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잠깐 시간 되세요?"
직장인에게 커피는 ‘수혈’과 같다면, 티타임은 ‘호흡’과 같다.
하루 종일 굴러가는 업무의 톱니바퀴 잠시 멈춰 세우고, 팽팽해진 마음의 줄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시간.
어제와 오늘, 나는 후배와 동료들이 건넨 "선배님, 혹시 지금 티타임 가능하세요?"라는 짧은 초대 속에 담긴 서로 다른 풍경들을 만났다.
어떤 티타임은 '비워내는 시간'이었다
어제 만난 후배 팀장은 누구보다 스마트하고 열정적인 친구였다. 평소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녀의 입에서 나온 고민은 뜻밖에도 '동기부여의 상실'이었다.
주체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던 그녀의 역량이, 고객사의 사정이나 외부 여건이라는 벽에 부딪혀 공회전하고 있었다.
마음껏 달리고 싶은 적토마가 좁은 울타리에 갇힌 격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조급함을 조금 내려놓자고 말했다.
"리더로서의 책임감 이전에, 네 내면의 소리를 먼저 들어봐. 네가 정말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빛나는 사람인지 말이야."
그녀에게 그 시간은 꽉 찬 답답함을 비워내고, 다시 시작할 '나'를 확인하는 치유의 티타임이었다.
어떤 티타임은 '채워가는 시간'이었다.
오늘 점심 직후에 가진 팀원들과의 시간은 어제와는 또 다른 공기로 가득했다.
종일 모니터만 바라보느라 한마디 대화도 없이 지나갈 뻔한 하루였지만, 찻잔을 사이에 두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요즘 유행하는 인스타 릴스 이야기부터 다가올 워크숍 준비 이야기까지.
특별할 것 없는 수다가 오갔지만, 그 사소한 대화들이 팀이라는 조직의 빈틈을 메우고 있었다.
재미있었던 건 메뉴 선택이었다. 카페인 과다 섭취를 피해 내가 주문한 '레몬티'를 보고, 약속이라도 한 듯 팀원들이 줄줄이 레몬티를 주문했다.
조르르 놓인 노란 찻잔들을 보며 우리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우리에게 티타임은 서로의 유대감을 샛노란 상큼함으로 채워가는 시간이었다.
티타임, 그 이상의 의미
가만히 생각해 보면 티타임은 참 묘한 행위다.
누군가에게는 힘든 회의 뒤에 마시는 '안도'의 한 잔이고,
출근 직후 서먹함을 깨는 '아이스브레이킹'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차마 업무 메일에는 쓰지 못한 진심을 전하고 싶은 '간절함'이기도 하다.
똑같은 찻잔을 앞에 두고 있어도, 우리가 나누는 온도는 매번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짧은 15분의 시간이 다시 우리를 책상 앞으로 돌아가게 할 힘을 준다는 사실이다.
오늘 퇴근길, 문득 궁금해진다.
내일 나에게 티타임을 청할 누군가는, 그 잔에 어떤 마음을 담아 올까. 나는 또 어떤 온도의 차를 준비해야 할까.
[이음의 한 줄]
"당신들의 고민에 기꺼이 레몬티 한 잔을 내어줄 수 있는 선배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