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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대규 JELMANO Jan 24. 2016

내 스타일의 비가역성

숨이 가쁘게 달려왔나.

서울로 가는 환승공항인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긴 환승시간을

도화지 삼고나서야 이런 글을 끄적일 수 있다니.

그래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시간이 지금이라도 온 것에 대해.


패션과 유행은 돌고 돈다고 흔히 말한다.

대부분의 스타일, 아이템 에서 증명되었다고 할 정도 이기 때문인지, 자명하게 참인 명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수학에서는 어떤 명제가 참이 되려면 모든 경우 또는 생각할 수 있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참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보기에 위의 유행순환 명제는 참인 명제가 아니다. 하나의 반례라도 존재하면 참은 정당히 부정된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반례가 한 가지가 아니었다. 현재까지는 2가지가 일단 비가역적이기 때문이다. 비가역이란 단 한번의 역진적 또는 순환적 반응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가역라면 순환이 될 수 없다. 물론 패션현상이나 유행은 사회적 현상이라 논리적인 참 거짓 구별이 의미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는 이 글이 무의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두 가지는 니트타이 또는 편직물 구조로 된 넥타이와 스니커즈 라고도 불리는 러닝슈즈이다.


나의 경우는 니트타이를 4년 정도 전에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되었다. 밀라노에서 재직했던 패션회사의 g 브랜드 프로모션 행사때 나에게도 하나가 제공되었던 것 같다. 그 때 메어본 이후로 나는 어떤 확신이 들어 니트 타이를 밀라노와 그 주변도시의 빈티지 샵을 찾아다니며 니트 타이를 사고, 자주 매고 다녔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을 빼고는 매는 편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지난 4년간 나는 단 한번도, 그렇다, 이상하리만큼 단 한번도 보통의 일반적 타이의 소재인 실크류 타이를 메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의 시점으로 미래에 대한 예상을 한다면 앞으로도 적어도 나는 실크 타이를 메지 않을 것이다. 나는 패션에 투신하기 전에 일반 직장인들 중 정장에 대한 내외적인 압력이 많은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몇 년을 일했기 때문에 실크 타이도 어느 정도 수량이 나의 옷장에 배치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타이들을 메지 않는 것은 낭비나 사후적 비효율적 소비로 처리될 수 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도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나는 진심으로 궁금하다.


두 번째는 러닝화.  3년전 쯤 이탈리아 로마의

부티크 계 전통 럭셔리 브랜드이지만 동명 디자이너의 은퇴이후 퇴로일로 였다, 다시 치고 올라온

v 브랜드. 그 v 모 브랜드에 생명을 불어넣었던 카모플라주 컬렉션의 용의 눈 격인 아이템, 러닝화. 그리고 그와 더불어 프리미엄 이탈리아 빈티지 스니커즈의 선두주자 이자, 수 많은 아류 별 모양브랜드를 양산시켰던 g 브랜드의 때묻힌 스니커즈.  그리고 그 보다 전부터 이미 수트-운동화 콤비는 어느 정도 층을 구축하고 있었다.


나에게도 그 쯤인가 어떤 느낌이 엄습했고, 그 때 부터 나는 클래식한 가죽구두를 지난 3년간 단 한번도 신지 않았다. 하지만 샤이니 블랙 정장구두와 거뭇거뭇하게 스톤워싱 피니싱된 화이트 스니커즈 사이의 갭이 나에게는 넓어 보였다. 그런데 우연히 나는 평소 알고지낸 밀라노 가죽공방 친구의 소개로 명품의 대명사이자, 발랄한 오렌지 컬러를 클래식한 럭셔리 컬러로 둔갑시킨 h 브랜드와 빨간 바닥의 힐로 유명한 c 브랜드의 신발을 생산하는 공장을 알게되어 마침 공장장이자 사장인 A와 이야기할 기회있었는데, 내가 구상하는 컬렉션 컨셉에 대해 이야기 하자, 그도 이미 그러한 모델을 생산한 적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서 며칠 후 한 번 모델을 보여줄 수 있냐고 나는 물었고 흔쾌히 허락해서 그의 공장 2층의 접견실 겸 쇼룸에서 그의 신발을 보게 되었다. 컨셉은 나와 일맥상통 하다고 할 수 있었으나 좋게 말하면 지나치게 클래식했고, 나쁘게 말하면 다소 컬러와 소재가 고리타분했고, 실루엣이 투박했다. 그로 부터 며칠 후 내가 디자인을 들고 그를 다시 찾아갔다. 며칠 간 공을 드린 스케치와 그래픽이었다. 그림을 보면서 이것 저적 이야기 했고, 결국 그는 한번 그럼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그 결과 이 신발이 나오게 된 것이다. 물론 바로 그림을 보고 두어 달 오더 넣고 기다린다고, 이런 프로토타입이 나오지 않는다.



신발 공장은 작은 자동차 공장이다. 신발공장에서 부품을 모두 만들 수가 없고, 당연히 가죽, 아웃솔, 이너솔, 끈류, 금속부품 등등을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전에 라스트last (이탈리아어: forma) 에 대한 연구가 표적시장별로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동서양의 경우, 코의 모양이 다른 만큼 발의 모양도 당연히 같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신발

원형에 대한 연구된 수정 및 가죽 및 라이닝(이탈리아어:fodera) 를 통한 보완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발등높이와 발볼의 확장이

form 의 역학적 메카니즘 관점에서 고려되어야 발을 안은 듯 감싸주는 느낌의

신발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리고 밑창(아웃솔) 등 고무류의생산이 되려면 아웃솔 고무공장에 금형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신발 한 켤레를 제대로 만드려면 시간과 노력이 적잖이 드는 것이다. 물론 공정면에서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시간적으로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탈리아 와 한국의 생산 파트너 차원에서의 차이점은 한국에서 좀 더 일을 진행하고 나서야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기에, 다음 주제로는 이탈리아에서 어떻게 브랜드 컨셉으로 구성된 신발을 만들었는지, 아쉬었던 점, 개선되고 발전시켜야 할 점 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면 유익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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