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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을 위하여

2021.1.31.일

by 김제숙

게으른 아내에게 부지런한 남편이 점심 먹고 산책을 다녀오더니 오늘은 봄날씨처럼 따뜻하다고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정말 따스해 보인다. 봄이 오고, 그 봄이 다가기 전에 마스크를 벗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전문가들은 아직 일년을 더 기다려야 할 지 모른다고들 하는데 그건 너무 가혹하다.


손주 설빔을 미리 샀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니 별일없이 쉬는 날이다. 그래서 하루키처럼 별일없는 일을 적어보고자 한다. 요즘 밤에 자기 전 몇 꼭지씩 읽는 하루키의 에세이는 정말 별일없는 이야기를 옆에 있는 사람에게 얘기하듯 써놓았다.

3시 무렵엔 EBS일요시네마 <일루셔니스트>를 보고 있었고, - 으흠...예술의 마르지 않는 주제인 사랑얘기다 - 지금은 별일없는 일을 적는 시간.

남편이 자기 기준에서 나를 게으르다고 생각한다는 얘긴 며칠 전에 썼다. 그 게으름뱅이가 손주 설빔을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이다.



1. 인터넷 뒤져 아기에게 어울리는 옷 찾아서 주문하기

2. 택배 찾아오기

3. 포장 풀어서 주문한 사이즈 제대로 왔나 점검하기

4. 텍 제거하고 빨기

5. 주름 펴가며 개기

6. 선물상자에 넣기


이상은 게으른 사람이 손주 설빔 마련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나, 이거 뒤끝 있는 거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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