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찬란함

by 지구 사는 까만별




어제 유퀴즈 온 더 블록을 봤는데, 주제가 1초의 승부사였다. 주제와 어울리게 프로그램의 마지막 자막이 적혀있었는데, "순간, 찰나가 모여 찬란한 인생이 된다."이었다.


근래에 나에게도 '찰나의 찬란함'을 각인시켜 준 일화가 있다. 최근에 큰딸이 캡처했다며 큰언니로부터 사진을 한 장 받았다. 사진 속에서는 애타게 기다렸던 기쁜 소식을 나누며 모녀가 눈시울 벌겋게 울고 있었다. 사진의 내막을 조금 말하자면, 조카딸은 그날 평소와 달리 목소리가 아니라 영상통화로 큰언니를 불러냈다. 평소와 같이 일상을 나누다가 깜짝 소식을 터뜨렸고, 순간 붉어진 서로의 눈시울을 바라보면서 뜨거운 기쁨을 나눴다.


팔딱팔딱거리는 날것의 소중한 찰나를 온몸으로 나누는 사진이라니.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같은 감정으로 기쁘게 우는 모습이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살면서 굵직한 기쁨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그 기쁨의 순간을 남겨두겠다는 마음이 내게는 좀 부족했다. 반면에 영상으로 생생한 기쁨을 나누고 그 순간을 오롯이 남길 줄 아는 조카의 센스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마음과 정성을 다해 삶을 빚으니 말랑말랑하게 제 모습과 제 마음을 갖추어가는 것 아닐까. 이토록 알뜰살뜰 누리고 나눌 줄 아는 삶이야말로 찬란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인생의 멋과 맛을 아는 사랑스러운 모녀의 사진을 울컥울컥 바라보다가 창밖을 보니 학교 담벼락의 잔뜩 부푼 나무들이 우리 집 베란다로 성큼 다가와 있다. 아, 이제 진짜 가을이 멀지 않았나 보다.




(2021. 8. 12.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