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magazine 수필 여기까지>에 <고디국> 글을 올렸더니 갑자기 고디국이 먹고 싶어졌다.
점심을 준비하면서 냉동해두었던 고디와 솎음 배추 삶은 것을 해동시키려 꺼내놓았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배추가 많이 생겨서 물김치를 담고 남은 걸 삶아서 그 물과 함께 냉동시켜뒀더니 요즘 같이 채소가 비싼 때 요긴하다.
마당의 부추도 장마를 아랑곳 않고 자라더니 꽃대가 올라오고 있다.
고디와 부추, 솎음배추, 쌀가루, 들깻가루가 재료다.
점심 설거지를 하면서 후딱 끓였다.
요리와 별로 친하지 않지만 삼시세끼를 차려내야 하는 나는 친한 척 하면서 척척 해낸다. 내가 생각해도 선수가 다 됐구나 싶어 기특하다.
그래도 여전히 요리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은 나는 가끔은 내방 책상 앞으로 도망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기억의 저쪽 끝에는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첫 김장을 담아야 할 때, 배추를 사다두고 부엌 한쪽에서 쪼그려 울고 있는 젊은 새댁이 보인다. 김장을 담가 네 시간 기차를 타고 몸도 편찮으신 아버지가 갖다주시곤 했다. 나는 지금 엄마, 아버지가 살아보시지 못한 나이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