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물려줄 엄마의 가장 고요한 유산
한동안 서점가에는 필사 열풍이 불었다.
나 역시 그 흐름에 이끌려 필사책 몇 권을 집어 들었다.
때로는 제목에 매료되어, 때로는 마음 한구석의 공허함을 채우고 싶어 펜을 잡았다.
최근 내가 펼친 책은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 노트>다.
주민등록상의 나이는 분명 어른인데, 문득 '나는 정말 진정한 어른인가'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나만의 품격을 갖추고 싶어서, 혹은 흐트러진 마음을 수양하고 싶어서 나는 매일 빈 페이지를 채워 나간다.
어느 날은 타인의 문장에서 위안을 얻고, 어느 날은 그저 써 내려가는 행위 자체에서 평온을 찾는다.
한 글자 한 글자 공들여 쓰다 보면 문장의 의미가 마음속에 진하게 곱씹어진다.
그러다 잠깐 딴생각을 하여 글자가 어긋나면 화이트로 슥 지워내기도 한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다시금 현재에 집중하라는, 나만의 작은 경고다.
"쉬워 보이는 게 사실은 가장 어렵다."
오늘 내가 적어 내려간 문장이다.
타인의 성취가 쉬워 보인다면 그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겹겹이 쌓아 올린 대가라는 사실을, 나는 필사를 하며 다시금 배운다.
쉽고 자연스럽게 읽히는 글일수록 그 이면에는 고통스러운 창작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이 좋은 문장들을 나만 보기 아까워 주변에 공유하곤 한다.
그리고 먼 훗날, 내가 사랑하는 아이에게 이 필사 노트를 작은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다는 소망도 품어본다.
엄마가 이 시간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그 행간에 담긴 의미를 아이도 언젠가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결국 나에게 필사는 단순히 글자를 복제하는 행위가 아니다.
소란스러운 일상의 로직을 잠시 끄고, 심신의 안정을 찾으며 깨달음을 얻는 시간.
흩어진 나를 다시 잇는 소중한 나의 '리추얼'이다.
[이음의 한 줄 요약]
"종이 위에 문장을 새기는 일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나만의 품격을 쌓아 올리는 가장 정직한 리추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