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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대규 JELMANO Aug 27. 2018

반팔 와이셔츠, 정녕 입어서는 안되는 물질인 것일까?

-      서양사람들은 왜 셔츠를 속옷으로 생각하는가? 그 답을 공개함

서울에 왔습니다. 여기는 8월 25일을 지나고 나서, 지난 3-4일간 급격히 기온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마치 ‘가을로 가는 터널’이라는 짧은 튜브 안을 질주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이 글에서는 유난히 더웠던 올해 한국의 가마솥 여름의 한 가운데 있었을, 반팔 와이셔츠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일단 셔츠의 어원부터 살펴봅니다. 



정확하게는 끝에 붙은 복수형 접미어 –s 를 뺀 ‘셔트’의 어원이 되겠습니다. 고대 게르만 언어에서 고대 영어로 유입된 scyrte, ‘스키르트’라고 얼추 발음되는 이 단어가 문헌상 ‘셔트’의 어원입니다. 중간단계에 있는 어원학적 복잡한 논의는 생략하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말은 현대 영어, short 의 어원이 됩니다 즉. 짧다는 뜻의 short 가 결국 shirt 의 어원입니다. 더불어 short 는 치마를 뜻하는 skirt 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것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로마의 복식을 떠올리면 됩니다. 고대 게르만어 scyrte 는     고대 로마어인 라틴어 subucula 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Subucula (수부쿨라)는 튜닉의 일종으로서 튜닉 안에 입었던 내의(內衣)용 튜닉입니다. 이 옷의 구조는 튜닉과 유사하지만 비교적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를 쓴 것이 특징입니다. 이 subucula 역시 복잡한 고대 복식사적 의미는 일단 뒤로 하고, 셔트 와의 관계를 찾기 위해서 다음의 그림을 보겠습니다. 


이 subucula 라는 복장 또는 단어가 게르만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짧아진 형태를 scyrte (short) 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여기서 허리 위쪽으로 상체를 감싸기 위해 '짧아진' 의복이, 지금의 shirt 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허리 아래쪽 하체를 덮기 위한 '짧은' 옷이 skirt 가 된 것 입니다. 고대로마를 문화적 토양으로 삼아온 유럽에서 셔츠를 속옷의 개념으로 생각하게 된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어원상으로 보자면 짧아진 상의의 속옷이  바로  shirt 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이제 와이셔츠로 넘어가 살펴보겠습니다. 국어 어휘 중 대부분의 서양식 복장에 관한 외래어가 일제 식민 시대에 들어왔습니다. 이 셔츠 역시 샷쯔( シャツ [Shatsu]) 라는 일본어에서 왔습니다만, 셔츠는 워낙 많이 쓰이는 남성 의복이라 이제 대부분의 한국사람은 영어식으로 순화 된 '셔츠' 란 발음을 사용합니다. (다만 아쉽게도 우리는 늘 복수형을 씁니다.) 그런데 와이셔츠의 ‘와이’ 는 여전히 그대로 있습니다. 한국어를 쓰던 사람들의 인식은,  ‘와이’는 일본어에서 온 것이 아니라, 영문자 ‘Y’ 에서 온 것이라고 은연중에 착각하였고, 그 결과 일본식 외래어 보다는 거부감이 덜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언뜻 보면 셔츠의 목부분 컬러모양이 ‘Y’ 자와  형태적으로 유사하다는 측면 역시 이러한 오해에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와이셔츠’의 목 컬러의 모양을 굳이 문자로 단순화하여 표현한다면, Y 보다는 X 자가 더욱 형태적으로 유사합니다. Y셔츠의 상징인 컬러(Collar)를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Y 자는 오히려 컬러가 없는 민자 컬러의 셔츠와 비슷한 형상입니다. (보다 정확히는 버튼식 V 넥 티셔츠가 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Y 셔츠’ 라는 말은 결국 오해의 산물입니다. 이것은 아래의 구글 검색을 보아도 단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글 창에 ‘와이셔츠 영어’를 넣어 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혹시 아! ‘Y셔츠’가 영어로는 ‘A셔츠’ 였구나.. 새로운 사실은 알았다!’ 하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실망스럽게도 여기서 Y 를 대체하는 ‘A’ 는 관사입니다. 즉 와이셔츠에 해당하는 영어는 그냥 ‘셔츠’ 입니다. 혹시 저의 이런 결론을 너무 단정적이라고 의심 섞인 눈으로 보실 분들이 있으실지 몰라서 구글 실험 샷 한 방을 더 남겨둡니다. 




Two A shirts 아니지요. 앞서도 말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흔히 말하는 셔츠는 ‘셔트’라고 단수 처리 해야 합니다만, 이제 ‘셔츠’는 한국에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습니다. 인간의 언어란 이렇듯 관대한 면(?)을 가진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 원인을 들여다 보면 보다 우리 민족에게는 뼈 아픈 면이 있습니다. 그 원흉(?)이 우리에게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 문제의 ‘Y’ 는 결국 어디서 왔는지 보겠습니다. 바로 영어 white shirt 를 일본인들이 외래어로 받아들이면서 즐겨하는 사용하는 방식인, ‘줄이면서 카타카나로 표현하기’ 신공을 쓴 것 입니다. White shirt 는 와이샷쯔 (ワイシャツ[Waishatsu]) 로 표기되었습니다. 마치 개인용 컴퓨터 ‘퍼스널 컴퓨터를 그들이 ‘빠소꼰 パソコン [pasokon]’ 으로 처리한 것과 같은 원리이지요. 그 외에도 이러한 일본어 외래어의 예는 수 없이 많습니다. 즉, ‘와이셔츠’의 ‘와이’는 Y 자 에서 온 것이 아니라 와(화)이트의 ‘와이’ 에서 온 것 입니다. 그리고 샷’쯔’에 슬그머니 붙은 ‘–s’ 는 지금 우리의 셔’츠’에도 장구하게 살아 있는 것이지요.   





일단 이 정도의 배경지식을 갖고 문제의 반팔 와이셔츠는, 뭇 남성들이 과연 여름에 입을 수 있는 ‘의복’인지, 왜 문제가 나왔는지, 우리의 젊은 언니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다음달에 저의 생각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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