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서른 살이 다 되어 확신하게 되었고
그 이후 마침내 그것을 업으로 하게 되기까지, 나름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면서는, 그것으로 행복했고
그것이 전부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게 되었더라도
매 순간 구체적이며 지속적이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누군가와 내 이름을 가지고 싸운다거나 하는 등등의..)
어려움을 겪게 되면
흔들리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 때면 아침부터 공방에 나가서 디자인을 하거나, 새들 스티치라고 하는 가죽 손바느질을 손가락이 아프도록 하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나의 다음 시즌 몇 개 새로운 가방인 Jimibek의 프로토타입과 샘플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사진의 두 사람의 장인인 Sacchi와 Silvio 와는 일하면서는 숱하게 싸우고, 웃고,
일 파하고 옆의 중국인 바(bar)에서 간단한 칵테일 류의 아페리티보를 하면서 많은 수다를 함께 떨어댔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사람에 대해, 그리고 가죽과 가죽 가방, 그리고 밀라노 가죽공방의 역사에 대해
웃고만은 넘길 수 없는 비화(?)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분들은 내가 콜롬보에서 일했던 일화나 그 후 피띠 우오모에서
일했던 일화를 듣는 것을 좋아하셨다.
지금은 신발에 신경을 쓰느라 예전만큼 자주 갈 수는 없지만
갈 때마다 아주 정겹다.
특히 가운데 있는 Sacchi(사키) 아저씨는 성(last name, cognome)이 '사키'이다.
'마시모'라는 그에게 전혀 안 어울리는 이름 대신 나는 '시뇨르 사키'라고 장난 삼아 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은 입에 그것이 익어, 그냥 그렇게 '정중하게' 부르고 있다.
Sacchi는 이탈리아어 sacco라는 '주머니'라는 뜻의 명사의 복수형이다.
'당신은 타고난 가방 장인이 아니냐'고,
'성과 직업이 아주 은유적으로 잘 만났다'고 나름 심각한 농담을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던졌다.
그랬더니 이 아저씨, 그 농을 아주 좋아하셨는지, 그 뒤로 까칠한 드자이너에게 좀 잘해주셨다.
그렇게, 그와 나는 나이, 국적 불문(에 붙인) 친구가 되었다.
밀라노에 패션과 언어를 공부하러 온 지 이제 7년이 되었고.
그 해에 내가 좋아하는 도올선생님과 중국고전, 중용의'지미(知味)' 에서 영감을 얻어 이름붙인
신발과 가방의 프로토타입이 나왔다.
이 이야기는 내가 여기까지 온 흔적과,
지금 현 순간에 새겨지는 발자국이 이어져
결국 하나의 길이 조금씩 생겨 나가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아니, 그런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고 노력해가는 나의 치열한 현장의 속기록이라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