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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Aug 08. 2020

휴가의 마지막 날, 슬프지 않다

2020.8.8.토

안톤 슈낙이 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는 '휴가의 마지막 날'도 있다. 젊은 날은 휴가의 마지막 날이 정말 아쉬웠다. 십여 년쯤 전 유럽여행을 마치고 KTX로 내가 사는 도시의 역에 내려서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는 일하는 환경이 정말 어려웠었는데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이 암담했다. 일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공간에 뚝 떨어져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이가 든 지금은 휴가의 마지막 날이 아쉽지도 않다. 오히려 원위치로 왔다는 안도감이 있다. 나이 먹어서 좋은 점 중의 하나다.

출발할 땐 흐린 하늘이었는데 오면서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 비를 뚫고 나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왔다. 오래되고 낡은 집이지만 오랜 장마에도 별 피해가 없다. 마당의 식물들도 건재하다. 정말 대견하다.


그러나 온 나라가 겪고 있는 물난리 소식은 우리가 오염 시킨 환경의 영향인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빈번기상이변이 우연한 자연현상은 아닐 것이다. 크고 작은 자연재앙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말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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