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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사는 까만별
Nov 08. 2021
나뭇잎은 떨어지며 자기가 버려진 줄 알았다.
사람들이 자기 앞에서 시간을 보낸 일행들을
인연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건조한 공기 아래서 햇살은 잘 말라 바삭거리고,
바삭함의 성질은 버려진 나뭇잎과 닮아 가을 아래 함께 빛난다.
나뭇잎을 보러 수많은 발자국이 오고 가고
조촐한 장례를 생각했던 나뭇잎은
바람을 타고 싱싱한 국화와 춤을 춘다.
춤바람을 느끼러 온 발자국들을 모아 꿰어보니
잘 마른 비늘같이 눈부시다.
춤바람이 지나고 발자국이 빠져나가
다시 일상.
하얀 겨울 앞으로
미련을 닮은 붉은 연서 한 잎이
포르르 춤을 추러 날아오른다.