도 국가정보국 창설과 국기 훼손죄 제정 등도 다카이치가 열의를 보인 정책입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관심이 높아진 부분은 아무래도 개헌입니다.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 등을 규정한 헌법 9조를 개정해서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변모하려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자민당이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더라도 당장 개헌안을 발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뿐만 아니라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 의원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참의원은 여소야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본국 헌법의 제96조에서 개헌 절차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① 이 헌법의 개정은 각 의원의 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국회가 이를 발의하고, 국민에게 제안하여 그 승인을 얻지 않으면 아니 된다. 이 승인에는 특별한 국민투표 또는 국회가 정하는 선거 시에 실시되는 투표에서 그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② 헌법 개정에 관하여 전항의 승인을 거친 때에는, 천황은 국민의 이름으로, 이 헌법과 일체를 이루는 것으로서, 즉시 이를 공포한다.”


다음 참의원 선거는 2028년 여름입니다. 참고로 참의원은 총리가 해산할 수 없습니다. 임기에 6년으로 고정되어 있고, 3년마다 절반을 교체하는 선거를 합니다. 현재 일본 참의원의 전체 의석수는 248석이며, 연립 여당의 의석은 120석입니다. 2028년 선거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려면, 124석 중 121석을 얻어야 한다고 하네요.


개헌에 협력할 가능성 있는 야당까지 포함하면 2028년 선거에서 어느 정도 의석을 얻어야 하는지 AI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핵심 여당은 ‘자민당(LDP) + 일본유신회(JIP)’인데요. 잠재적 협력 야당으로 국민민주당(DPFP), 참정당(Sanseito), 경우에 따라 공명당이 있습니다. 개헌 정족수는 166석인데요. 여당은 2028년 선거에서는 ‘지켜야 할 의석’이 매우 많다고 하네요.


시나리오 A는 [자민+유신] + [국민민주+참정] 연대의 보수 대연합인데요. 공명당을 제외하고 보수 성향의 야당들과 손을 잡는 경우입니다. 2008년 선거 대상이 아닌 의석은 약 79석[자민(38) + 유신(7) + 국민(20) + 참정(14)]이고, 목표 달성에 필요한 의석은 ‘166석(목표) - 79석(보유) = 87석’입니다. 선거 대상 124석 중 87석(약 70%)을 획득해야 합니다. 여전히 매우 높은 수치이지만 야권이 분열되어 있고 보수층이 결집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하네요.


시나리오 B는 [자민+유신] + [공명당]의 재결합(범여권 복원)인데요. 현재는 야당인 공명당이 개헌 이슈에서만 협력하거나 다시 연립에 복귀하는 경우입니다. 2008년 선거 대상이 아닌 의석은 약 87석이고, 필요한 의석은 ‘166석(목표) - 87석(보유) = 79석’입니다. 선거 대상 124석 중 79석(약 63%)을 획득해야 합니다. 자민당의 전성기 시절 승률과 비슷하므로 매우 현실적인 목표라고 하네요. 지금의 다카이치 인기가 유지된다면, 우려할 만한 수치네요.


우리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정세가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듯합니다. 어떻게 하면 평화의 길로 전환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일본중의원선거 #평화헌법 #일본헌법의개헌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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