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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Aug 07. 2020

피본 날

2020.8.7.금


점심 설거지를 하다가 가위날에 손가락을 살짝 베였다. 이 나이가 되어도 피는 무섭다. 내일이면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가야해서 아들이 우리랑 점심 먹으러 집에 왔다. 돼지목살 마늘 구이와 감자채 볶음, 미역줄기 볶음, 아침에 끓인 미역국으로 점심상을 차렸다.


몸은 마음보다 더 정직하다. 마음은 속일 수 있어도 몸은 속일 수 없다. 피곤하고, 힘들고, 눈물 나는 건 몸이 말을 하는 것이다.

점심밥을 먹고 나서 아들은 다시 회사로 가고 둘이서 집 이야기 하다가 부딪혔다. 끝을 훤하게 읽을 수 있기에 입을 닫아버렸는데 그 불편한 감정이 결국 피를 보고야 말았다.

자녀를 도와주되 선을 지켜야 하는데 남편은 매사 개입하는 스타일이다. 도저히 타협이 안돼서 아이 둘을 고등학교는 기숙학교로 보냈다.  이후로 가족으로서 한집에서 부대끼며 살 기회는 없었다. 내가 보통의 부모들보다 자식들에게 기울어지는 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자식들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는 주의다. 내가 엄마로서 못다한 일이 있다면 그것을 감당하는 것 뿐이다. 그 지점에서 늘 남편과 부딪힌다.

오전에 브런치 글을 읽다보니 졸혼이 아니라 졸부모를 해야 한단다. 공감했다. 부모의 과도한 개입은 득보다 실이 많다.

아직까지도 못고친 걸 넘어가지 못하고 속상해 하다가 공연히 나만 피 봤다.

아고, 아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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