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엄마도 처음이라서, 오늘도 서툽니다

"다른 엄마들은 다 안다던데"라는 말 앞에서

by 이음

새해 시작인 첫 근무날이자,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었다.

오늘까지 휴가를 낸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사무실은 다소 한산했고, 특근을 나온 기분이 들었다.
차주 월요일부터 잡힌 회의를 준비하고, 사무실 이사로 짐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아이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방학.
이 시기는 늘 그렇듯, 신경 쓸 일이 유난히 많다.

일하는 중에 카톡 알림이 하나둘 울리기 시작했다.
딸과 같은 학년의 아이를 둔 지인들과 친구들이었다.

“고등 입학 컨설팅받아봤어?”
“방학 때 무슨 과목 시킬 거야?”
“학원은 어디로 정했어?”
“어디 지원했어?”

하나하나 대답하려니 숨이 턱 막혔다.
잘 모르겠어서 답하기도 어렵고, 괜히 조급함만 밀려왔다.

'내가 지금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작년 어느 날이 떠올랐다.
내신 기간에 아이가 듣고 싶다던 국어학원 선생님의 수업.
등록이 늦어 결국 신청을 못 했다.

“어머님, 그 선생님 수업은 지난주에 마감돼서요. 대기 20번이에요.”

“다른 학원 가면 안 돼?”
“다른 엄마들은 미리 다 알아서 했다던데…”
“그럼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안 돼?”

평소 무난하고 긍정적인 아이인데,
그날은 말끝이 유독 무거웠다.
그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딸도 딸이 처음이겠지만,
엄마인 나도 처음이다.
그래도 뭐든 최선을 다해주고 싶었는데, 늘 부족한 것 같아 미안해진다.

그리고 어느 날, 이런 말을 들었다.
“엄마, ○○스쿨 몰라?”
“다른 엄마들은 다 안다던데.”

“그런 게 있었어?”
“알았어. 엄마가 알아볼게.”

“아빠랑 엄마는 알아서 잘 해와서 그렇겠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야.”

딸에게 또 배운다.

맞다.
‘나 때는 안 그랬다’ 거나, ‘엄마도 처음이다’라는 말로
모든 게 합리화되지는 않겠지.

그렇게 시간은 흘러, 새해가 밝았다.

이제 우리 딸이 정말 고등학생이 되는구나.

정신을 차리고 점심시간에 그 카페를 검색했다.
가입을 하려니 카카오 계정으로는 안 되고,
거주지 인증이 필요하단다.

회사에서 그걸 인증할 방법은 없었다.
점심시간은 끝났고, 곧 회의가 잡혀 있었다.
결국 ‘퇴근 후 카페가입’라는 메모만 남긴 채 창을 닫았다.

생각해 보면,
입시나 학원 정보들을 남들보다 모르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그동안 내 우선순위에는 가족도 있었지만,
늘 일도 그만큼 앞자리에 있었으니까.

회사에서는 더 상처받는 말도 많이 들으며 버텨왔다.
그래서인지 딸의 그 말이,
유독 더 아프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마 아이도 답답해서, 가장 편한 사람에게 넋두리를 했을 뿐일 텐데.

매일 신기술을 따라가고,
내 도메인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수많은 회의 속에서 대안과 솔루션을 찾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하루들.
사실 나이가 들수록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가는 일 자체가 더 힘들어지기도 한다.

워킹맘으로 산다는 건,
일도, 관계도, 가족도, 아이도,
그 와중에 나 자신까지 챙겨야 하는 일이다.
슈퍼우먼이 아니고서는 참 쉽지 않다.

송년회에서 동창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자녀가 같은 학년인 전업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전교 1등 아들 이야기 앞에서는
‘내가 더 챙겨주지 못해서 우리 딸이 부족한 건 아닐까’
괜한 자책도 해봤다.

그래도 나는 우리 딸을 믿는다.
부족한 엄마 밑에서도
자기 힘으로 채워가며 잘 해낼 아이라는 걸.

새해는 이제 막 시작됐다.
조급함을 조금 내려놓고,
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조금 더 다정해지기로 한다.

퇴근 후, 다시 카페에 접속해
마침내 가입을 마쳤다.

“사랑해, 우리 딸.
그리고 엄마, 오늘 ○○ 스쿨 가입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