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관계라는 이름의 자산
사원 때부터 함께 일해온 사람들이 있다.
그땐 참 어려웠다.
말 한마디에도 긴장하게 만들던 선배가 있었고,
늘 먼저 안부를 묻고 등을 토닥여주던 선배도 있었다.
그분들이 먼저 걸어간 길을 보며 나는 배웠다.
‘아, 일이라는 건 저렇게 하는 거구나.’
‘조직 안에서 사람을 대한다는 건 저런 거구나.’
돌이켜보면
나는 일보다 먼저 사람을 배웠다.
시간은 참 신기하다.
어느새 우리는 같은 눈높이에 앉아
농담을 나누고,
골프 스코어로 서로를 놀리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짐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선배이기 이전에
같이 늙어가는 동료가 되었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유난히 좋았다.
오늘 모임에서는 각자의 MBTI를 꺼내놓고
AI에게 우리 조합을 분석해달라고 했다.
가벼운 장난이었는데, 결과는 놀랍도록 정확했다.
추진력 강한 사람들,
묵묵히 모임을 지켜온 사람들,
그리고 딱 두 명의 자유로운 영혼.
누군가는 앞에서 끌고,
누군가는 뒤에서 받쳐주고,
누군가는 숨통을 틔워준다.
“어쩜 이렇게 딱 맞을까요?”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감동했던 건
MBTI 유형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향을 23년 동안
‘다름’이 아닌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에너지’로 받아들여 온 우리의 시간이었다.
일은 성과로 증명되지만
관계는 시간으로 증명된다.
프로젝트는 끝나도
사람은 남는다.
우리는 서로의 잘나가던 시절도,
흔들리던 순간도 알고 있다.
그래서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그래서 더 쉽게 응원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선배들과 모임은
내 커리어의 결과물이 아니라
내 인생의 자산이라는 것.
그리고 이 관계들이
내가 어떤 사람으로 일해왔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증명해주고 있다는 것을.
2026년, 적토마의 해.
우리는 또다시 달릴 준비를 한다.
때로는 앞만 보고 달리는 엔진처럼,
때로는 흔들림 없는 뿌리처럼,
그리고 때로는 여유로운 숨구멍처럼.
23년 전 사원 시절의 열정은
이제 원숙한 지혜가 되었지만,
우리의 우정은 여전히
붉은 적토마처럼 뜨겁다.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우리는 이 기막힌 궁합을 확인하며
또 한 잔의 추억을 채워갈 것이다.
23년을 함께 걸어온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으로 고맙고,
참으로 든든한 일이다.
P.S : AI의 마지막 멘트
'모임 멤버의 우정이 앞으로 30년, 40년 계속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