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도록 무얼 사지 않고, 아끼던 옷과 구두도 잘 어울릴 듯 한 지인에게 물어보고 내보내곤 하곤 한다. 남편이 은퇴를 하면 살고 있는 집도 비워줘야 해서 살림살이를 줄이고 있는 중이다. 예전엔 집으로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걸 즐겼다. 거기에 맞게 수저나 그릇들을 마련하곤 했다. 그것들을 언제 써보았는지 기억조차 아득하다.
며칠 만에 책상 위에 영수증이 수북하다. 조금 덜 소비 하자고 마음을 먹지만 늘 지갑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열리곤 한다.
주로 먹거리를 산 영수증들이다.
먹는 것도 좀 줄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하루에 두 끼만 먹는다. 나이가 드니 소화력도 예전같지 않아서 조금 덜 먹으니 속이 편하다. 나이들어 좋은 점이다. 내 나이에 왕성한 식욕은 민망하다.
오전엔 남편이 정기검사를 받는 날이어서 병원에 갔다. 벽면을 가득 메운 응원의 글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2020년을 보내고 있다.
여름의 정점, 장마는 끝나가고 대신 무더위가 들어앉는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지만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