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숙제가 된 글쓰기,'나'로 돌아 오는 이음의 시

'멈춰버린 글쓰기 앞에서 만난 뜻밖의 영감'

by 이음

1. 지키지 못한 약속 뒤에 남은 마음의 무게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글쓰기로 했던 나 자신과, 그리고 아직은 소수이지만 소중한 구독자들과 약속했던 발행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아마 구독자분들 조차 모르실 수도 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막상 월요일 글을 올리지 못하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묵직했다.

누군가 시킨 숙제도 아닌데 왜 이토록 마음이 불편한 걸까.

나를 위한 시간이 타인을 위한 의무로 변질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2. 현관문 밖은 리더, 병원 문 앞은 '엄마의 부모'


사실 이번 주는 사색의 여유를 가질 틈이 없었다.

연세가 드신 엄마의 정기 검진을 위해 지난 주말 내내 엄마를 챙기고, 월요일엔 연차를 내어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이제 엄마는 내 보호 없이는 길을 잃는 아이 같다. 병원의 풍경은 낯설고 차가웠다.

진료 등록부터 수납까지, 모든 것이 바코드와 무인 계산기로 이루어지는 디지털의 성벽 앞에서 연세 드신 분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곁을 지키는 자녀가 없는 노인들은 이 복잡한 시스템을 어떻게 견뎌낼까.

누군가의 든든한 보호자였던 이들이, 이제는 다시 '자식의 아이'가 되어 보호를 기다리는 풍경 속에서. 나는 엄마의 손을 더 꽉 쥐었다.

평생 나를 이끌던 그 손이 이제는 내 인도를 간절히 기다리는 작고 여린 손이 되어 있었다.

회사에서의 리더십보다, 병원 대기실에서 엄마의 보호자가 되는 리더십이 훨씬 더 고단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요했다.


3. "그 마음을 그대로 써보세요"


화요일 저녁, 지친 몸으로 만난 오랜 인연, 대리 시절 나의 영어 선생님이었던 분과 식사를 하며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글쓰기가 좋아 시작했는데, 못 쓰게 되니 숙제처럼 부담이 돼요. 이번 주는 무슨 글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그분이 말씀하셨다.


"지금 그 마음과 생각을 그대로 써보면 어때요?"


그 순간 머릿속에 '유레카'가 울려 퍼졌다.

대단한 통찰이나 의미 있는 소재로 글을 쓰고 싶다는 그런 강박이 나도 모르는 새 나를 가두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글쓰기는 삶을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흔들림을 기록하는 과정 그 자체였다.

좋은 대화는 때로 멈춰버린 사고를 흔들어 깨우는 가장 강력한 영감이 된다.


4. 다시, 초심의 로직으로


글을 쓰지 못해 불편했던 마음은, 사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내 안의 간절한 신호였다.

엄마를 돌보는 분주함도, 시스템의 벽 앞에서 느낀 안타까움도, 숙제처럼 느껴졌던 부담감도 모두 내가 써야 할 '오늘'이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본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 마음의 온도를 체크하고 타인과 연결(이음)되기 위한 기록으로.

오늘 나는 이 글을 통해 내 마음의 체기를 시원하게 내려보낸다.


[이음의 한 줄]

"글쓰기가 숙제처럼 느껴질 땐, 그 무거운 마음 자체를 문장으로 풀어내 보세요.

삶의 모든 멈춤과 흔들림은 사실 다음 페이지를 채울 가장 진솔한 잉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