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녀의 가슴이 조용히 오르내렸다. 동하는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한쪽으로 걷어 올렸다. 천장에 매달린 휴대용 랜턴 불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화장이 얼룩져 있었다. 눈물은 마스카라로 인해 양 볼에 검은 흔적을 남겼고, 붉은 루주 자국이 입술 주변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동하는 가방에서 수건을 꺼냈다. 창호지가 다 떨어진 방문이 바람에 덜컹거렸다. 동하는 작은 손전등을 집어 들고 방문을 나섰다. 마당에 내려서서 잠시 하늘을 보았다.
언제 이렇게 많은 별을 한꺼번에 본 적이 있었던가. 별빛의 홍수 속에 흠뻑 젖어버릴 것만 같았다. 손전등의 빛이 암흑 속에서 한 줄기 길을 내고 멀리 뻗어나갔다.
동하는 그 길을 거두고 우물가로 빛의 길을 만들었다.
이 폐가를 발견한 것은 행운이었다. 포천 시내에서 차로 이십여분 떨어진 이 폐가를 발견하고 동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폐가에는 헛간이 있었다. 헛간은 슬레이트 지붕이 있었고, 비록 덜컹거리지만 문도 있어 안의 불빛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또 아직 물이 마르지 않은 우물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위에 인가가 없는 독채였고, 산허리를 돌아 산 아래 누워 있는 집은 마을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렸다. 물은 차가웠다. 초겨울의 한기 이상의 차가움이 손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졌다. 동하는 수건에 물을 적시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여전히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동하는 그녀의 얼굴을 정성스레 닦았다. 마치 시간의 더께를 하나하나 벗겨내듯이. 그의 눈동자 속으로 들어오는 그녀의 얼굴은 점차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칠 년 전, 동하는 그녀에게 가까이 가지 못했다.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그것도 사 개월의 짧은 시간뿐이었다.
그녀는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안고 떠났다. 그녀의 상처는 동하에게도 힘든 시간을 남겼다. 눈만 감으며 시커멓게 덮쳐오는 암흑의 공포. 죽을 것만 같았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그 강도를 조금씩 약화시켜 주었다. 그래서 사람은 살 수 있나 보다, 하고 느껴졌다. 세월과 함께 옅어져 갔던 그 밤의 신음소리가 그녀의 얼굴을 닦는 동안 점차 또렷하게 동하의 귓속을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