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은 며칠 전부터 동하에게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한 번 나가자고 치근거렸다. 동하는 교회를 초등학교 시절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때 한두 번 나간 적이 있지만, 그것은 어린 마음에 무엇인가를 바라고 나간 것이었지 교회를 다니고 싶은 마음에 나간 것은 전혀 아니었다.
동하는 기형의 권유를 귓등으로 흘렀지만, 기형은 포기하지 않았다.
동하는 기형의 넉살 좋은 성격을 알기에 그에게 쉽게 화를 낼 수도 없었고, 그 끈질긴 권유에 마침내 기형을 따라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교회는 버스정류장 옆 대로변에 있었다. 등, 하굣길에 늘 보던 교회였다. 겉으로 볼 때는 십자가가 달린 교회 건물 하나이겠거니 했는데, 본당 뒤로 대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4층 건물이 하나 더 있었다. 교회 신도들은 그 건물을 교육관이라 칭했다. 지하는 식당이었고, 지상은 초등부, 중고등부, 청년부 예배가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일요일, 약속 시간에 교회 앞으로 나가니 기형은 벌써 나와 동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하를 보자 무엇이 그리 좋은지 싱글거리며 동하의 손을 잡고 교육관 2층으로 올라갔다.
고등부 예배실 입구에서 주보를 나누어 주는 그녀를 동하는 처음 보았다. 그녀의 곁을 스칠 때 향기가 나는 듯했다.
전도사님의 설교가 있었고, 기도 시간에 동하는 손을 모으고 기도의 자세를 취하였다. 무엇을 갈구했을까? 동하는 두 줄 앞에 앉아 있는 그녀의 흰 목덜미에 온 감각을 집중시켰다.
예배를 보는 도중 간혹 곁눈으로 주위를 훑어보니 고등부 인원은 60~70명쯤 되어 보였다. 연단의 전도사님이 예배를 주도하였고, 그 옆으로 찬송을 인도하는 악기 연주자들이 포진해 있었다.
예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성경 해설과 찬송 그리고 교회 소식 안내 순으로 예배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예배가 끝난 후 고등부는 소그룹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소그룹은 7~8명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소그룹을 이끄는 담임은 대학생들이었다. 동하는 2그룹 ‘에벤에셀’ 반에 배정되었다. 얼떨떨하게 있는 동하를 기형은 한 대학생의 손에 인계해 주었다. 그는 동하가 속한 그룹의 담임이었다. 그가 동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 와, 반갑다.”
그는 동하의 손을 잡고 조그만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 안에는 예닐곱 명의 학생들이 원탁 의자에 빙 둘러앉아 있었다.
“오늘은 반가운 사람이 왔으니 각자 인사하고 밥 먹으러 가자.”
대학생이 말했다.
“좋아요.”
모두가 호응했다.
“새삼스럽지만 다시 한번 내 소개를 하지. 나는 권두섭이라고 한다. 대학교 삼 학년 역사학과. 집은 경상도 어느 골짜기인데 말해도 모를 테니 생략하고. 응, 그리고 집은 여기서 멀지 않고, 자취를 하니 자주는 아니고 가끔 놀러 와라. 라면 정도는 대접할 수 있으니까.”
안경을 낀 인상이 선해 보였다. 약간 검은 얼굴에 안경 속의 눈꼬리가 처졌다. 키는 180 정도로 보였는데 마른 체형 때문인지 상당히 훤칠해 보였다.
“응 그리고 말이야, 우리 그룹 이름에 대해서 처음 온 친구도 있고 해서 알려주자면, 광고에도 많이 나오고, 상표로도 쓰이잖아. 에벤에셀. 그건 하나님이 여기까지 우리를 인도하셨다, 하는 뜻으로 사무엘상에 나오는 이야기야. 이스라엘의 아벡 근처 에브라임의 한 성읍의 이름이야.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벡에 진을 치고 있던 불레셋인을 맞아 전투를 벌였으나 졌어. 후에 하느님은 그들이 블레셋인을 이기도록 해 주었대. 이때 사무엘은 기념비를 세우고 에벤에셀이라고 불렀지. 사무엘상 7장 12절에 ‘사무엘이 돌을 취하여 미스바와 센 사이에 세워 가로되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하고 그 이름을 에벤에셀이라 하니라’고 기록되어 있어.”
권두섭이 풍부한 성경 지식을 드러냈다.
“우와...”
그룹원들이 그의 설명에 짧은 환호를 보냈다.
“놀라지들 말어. 그룹장으로 의무감에서 찾아본 거야.”
권두섭이 미소로 환호에 응대했다.
다음으로 교회에 처음 나온 동하의 소개가 있었다. 숫기가 없는 동하는 사람들 앞에 나서 이야기를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학교에서도 거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는 조용한 학생이 바로 동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 보고 싶은 욕구가 왜 없겠는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우리 친구 나와서 자기소개 한번 해봐. 자 박수.”
동하는 권두섭의 인도로 그룹원들의 앞에 섰다.
“나는 xx고등학교 2학년, 이름은 강동하입니다. 교회에 처음 나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룹원들은 박수로 동하를 맞이해 주었다.
각자의 소개가 있었다. 동하를 제외하고 남자가 3명, 여자가 4명이었다. 남자 중 한 명은 동하의 같은 학교 1년 후배였고, 여자 한 명은 동하가 학원에서 본, 낯이 익은 학생이었다.
소개가 끝난 후, 그들은 모두 지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동하는 기형을 찾았다. 기형은 그의 그룹원들과 함께 식당 안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기형이 들어서는 동하를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동하 쪽으로 왔다.
“어땠냐?”
“어휴 어색해서 죽는 줄 알았다.”
그들은 구석 빈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너는 몇 그룹이냐?”
“나, 3그룹.”
“근데 매주 이렇게 소그룹 모임을 갖니?”
“응, 특별한 일 없으면 그래. 별거 아냐, 같이 점심 먹는 정도지. 바쁘면 그냥 가도 되고.”
때마침 그들의 앞쪽 테이블에서 그녀가 그룹원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동하의 눈길이 자연 그쪽으로 향했다.
“저긴 어떤 모임이냐?”
기형에게 물었다.
기형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힐끗 보더니,
“저기는 7그룹이야. 제 예쁘지?”
성장기 남자들의 주 관심사는 여자였다. 그것은 기형이나 동하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의 미추를 구별하는 기준도 그들은 보통 남자의 상식적인 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고맙게도 기형이가 그녀에 대한 관심을 먼저 드러냈다.
“응, 예쁜데. 누구냐?”
“oo고등학교 2학년. 우리랑 같은 학년이야. 나도 말 몇 번 못 걸어 봤어. 교회에서 노리는 형들이 많아. 근데 접근이 쉽지 않은가 봐.”
동하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옆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어깨를 넘어와 그녀의 한쪽 가슴을 덮고 있었다.
동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연상하였다. 그때 그룹원 중 하나가 다가와 식사가 나왔으니 밥을 먹자고 동하를 이끌지 않았다면 그 상상은 불온한 그 어디까지 미쳤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