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미" 시리즈 프롤로그
분명 졸린 눈을 겨우 뜨고 버티는 오전이었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며
아, 오늘은 집에 가면 무조건 쓰러져 자야지.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다짐한다.
그런데 퇴근 후, 집에 오면 희한하게도 눈이 감기질 않는다.
침대에 누워 잘랑말랑, 하다가 울리는 진동음에 카카오톡 잠깐, 새로 나온 옷 구경 잠깐 하면 30분은 훌쩍 넘어간다. 굳어있던 뇌가 조금 말랑말랑 해지는 기분이다.
막상 일어나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빨래는 어제 해두었고, 저녁은 대충 도시락으로 때웠으니 설거지거리도 없다. 텅 빈 시간 허한 집 안 분위기에 습관처럼 인스타를 켠다. 오른손 엄지로 올리는 영상들은 재밌는 듯 하지만, 사실 그렇게 재미있지 않다. 하루를 되짚기엔 마음이 피곤하고, 사놓았던 책을 펼치기엔 머릿속이 너무 가득하다. 사실 이 은근한 노곤함을 굳이 밀어내고 싶지도 않다. 그저 그렇게, 시간과 나란히 누워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하루 끝에 내 것이라고 부를 만한 시간이 과연 얼마나 남아있을까.
일과 사람과 약속들 사이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들은 어디쯤 흘려보냈을까. 아니면 내가 가두어 두었나?
그렇게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하루의 끝에 남는 이 공허한 시간을 조금은 다르게 채워보면 어떨까,
아주 사소하고 가벼운 무언가라도 좋다.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 좋아했던 것,
새삼 궁금했던 것,
딱히 잘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도 조금은 내 마음을 기울여보고 싶은 것,
그래서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들어주는 어떤 것.
그렇게 아주 작게라도 내 하루의 끝에 작은 조각 하나를 얹어보면, 공허함도 조금은 다른 얼굴로 찾아오지 않을까.
조금 더 나답게, 혹은 조금 더 다정하게.
그렇게 나도 나를 좀 더 다정하게 대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